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관습과 편견을 깨고 평등의식 싹틔운 여성운동 70년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관습과 편견을 깨고 평등의식 싹틔운 여성운동 70년

15. 여성운동의 전개
전쟁에 남편을 잃은 부녀자에 대한 시선
여성단체 출범으로 관습과 편견을 허물어

  • 승인 2021-09-15 16:59
  • 수정 2021-11-10 16:27
  • 신문게재 2021-11-11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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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8월 대전YWCA에서 수공예 강습을 통해 여성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사진=대전여성60년)
뿌리 깊은 유교사상의 대전과 충남에서 여성운동은 연대와 투쟁의 연속이었다. 조국의 근대화라는 깃발 외에는 여성의 권리나 성평등 의제는 논의되지 못했다. 집에 불이나면 주부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미아가 발생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길가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데서 원인을 찾는 기사가 공공연히 읽히던 때가 불과 50년 전이다. 지역 여성들은 단체를 만들어 목소리를 모으고 법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성 평등과 인권을 생활 속에 실현되도록 노력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중도일보 옛 신문에 비친 여성의 삶을 쫓아가본다. <편집자주>

▲전후 여성의 지위



한국전쟁의 깊은 상처를 지닌 대전에서 여성에 대한 지위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부인에 대한 자활을 지원하는 데서 시작됐다. 2009년 발행된 '대전여성 60년'에 따르면 1954년 충남도내에서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은 1만8000여 가구에 8만9000여명이었고, 대전에서만 7000여 세대 3만4000명에 달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특정 분야 여성에 대한 보기드문 자료였다. 이들 여성과 가족을 수용해 직업지도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모자원이 전국 141곳에서 운영될 때 대전 중구 선화동에 루씨 모자원과 충남 서천의 에베네셀 모자원이 설치·운영됐다. 작업지도소를 통해 기술을 익히고 자격을 취득해 보다 안정적으로 가정을 이끌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녀정책의 전부였다. 1959년 1월 중도일보 지면에는 직장여성 좌담회를 갖고 근로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고 소개했고, 앞서 1956년 충남도보건당국이 주최한 미용사 시험에 18세부터 39세의 여성 169명이 응시했다고 보도됨으로써 사회활동을 넓혀가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여성들은 대전에서 미군부대 세탁이나 군복을 거래하고, 빈대떡과 국밥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야만 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대규모 방직제사공업이 발달했던 대전지역에서는 해방 후에도 근로여성이 많았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중노동과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인해 폐결핵, 호흡기 질환을 앓았고 이러한 여성문제는 사회에 공개적으로 드러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성단체 출범으로 본격화



대전에서 출범한 여성단체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구조를 법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인식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광복 이후 대전지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여성단체는 1946년 대전YWCA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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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YWCA 초창기 모습.  (사진=대전여성60년)
대전YWCA는 주로 문맹퇴치에 중점을 두다가 전쟁이후 전후 복구와 재건운동에 주력했다. 이후 간호협회충남지부(1953년), 한국걸스카우트충남연맹(1957년), 대한어머니회 대전연합회(1958년), 대전시여약사회(1961년)가 차례로 설립됐다. 1957년 7월 중도일보는 지면에 대한적십자사충남지사 부녀봉사대가 육군병원을 방문해 부상장병에게 위문품을 전달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1960년대 군사정부 포고령으로 여성단체들이 해체됐다가 1963년 11월 활동을 재개해 전에 없던 새로운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때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봉사, 교양, 문화활동 등이 전개됐고, 가족법 개정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지역 여성단체의 이런한 노력은 1973년 모자보건법과 1977년 가족법 개정,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불러왔다. 특히, 1966년 육영수 여사가 참석해 모금운동을 벌여 1969년 6월 개관한 충남여성회관은 부녀상담실과 도서실, 탁아소, 예식부, 강좌실 등을 운영해 지역 여성지위를 재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사회진출에 대한 시선

1964년 9월 중도일보 신문에 여성 운전사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대전에 처음으로 등장한 20대 중반의 여성운전사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1959년도에 충남도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해 이미 서울에서 4년간 운전사로 종사했고 한 달 전에 대전에 와서 충남 영331호라는 차를 운전하며 손님을 실어 나르는 유일한 여성 택시운전사라고 소개했다.

