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성우 글 쓰는 내과의사

  • 정치/행정
  • 충남/내포

[인터뷰]양성우 글 쓰는 내과의사

중도일보 건강검진센터인 코스모내과 원장,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발간
보통의 죽음을 배웅하고 다시 삶을 마중하는 나날에 대해 쓰다

  • 승인 2020-12-04 22:18
  • 수정 2021-05-04 23:56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양성우 원장
"이 세상 모든 의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환자를 살리는 것이죠. 당신의 안녕을 바라는 보통의 사람, 저는 내과 의사입니다."

중도일보 건강검진센터인 코스모내과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양성우 원장이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글 쓰는 내과의사'로 잘 알려진 양성우 원장은 최근에 발간한 책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에서 환자들에 얽힌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을 긴박감 넘치는 필체로, 가슴 따뜻하게 풀어내 감동을 주고 있다.

양 원장은 보통의 죽음을 배웅하고 다시 삶을 마중하는 나날에 대해 담담하게, 냉철하게, 따뜻하게 전해줬다. 1부 '이렇게 의사가 된다', 2부 '삶과 죽음의 온도차', 3부 '아픔을 지나는 길'을 통해 27편의 감동의 글을 선보였다.

양 원장은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의 5%만이 외인사로 죽고 나머지 95%는 내과적으로 죽는다"며 "저처럼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며 사는 내과 의사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망 진단서를 쓰지만 많은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저는 의사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삶은 잘 모르지만 의사로서의 저는 긴 시간 휴일도 없이 일상을 병원 안에 구겨 넣었다"며 "물론 좋아서 한 일로, 저는 기도 삽관이 특기이고, 취미는 중환자 예후 계산, 좋아하는 냄새는 소독약 베타딘 내음"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마음에 사람에 대한 공감은 자리하기 어렵다"며 "생사의 간극에 감정을 넣으면 결과가 흐트러지고 의사들은 모든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책에 대해 "어린 의사의 성장기이자 병원을 스쳐 간 수많은 삶과 죽음, 버팀과 희망의 날들에 관한 기록이고, 저의 이야기이자 당신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 시절부터 전공의를 거치고, 또 전문의가 되기까지 겪었던 많은 사건들은 제게 큰 고통과 성찰의 시간을 강요했다"며 "1년에 걸쳐 스물에 달하는 과목 시험을 치르고 의사고시 합격소식을 들었을 땐 감격해 울음을 터트리면서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 사회의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어렵사리 의사가 되었지만 '인턴 밑에 바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몇몇 사람에게 하대를 당하던 인턴 생활은 꽤 고달팠다"며 "현장은 메디컬 드라마처럼 멋진 일들만 가득하지 않았고 피비린내와 고름, 소변, 가래 냄새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한해였던 것은 일단 책 밖의 세상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고, 환자와 자주 이야기할 수 있어 말하길 좋아하는 저로서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양 원장은 "다음 해에 레지던트 1년 차가 되었을 때는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의 무게가 느껴졌다"며 "몸만 힘들었던 인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고 제 환자가 나빠져 퇴원 하루 만에 응급실로 실려 들어온 날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격이 없다고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굉장히 오랫동안 의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며 "타고난 예민함과 섬세함이 장점이 아닌 약점이 되어 매일 나를 옥죄었고, 내 능력 밖의 영역이 환자를 망가뜨리면 끝없이 자책했고, 한 사람을 맡고 돌보며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들의 삶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는 양 원장은 "제 환자들이야말로 제게는 가장 큰 스승들이었고, 저는 진심으로 그들이 낫길 바랐고, 환자의 회복은 제게 허락된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는 그런 경험을 엮은 기록"이라며 "의사가 된 것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한 것도 제겐 모두 운명"이라고 말했다.

20201204_220104
양 원장은 "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이는 병원 속 풍경을 좋아했고, 그 일상을 글로 담아내는 것도 좋아했다"며 "수필 등단을 계기로, 제 글을 읽은 의사가 환자에 더 공감할 수 있다면, 제 글을 읽은 환자가 의사를 더 믿을 수 있다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수필 쓰기에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한편 두 편 쌓여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여정의 대부분은 매우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이, 환자와 의사 관계의 숙명"이라며 "가까워지고 싶어도 밀어내는 이들의 물리적 거리를 보며 저는 오늘의 환자와 의사 간 마음의 거리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와 의사가 더 가까워질 수는 없는 걸까, 환자를 더 알 수는 없는 걸까. 당신의 아픔이 저로 인해 더 나을 순 없는 걸까 생각한다"며 "하루 빨리 이 모든 싸움이 끝나길 바라고, 저는 당신의 안녕을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 말을 나눴던 이가 다음 날 죽어도 일상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과 의사의 숙명 앞에서, 그럼에도 보통의 일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삶을 응시하는 글을 쓰는 양 원장은 "때로는 본인이 제일 슬프면서도 의사를 위로하는 보호자의 모습 속에서, 때로는 죽음을 앞둔 자신보다 살아갈 누군가를 걱정하는 환자의 모습 속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배워가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양 원장은 2019년 월간 시사문단에 수필로 등단했고, 제18회 한미수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와 빈여백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분당제생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을지대학교병원, 분당제생병원을 거쳐 현재 대전코스모내과 원장을 지내고 있다. 대전에서 매우 유명한 내과였던 양내과 원장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의사 아버지를 보며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자란 그는 자연스레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부친의 뒤를 잇고 있다.

풍부한 감성과 빼어난 문장력으로 감동의 글을 쓰는 양 원장은 날로 멀어져 가는 환자와 의사 관계의 회복을 꿈꾸며 키보드를 잡고 SBS 인-잇에도 의학정보를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https://brunch.co.kr/magazine/wubenign)와 유튜브(닥터 와이) 활동도 하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 조례 제정 추진
  2.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3.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4.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5.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1. [사이언스칼럼] 발전소를 더 지어도 풀리지 않는 전력망의 기술 과제
  2. [책으로여는 미래] AI 시대, 깊이 읽고 바르게 판단하는 힘…학교도서관에서 키운다
  3. [세상보기] 각자도생의 시대
  4.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5. [교단만필] 글자보다 먼저 자라는 것들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