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독자의 소멸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독자의 소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0-07-22 08:1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승선 교수
최근 며칠 사이 '기자들' 구속이 잇따랐다. 7월 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됐다.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강요미수' 혐의다. '검언유착'과 '협박취재' 논란이 가열되자, 채널A는 이 기자를 해고하고 부적절한 취재 행위를 사과했다. 애초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언론자유 탄압이라며 강력하게 저항했던 채널A 기자협회는 이 기자 구속에 대해서도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등 비판 성명을 냈다.

7월 8일 서울서부지법은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웅 프리랜서 기자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장기간 JTBC 손석희 사장을 협박하고 방송사 일자리와 2억4천만 원의 재물을 얻으려 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보았다. 풍문으로 들은 사실을 직접 확인 취재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손 사장을 괴롭혔다고 판시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손석희 공갈미수' 프리랜서 기자 김웅 법정구속"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리고 법정 공판에 출석하는 김 기자의 사진을 게재했다. 김 기자는 경향신문과 KBS 보도국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7월 17일 서울북부지법은 보수 성향 유튜버 우종창 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그리고 법정구속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 전 수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법원 재판장이 부적절한 식사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방송했다"고 판결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우종창 씨는 조선일보 사회부, 월간조선 등에서 기자로 일하다 퇴사 후 유튜브 방송을 운영해 왔다. 월간조선에 재직하던 2005년 우 전 기자는 동아일보의 월간 '신동아' 10월호 게재 기사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우종창 씨 구속 소식을 다룬 언론보도는 천차만별이다. 제목부터 다르다. 어떤 언론들은 '조국, 박근혜 재판장과 식사 주장한 우종창 구속'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은 '조국 명예훼손'한 우씨가 구속됐다고 했고, 일부 언론은 '보수 유튜버 우종창씨 구속'이라고 보도했다.

우 씨를 지칭하는 용어도 제각각이다. 대부분 '보수 유투버'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언론은 '우종창 전 기자' 혹은 '전 월간조선 기자 우종창'이라고 묘사했다. 법원 재판부는 유튜버인 우 씨를 '언론인'이라고 보았지만, 언론사들은 우 씨를 '유튜버 우종창'이라고 표현했다. 아마 유튜버는 언론인이 아니라는 시각도 배어 있을 것이다.

우 전 기자 구속 사건에서 언론사 간 보도의 가장 현저한 차이는 사진사용에서 나타났다. 구속 당사자는 우 씨인데 정작 기사에 덧붙인 사진은 조국 전 수석의 것이었다. 여러 언론사가 그랬다. 우 전 기자의 사진을 구하기가 어려워서였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의 시사 월간지 시장에서 월간조선과 신동아는 핵심축을 형성했다. 우 전 기자의 기사를 평가하는 시민들의 관점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언론인으로서 그의 족적은 뚜렷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직후 헌법재판관 8명을 고발하기도 했다. 유튜브 활동도 왕성하게 전개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3여만 명에 이른다. 그는 여전히 공적 인물이고 그의 사진은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럼에도 구속된 그를 제치고 다수 언론이 명예훼손의 피해자인 조국 전 수석의 사진을 기사에 붙였다. 조 전 수석을 밉게 본 언론이 이참에 한 번 더 그를 욕보이려고 했거나, 아니면 우 전 기자보다 조 전 수석을 내세우는 것이 기사 클릭과 광고수익을 확대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지 모른다. 어느 쪽이었건 정통의 저널리즘에 어긋난다.

언론을 통해 독자들은 사안의 본질, 진실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한다. 얻어들은 뜬소문이나 제보 내용을 확인해 보지 않고 언론인 양 옮겨 쓰는 것은 언론의 취재 본령이 아니다. 편파와 편향, 혐오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유튜버들의 영상정보와 언론의 뉴스 정보가 다르지 않다면 굳이 언론 독자로 머물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독자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 독자를 소멸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5.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1.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2.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대전 옛 대덕경찰서에 ‘육군 AX 거점’ 10월 문 연다
  5.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헤드라인 뉴스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가운데 웅진백제의 역사와 예술을 결합한 대표 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30일 공주시에 따르면 올해 백제문화제는 웅진백제의 핵심 유물인 '청동거울'과 무령왕비 서거 1,5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연과 퍼레이드 등을 선보인다. 대표 공연인 '웅진판타지아'는 10월 4~5일과 7~10일 오후 9시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서 모두 6차례 열린다. '청동거울에 비친, 찬란한 백제'를 주제로 대형 LED와 특수효과를 활용한 무대에 전문 무용수 등 40여 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잠들어 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