1966년12월09일 여성상담소
1966년 12월 여성상담소에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소원은 차주가 되는 것이라고 소박하게 밝혔다. 1965년 10월에는 테라타잎의 명사라며 28세 최모 양을 소개하는 기사와 사진이 신문에 게재됐다. 테라타이프는 타자기를 말한다. 최양은 제4회 전국통신경진대회에서 테라타이프 경기에서 1위라는 영예를 안았다. 청주여고 2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께서 7남매를 부양했는데 대학에 진학한 두 오빠에 학비마련을 위해 최양 자신은 휴학하고 철도국 전산원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소개돼 있다. 오빠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학교에 돌아가리라는 생각이었고, 보도가 나온 1965까지 대전철도국에서 만 10년간 근무했다. 최 양은 다른 사람이 1분간 350자를 치는 테라타이프를 470자를 오자 없이 쳤다고 한다. 이맘때 또다른 신문에 '엄마 찾는 봄철 미아'라는 기사가 있다. 길거리에서 부모를 잃어보리고 갈 곳을 못찾는 미아가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인데, 이때 기사를 보면 대전에서 1963년 3월 미아 182건이 발생해 그중 181명은 보호자에게 인계되었고 1명은 아직 아빠엄마를 못찾고 미아보호소에 있다고 전했다. 거리에서 미아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말쑥이 차려입은 어느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친구를 만나 반가워 시집갈 때 어쨌느니 미주알 고주알 늘어놓고 웃다가 옆에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잊어버려 결국에는 미아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엄마의 장광설이 미아를 낳는다고 표현했는데, 사회적 문제를 엄마의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또다른 기사에서는 대전 판잣촌에 화재가 났는데 간밤에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던 여성의 실수로 화재가 시작되었다고 원인을 단정하는 사례도 있다.

▲하나씩 갖추어간 교육시설

1950년대 교육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학교들이 많이 세워졌다. 전쟁을 피해 대전으로 모여든 어린이들을 수용해 교육하는 대전동부 서울핀란학교와 대전서부 피란학교가 운영됐고, 개성에서 피란해 온 덕명여학교(현 호수돈여자중고교)가 피란 여중학교를 개설함에 따라 피란 여중 학생의 교육을 수행했다. 1961년 12월 논산여자중학교 개교 소식을 전한 중도일보 기사를 보면 "여자 교육을 시킬려면 거리가 먼 강경, 대전 등지로 보내든 논산지방 학부형들에게 기쁜소식이 아닐 수 없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그동안 논산중학교에 병치되어 수학하든 여학생 6개 학급 366명을 분리해 개교식을 보게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전여고는 1937년 대전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시작해 1950년 대전여자고등학교로 개편했고 호수돈여자중·고등학교는 1989년 미국인 선교사가 개성에 설립한 이후 1953년 대전으로 이주해 재개교해 여성교육에 밑거름 됐다. 한밭여자중학교와 대전여자중학교는 1954년 설립됐다. '대전시 여성 60년사'에 따르면 1955년 대전시 초등학교 전체 학생 2만2480명 중 여학생은 9686명이었고, 공사립고등학교 전체 학생 4690명 중 여학생은 825명이었다. 전문직 여성을 육성하기 위해 1955년 유치원 보모를 양성하던 대전보육초급대학(현 배재대학교)이 설립인가를 받았고, 간호사 양성을 위해 1940년 대전의원 부설 간호원양성소는 1953년 대전간호고등기술학교(현 대전과학기술대)로 개편인가를 받았다. 이로써 1950년대 대전의 여성교육은 질적 양적 확대를 꾀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여성교육을 확립하게 됐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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