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화사의 'Fly me to the moon'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화사의 'Fly me to the moon'

  • 승인 2021-01-20 10:3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1292058574
게티이미지 제공
'Fly me to the moon'. '나를 달로 보내주세요'. 얼마나 낭만적인가. 밤하늘의 달을 보노라면 무한한 상상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밖의 또다른 행성을 눈 앞에서 보고 있으니. 오래 전 이미 달에 인간이 갔다 왔지만 환히 빛나는 둥근 달을 보면 과학의 상식을 벗어나 한껏 시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달 너머엔 또 어떤 세계가 있는지...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광활한 우주 한 켠에서 내가 존재한다. 존재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이 노래를 화사가 부르는 걸 보았다. 걸 크러시 대명사 화사가 진한 재즈 풍으로 불렀는데 이 가수가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구나 느꼈다.

지금은 걸 그룹도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만 걸 그룹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저 얼굴 예쁘고 춤만 잘 추는 가수라고 말이다. 기계의 힘을 빌려 입만 금붕어처럼 벙긋거리는 연예인! 화사를 안 건 '나 혼자 산다'에서였다. 강렬한 인상의 연예인이 곱창을 무한 흡입하고 간장 게장을 싹쓸이하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간장 게장을 미친듯이 먹어치우고 마지막엔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데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거기다 김 부각 먹는 소리가 죽여줬다. 씹을 때 바사삭 하는 소리. 위로 올라간 눈꼬리와 10센티는 될 것 같은 손톱으로 섹시하게 김 부각을 집어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젠 고인이 된 마광수가 보았더라면 극찬을 할 법한 비주얼이었다.



그런 먹방의 여자 가수가 'Fly me to the moon'을 근사하게 부르다니. 화사의 색다른 면을 발견했다. 목젖을 떨면서 아랫배에서 끌어올리는 원초적인 소리가 목울대를 지나 입안에서 한 바퀴 돈 다음 내 귀에 속삭이듯 불렀다. 이것이 재즈의 맛이다. 재즈의 깊이는 깊은 밤 빛나는 달빛처럼 황홀하다. 화사가 이 노래를 이다지도 맛있게 불렀던 것이다. '나를 달로 보내주세요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주세요 목성과 화성의 봄을 보여주세요 내 손을 잡고 내게 키스해 주세요~.' 달빛 아래서 키스를 해 본적이 있던가. 가물가물하다. 달빛 아래서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연인과의 달콤한 키스. 누구나 꿈꾸는 장면 아닐까. 그 순간은 이 사랑이 영원할 것 같고 영원히 설렐 것 같다. 이것이 사랑의 마력이고 허울이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 삶은 순간이다. 찰나같은 순간이 모여서 영원이 되는 것 아닌가. 오늘밤도 달이 뜰까. 곁에 연인은 없지만 창문을 열고 달을 바라보며 한껏 낭만에 젖어야겠다. '내 마음을 노래로 채워줘요...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대 뿐이에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3.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