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8강 복중지전(?中之錢)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8강 복중지전(?中之錢)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9-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38강 복중지전(?中之錢) : 솥 가운데 있는 돈 꾸러미

글자로는 ?(솥 복), 中(가운데 중), 之(어조사 지), 錢(돈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본 이야기는 명심보감(明心寶鑑) 염의편(廉義篇)과 청구야담(靑邱野談)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과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청렴(淸廉)한 공무원이나, 남다른 열성적인봉사(奉仕), 남에게 많은 인정을 베푸는 훌륭한 사람을 비유할 때 곧잘 인용되는 고사이기도 하다.

조선조 말기 마음이 강직하고 불의(不義)를 모르는 홍기섭(洪耆燮)이라고 하는 청렴하고 곧은 선비 한 분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고 남의 것이라면 털끝만한 것이라도 손을 대지 않는 매우 청렴(淸廉)한 선비였기 때문에 집안이 몹시 가난하였으며 끼니조차 잇지 못하고 굶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부엌에 들어갔던 어린 계집종이 기뻐하며 뛰어와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 안에 있었으니 쌀이 몇 섬일 수 있고, 나무가 몇 바리일 수 있습니다. 참으로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공이 놀라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된 돈인가?"하고 곧 "어제 저녁에 우리 집에서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찾아가시오." 이렇게 써서 대문에 붙여 놓고 기다렸다. 그러나 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후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 공을 찾아와서 문밖에 써 붙인 글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은 자세히 그 내용을 말해주었다. 이에 유씨가 말하기를 "이치상 남의 솥 속에 돈을 잃어버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은 참으로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왜 취하지 않으십니까?" 공이 말하기를 "그것은 내 물건이 아닌데 어떻게 내가 마음대로 사용하겠느냐"고 하며 단호히 거절을 하였다. 살펴 보건데 선생의 마음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때서야 유씨가 엎드려 말하기를 "사실은 제가 지난밤에 선생의 댁에 솥을 훔치려고 왔다가 너무 가난한 것이 딱하기에 솥 속에 이것을 놓고 갔는데 이제 선생의 청렴함에 감동하고 양심이 저절로 우러나서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앞으로는 항상 옆에서 모시기를 원하오니 염려마시고 취하소서"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이 곧장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그대가 착하게 된 것은 잘된 일이나 돈을 취할 수 없다"하고 하며 끝내 받지 않았다.

나중에 공은 판서(判書)가되고, 그의 아들 재룡(在龍)은 헌종(憲宗)의 국구(國舅/임금의 장인)가 되었으며 유씨 또한 신임을 얻어 몸과 집안이 크게 번성하였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선비정신이라는 맑고 깨끗한 마음'을 사람이 지녀야할 가장 훌륭한 정신덕목(精神德目)으로 받들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훌륭한 정신의 소유자를 기리기 위해 청백리(淸白吏)라는 명칭을 정해놓고, 전국에서 청렴한 관리를 선발하여 왕이 직접 표창하고 전 백성들에게 알려 그 훌륭한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했다.

조선 시대에 청백리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에 적게는 87명에서 많게는 218명까지 선발하였다고 기록되어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청심편(淸心篇)에 "청렴은 공직자의 본연의 의무이며 모든 선(善)의 원천이고 모든 덕행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 공직생활을 제대로 한 사람은 아직 없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知有也(염자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근 불염이능목자 미지유야)"고 하였다.

이어서 그는 "청렴한 관리를 귀하다고 하는 까닭은 그가 지나는 곳의 산림, 샘, 돌까지도 모두가 그의 맑은 빛을 입기 때문이라고 하였다(所貴乎廉吏者 其所過山林泉石 悉被淸光/소귀호염리자 기소과산림천석 실피청광)"

그러고 보면 청렴은 공직사회만의 몫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만, 치열한 경쟁시대인 현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바로청렴이며. 개인과 조직은 물론 국가관리의 핵심 요소 또한 청렴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이건 조그마한 뇌물이나 부정한 행위는 늘 있어왔다. 그러나 요즘처럼 양심마저 저버리는 참담(慘憺)스러운 부정은 들은 바가 없다. 부정한 자가 도리어 궤변(詭辯)과 당당함을 더하는 처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수십 년의 인고(忍苦)를 참아내고 겨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위안부 할머니들을 농락하고 염치없는 방법으로 수탈한 도둑이 국민의 대표라니, 그렇다면 그를 대표로 인정하고 있는 국민들은 모두 도둑이란 말인가? 더구나 뒤에서 그를 비호하며 맞장구를 치는 또 다른 권력들은 오히려 도둑의 수괴(首魁)들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

또 다른 도적은 양심마저 저버린 몰염치(沒廉恥)한 자이다. 저가(低價)항공사의 대표였던 이모 의원은 정말 뻔뻔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그는 온갖 거짓과 뒷 권력을 이용해 교묘히 법망을 피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많은 근로자들의 가슴에 뺄 수 없는 대못을 박고도 매양 거짓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자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건전한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자칫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짓과 거짓을 하더라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반윤리(反倫理)를 가르치고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는 어렵다(上流旣濁 下流難淸/상류기탁 하류난청)'는 정약용선생의 말을 넘어 부패의 범람시대로 들어선 것 같다.

너도 나도 부정과 비리를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가 되었으니 건전한 국가와 밝은 사회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청렴이라는 큰 울림으로 부패해가는 이 나라, 이 사회를 바로세울 수 있는 지도자를 기대해보는 때가 지금처럼 간절한 적이 없었다.

모두들 정신 바짝 차리고 깨어있어야 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2. 충남교육청, 교육공동체 함께하는 '책심(心)키움 마당' 운영
  3. 세종충남대병원, 410g 초극소 이른둥이 생존 화제
  4.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5. 충남도의회, 경로당 내 친환경 식재료 확대 방안 모색
  1. "양수발전소로 금산 미래 발전 이끈다"… 충남도, 민선8기 4년차 금산 방문
  2. 2026 세종시 지방선거 킥오프? 입후보 예정자 다 모여
  3. 내포∼세종 연결도로망 구축 청신호
  4. 장기요양기관 법령 이해도 높인다...경진대회 성료
  5. "대한민국 대표 치유·힐링 중심지로"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2차 자문위원 회의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신도시 건설 이후 수년간 방치됐던 공터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아파트 숲 속 허허벌판으로 남겨졌던 곳에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충남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내포 RH-14블럭인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929번지 일원에 'e편한세상 내포 에듀플라츠'를 건설 중이다. 공사를 총괄하는 시행사는 충남개발공사가, 시공사는 DL이앤씨가 맡았다. 총 세대수 727세대인 해당 아파트의 대지면적은 3만 8777.5㎡로 지하 2층~지상25층 규모, 10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대구..

美 AI 버블 우려 확산에…코스피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 발동
美 AI 버블 우려 확산에…코스피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 발동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코스피가 5일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와 버블론 확산으로 지수가 크게 떨어지며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36분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올해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증시가 크게 출렁인 후 올해 두 번째 사이드카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올해 처음으로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코스닥은 코스닥 150선물지수가 6%, 코스닥..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