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민간인학살터 40일간 유해 발굴… 150여구 세상밖으로

  • 정치/행정
  • 대전

골령골 민간인학살터 40일간 유해 발굴… 150여구 세상밖으로

세 번째 현장 유해발굴 진행 중… 내년 발굴 지속
미성년자 추정 가능한 치아 발견, 증언 입증 흔적 찾아
전국 자원봉사자 참여… "정부, 지속 조사 체계 갖춰야"

  • 승인 2020-11-08 12:07
  • 수정 2020-11-09 10:25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akaoTalk_20201108_115851668
산내 골령골에 묻힌 유해들이 뒤엉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임효인 기자
7일 오후 2시께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곤룡골·곤룡로 93). 유해발굴단과 자원봉사자 20명가량은 지난 9월 20일 시작한 유해 발굴을 한창 이어나가고 있었다. 3m가량 흙을 걷어낸 땅 아래엔 70여년 전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듯 엉켜 있는 유해가 그대로 드러났다. 발굴단과 봉사자들은 조심스럽게 흙과 분리해 감식에 앞서 세척장으로 유해를 옮겼다. 임시로 유해를 모시던 보관소 안에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가 유해와 유품을 분류하고 관찰 중이었다. 이날까지 확인된 유해는 최소 118구. 발굴과 감식을 마치면 40일간 진행되는 이번 발굴에서 150여구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유해 발굴이 진행되는 내내 유족들은 매일 현장에 나와 이 같은 모습을 지켜봤다.

KakaoTalk_20201108_120216300
박선주(뒤쪽) 충북대 명예교수가 발굴된 유해를 분류하며 살펴보고 있다.

산내평화공원 조성에 앞서 13년 만에 재개된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유해가 나왔다. 40일간 진행되는 이번 발굴은 이달 15일께 마무리된 후 내년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주도로 34구, 2015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주로도 18구가 세상에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150여구에 달하는 유해가 빛을 만났다. 이중엔 그동안 증언이나 추정에 그쳤던 미성년자 학살을 증명하는 흔적도 최초로 발견됐다.  

KakaoTalk_20201108_120415705
최초로 발견된 미성년자 치아
KakaoTalk_20201108_120201098
발굴한 유해는 학살터 옆 옛 임마누엘교회에 임시 보관된다.
박선주 교수는 "그동안 18세 미만이 묻혔다는 증언은 있었지만 발굴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발굴된 유해의 치아를 감식하면서 증언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번 유해 발굴에는 대전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다. 제주에서 온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의 신동원 시민참여팀장은 지난 6일과 7일 유해 발굴 현장에서 힘을 보탰다. 서울 마포에 위치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유해 발굴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발굴이 끝난 곳을 우선으로 산내평화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밀러 동구 국제특보가 지난달 영국 셰필드대 아카이브에 방문해 추가 자료를 확인한 가운데 한국전쟁 당시 골령골 민간인학살을 최초로 알린 고 앨런 위닝턴(1910~1983) 기자가 남긴 당시 기록이 유해 발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선주 명예교수는 "최소 1700구에서 최대 7000구가 매장돼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KakaoTalk_20201108_120249494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3.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4.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5.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1.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5.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