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 승인 2020-09-29 09:2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1218206053
게티이미지 제공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한 낮의 햇살은 따갑지만 언뜻언뜻 뺨을 스치는 바람의 서늘함에 깜짝 놀라곤 한다. 높고 깊은 하늘을 무심코 올려다 본다. 길을 가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목화송이 같은 흰구름이 한가롭게 떠다닌다. 구름들 사이로 짙푸른 하늘이 깊은 우물 같다. 지난 주말 오후 한가로이 대전 중앙시장을 어슬렁거렸다. 오래 신은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수선을 맡겼다. 금요일 계룡산에 올랐다 내려오면서 걸을 때마다 걸리는 느낌이 있어 발을 들어 보니 밑창이 너덜너덜해졌다. 시장 한켠 수선집에 등산화를 맡기고 모처럼 시장 구경을 했다. 통닭집은 여전히 손님이 많았다. 가마솥에서 튀긴 통닭을 앞에 놓고 소줏잔을 부딪치며 얼굴이 불콰한 아저씨들. 골파, 부추, 호박을 올망졸망하게 펼쳐놓고 팔다 피곤했던지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었다.

불 꺼진 점포가 곳곳에 보였다. 베트남 쌀국수 집은 문이 굳게 잠겼다. 시끌벅적한 시장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중고 옷가게 골목도 썰렁했다. 사람들이 제법 드나들었던 곳인데 찬바람이 돌았다.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음악 소리가 들려 멈췄다.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와 옷을 파는 집이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노래였다. 가게 출입문 옆 먼지가 뽀얗게 쌓인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뱃속 아래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창법이 인상적인 루이 암스트롱은 재즈의 신이었다. 재즈는 미국 흑인들의 본거지 뉴올리언스에서 탄생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 재즈는 그들의 애환이 녹아 있다. 그래서 가슴을 울린다. '푸른 나무가 보여요. 빨간 장미도. 그들이 당신과 날 위해 피어나는 걸 지켜봐요. 전 혼자서 생각하죠. 정말 멋진 세상이라고~' 아픔과 슬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아닐까.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인간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what a wonderful world'가 나오는 영화가 있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모닝 베트남'. 로빈 윌리엄스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60년대 중반 공군 라디오 방송 디제이로 부임한다. 윗선의 갖가지 규제로 어려움을 겪지만 로빈은 그런 건 아랑곳 않고 하고 싶은대로 방송한다. 파격적인 방송은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유쾌 통쾌 발랄한 방송 진행은 군인들에게 즐거움과 위로가 된다. 이 영화에서 로빈이 방송 시작할 때 "굿~모닝 베트남"을 소리높이 외치면 이 노래가 나온다. 헬리콥터들이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천지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슬로모션으로 나오면서 이 노래가 흐른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루이 암스트롱은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한다. 미국이 원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뭘까. 이 노래가 미국의 권력자들에게 묻는 것 같다. '하늘에 떠있는 무지개의 색깔, 정말 아름다워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세계적인 재즈음악가 루이 암스트롱의 내한 공연
연합뉴스 제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이언스칼럼]기후변화가 바꾸는 일상, 우리가 바꿀 미래
  2. 대전교도소 메디컬센터 첫 진료개시…"교정처우 개선 우수모델 안정적 운영을"
  3. 천황봉 3D 스캔부터 계룡산성 발굴까지… 세계유산을 향한 발걸음 '활발'
  4. 재투표 앞두고 교수사회 내홍…통합 동력 확보할 수 있나
  5. 대전사랑메세나·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지역사회 나눔과 봉사 표창
  1. 역대 최대 2조 9102억 기초연구 예산… 핵심은 '지역 연구자 살리기'
  2. 대전 신규 아파트 입주에 동부권 초등학교 통학구역 재편…학생 배치 여건 고려
  3. [책으로 여는 미래] 읽는 아이에서 쓰는 아이로, 교실을 넘어 삶으로 대전동부교육지원청
  4. 대전스타트업파크 찾은 몽골·독일 대표단… 지역 기술력에 주목
  5.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살아있는 지구과학 교과서 울릉도서 '특별한 과학 탐험'

헤드라인 뉴스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상교)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제8차 위원회를 열고, 과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조사중지' 결정에 머물렀던 '충청지역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한국전쟁 전후 미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공식 인정하고 29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규명되지 못하고 조사중지 상태로 남아있던 억울한 희생의 진상을 3기 위원회가 재조사해 진실규명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실규명 결정이란 법에 따라 신청 사건 조사..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과 내신 평가체계 변화로 대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학교 단계부터 학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국제중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진학 실적과 영어 중심 교육환경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중 선호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6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7학년도 국제중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5개 국제중 가운데 경쟁률을 공개한 4개 학교의 지원자는 8998명으로 집계됐다. 474명 모집에 평균 경쟁률은 18.98대 1로, 최근 7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원자는 2021학년도 5182명에서 2025학년도 8597명까지 꾸준히..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대전 유성구의 '제17회 유성국화축제'가 형형색색의 국화로 물든 도심 속 정원과 특별한 사연을 담은 조형물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8일까지 유림공원과 유성천 일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당초 11월 1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 운영됐다. 특히 모든 국화조형물은 미술이나 조형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는 유성구 직원들이 도면 없이 직접 제작하고 관리하는 작품이다. 이런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한 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