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제 인생의 주인님을 보았습니다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 인생의 주인님을 보았습니다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승인 2021-04-08 14:17
  • 신문게재 2021-04-09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1012101001703500076441
유낙준 신부.
""마리아야!"하고 예수님이 마리아를 부르시자 마리아는 예수께 돌아서서 히브리말로 "라뽀니!"라고 불렀다(요한20:16)."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 목격한 이가 막달라 마리아 여성입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후계자로 가장 적합할 인물이 이 여성 막달라 마리아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두운 밤에 다 배반을 하였지만 이 여성이 죽음에서 끝나지 아니하고 다시 사신(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부활 사건입니다. 부활 절기의 아침에 다시금 막달라 마리아의 다시 사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돌아서서 바라봅니다. 시각교정으로 내 인생의 주인님을 본 것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님이 어디에 계신지 많이 찾아다니다가 지쳤습니까? 그래도 견디면서 기다린 끝에 주인님을 보시는 부활의 삶이시길 빕니다. 주인님을 찬미합니다. 할렐루야! '제 인생의 주인님을 보았습니다.'라는 이 말이 부활로 사는 이의 입에서 나온 첫 찬미의 말이기를 빕니다.

'의식이 인간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명제가 젊은 날의 가슴에 불을 지핀 언어였습니다. 그러면서 대대로 신앙유산을 이어받은 저에게는 예수님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절대 선을 지킨 분으로 믿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지니신 예수님이셨기에 사회적 상황에 대해 예수님은 흔들리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사회적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신의 믿음을 강고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같은 사회집단 안에서도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존재하고 성질이 급한 사람과 성질이 느긋한 사람이 함께 존재합니다. 같은 사회적인 상황 안에서 각기 다른 사람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이 명제가 사회적 조건에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무리로 보였습니다. 사회적 조건을 뛰어넘는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 여성이 사회적 조건에 수없이 흔들리면서 산 제게는 신비하시고 우러러 뵐 존재로 보였습니다.



수없이 흔들리는 한가운데서의 절망으로 희망을 가리지 아니하고 살 힘을 예수님에게서 경험하고 막달라 마리아 여성에게서 배웁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 둘러싸였을 때의 불안감이 많으셨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 불안의 한 가운데를 지나시는 예수님에게서 흔들리지 아니하고 사는 길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으신 주인님의 주검의 자리에서 주인님의 흔적이라도 모시고자 하는 막달라 여성 마리아의 주인님을 앙망하는 그 마음이 제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비가 오는데도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면서 학교를 가는 길이 서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살아서 가난한 동네를 한 바퀴 한 바퀴를 돌게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아픈 마음이라도 연대하고 싶어서 걷는 성공회 나눔의집은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의 곁에 있습니다.

극한적인 상황에 몰리면 착한 사람이더라도 이기심에 젖은 행동을 하게 되고 이타심이 지배하는 곳에서조차도 나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사회는 무엇이고 나쁜사회는 무엇인가요? 악한 사람이 나쁜 행동을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은 사회이고 착한 사람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나쁜 사회입니다. 이에 근거하여 우리를 본다면 한국사회는 좋은 사회입니까? 나쁜 사회입니까? 너무 쉽게 이기적인 자세를 취하는 제 모습에서 나쁜 사회를 만드는 제 역할임을 보기에 홀로 통곡하게 됩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행위로 자신의 내면을 깊숙하게 들어가 자신을 살피는 성공회 대전 나눔의집의 길위학교(Road School)를 새롭게 준비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지난 날의 미숙함을 봅니다. 내적 성찰 없이 외적인 진보는 허상임을 깨닫는 길위학교를 통해 우리 동료인 인간을 위하여 기도하며 동료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으로 채우면서 걷게 됩니다. 절대 선을 향하여 수행하는 사람으로 확고한 자신을 갖는다면 조금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살 것입니다. 절대 선으로 채워진 우주는 우리가 그러하기를 바라고 우리를 바라봅니다.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