[편집국에서]기부 불신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기부 불신

  • 승인 2020-07-06 10:08
  • 수정 2021-05-09 16:35
  • 신문게재 2020-06-01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저런 데다 내는 기부금은 제대로 가고 있나 몰라."

지인 A는 아프리카 같은 외국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어느 단체의 광고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너무 가난해 제대로 먹지 못해 마르고, 아기 때부터 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다. 보통 때라면 아픔을 먼저 느꼈을 A다. 내가 아는 A는 무작정 가게에 들어와 껌이나 초콜릿, 장미꽃 등을 파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몽땅 사주곤 하는 사람이다. 번화가에 누워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에겐 꼭 천 원 짜리 지폐라도 몇 장을 준다. 지폐가 없으면 동전이라도 털어주곤 한다.

그런 A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광고를 보고 아픔을 느끼기에 앞서 기부금의 올바른 사용을 의심한 것이다. 아마도 그 배경엔 최근 불거져 나온 시민·사회 단체의 기부금 논란이 있어서일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폭로'가 연일 화제다. 윤 전 대표가 이끌던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하기 위해 경기도 안성의 주택을 시세보다 두 배 비싸게 주고 사들인 뒤 다시 팔 때는 반값에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개인계좌로 기부금 모금, 딸의 미국 유학비와 부동산 매매 자금 출처 문제 등이 줄줄이 나왔다.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중인 가운데 여론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확실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쪽과 "할머니 뒤에 배후가 있는 것 아니야. 의혹을 다 믿기 힘들다"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인 '조계종 나눔의 집' 후원금 부정 사용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이 단체도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로 꼽힌다.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조명된 내용을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낸 후원금이 엉뚱하게 쓰였다는 것이다. 나눔의 집 내부 직원들은 연예인들이 낸 기부금이 서류상에는 있지만, 시청에 제출한 지정기탁서에는 없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지정후원금'의 경우 후원자가 기부할 때 사용 목적을 지정하는 것으로, 지정 목적 외 다른 방법으로 쓰이는 순간 불법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제보를 바탕으로 특별 지도점검을 벌인 결과 후원금 관리와 운영에 부적절한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이처럼 정의연에 이어 나눔의집 기부(후원)금 논란으로 인해 기부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의 회계처리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수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제기된 의혹들을 묻어 두고 갈 수는 없다. 힘없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꿋꿋하게 길을 가고 있는 단체들까지 싸잡아 비난받지 않도록 명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또 이번 사태가 시민·사회단체의 회계처리 등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남에 반도체 짓는데 송전선로는 충남으로?… 지역 주민 반발 확산
  2. [대전 선도지구 정비사업장을 가다] 인태섭 둔산 14구역 추진준비위원장 “선도지구 선정은 모두 주민들 덕"
  3. 우주서 25㎝ 해상도 지구관측 광학위성… 대전 우리별1호 잇는 '스페이스아이T'
  4. [인터뷰]중도일보 오피니언면 <문화인> 칼럼 쓰는 이희성 교수
  5. 대전 대덕구의회 두달 넘게 파행…주민 불편 현실화
  1. 적립금 늘고 등록금도 올랐다… 대전 사립대 살펴보니
  2. 천문연 연구진, 은하단 1만 개에 하나 나옴직한 '원시초은하단' 발견
  3. 둔산서 사건은 유성서로… 대전경찰도 ‘가족 사건 상피제’
  4. 한밭대 신임 총장 임용 1순위에 윤린 기계공학과 교수
  5. 충청권 주민 '원정 의료' 고착화… 지방 의료 환경 변화 숙제는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찬반투표 최종 부결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찬반투표 최종 부결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의 통합안이 구성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부결됐다. 공주대에서는 교원과 직원·조교, 학생 등 모든 직군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했지만, 충남대에서는 학부생과 직원들의 반대가 크게 나타나면서 통합안이 부결됐다. 양 대학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교원과 직원·조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충남대는 투표 대상자 2만4346명 가운데 1만8426명이 참여해 75.6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직군별로는 교원의 경우 924명 가운데 591명(63.96%)이 찬성했고 333명(36.04%)이..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이재명 정부가 내년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국세에서 일정액을 먼저 떼어낸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자주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충청권 등 전국 시도는 재정 자율성 훼손을 걱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10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정부는 반도체 추가 세수 등에 따른 재원으로 내년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과 국가 성..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 건설임대주택의 6개월 이상 장기 공실이 9892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과 세종은 공가율이 각각 10.4%, 12.2%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LH 건설임대주택 97만 7240호 중 3만 8493호가 6개월 이상 공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가율은 3.9%다. 충청권에선 충남의 장기 공가 물량이 가장 많았다. 충남은 LH 건설임대주택 5만 2294호 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