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 정적미가 물씬 풍기는 침산동의 유등천

[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 정적미가 물씬 풍기는 침산동의 유등천

유등천④ [뿌리공원 너머의 유등천 모습]

  • 승인 2021-10-05 08:20
  • 수정 2021-10-05 09:05
  • 신문게재 2021-10-05 8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컷-3대하천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유등천유래비', 블로그에서 겨우 찾아

뿌리공원 너머의 유등천, 자연 그대로의 모습 담아

 

KakaoTalk_20211003_190508279
대전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네거리 인근에 있는 '유등천 유래비'  신가람 기자 shin9692@
#포털 사이트,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유등천 유래비?
유등천에도 유래비가 있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포털사이트를 수소문했다. 게으른 제2의 자아가 들이닥쳤다면 출발 직전이 돼서야 유래비가 어디 있는지 검색해 찾았겠지만, 이날은 사전 조사를 미리 해둬 유등천 유래비가 있는 주소를 일찌감치 알아뒀다.

다행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장소에 관해 지도 검색으로 전부 찾아냈지만, 포털사이트나 지도 어플리케이션에도 '유등천 유래비'라고 치면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당황스러운 문구만 볼 수 있다. 그래도 명색에 지역 3대 하천의 유래비인데,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 있는 정보로 주소를 찾아야 하는 현실은 씁쓸하기도 했다.

사전에 조사한 주소(중구 안영동)로 찾아가 두리번거리니 유등천 유래비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보였고, '유등천 유래비'는 바로 그 옆에 있었다. 유등천 유래비가 있는 곳은 안영교를 접하는 뿌리공원 네거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근처에는 지역의 대표 명소인 뿌리 공원도 있지만, 바래진 유래비의 흔적들을 보고 있으니 홀로 외로워 보였다.

유등천 유래비를 벗 삼아 이곳을 기준으로 곧바로 유등천을 따라 뿌리공원 방향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사실 이날은 유등천 인근의 문화재를 찾아 나서려고 했지만, 문득 뿌리공원 너머의 유등천 모습이 궁금해 즉흥적으로 주제를 바꿨다.

KakaoTalk_20211003_190438756_03
유등천을 끼고 있는 뿌리공원의 모습 신가람 기자 shin9692@
유등천을 끼고 있는 뿌리공원의 모습은 낮에도 눈에 담기 충분한 광경이다. 이를 증명하듯 아직 주말 한 낮에는 27도~28도까지 오르는 날씨에도 뿌리공원을 찾은 주민들은 가족 단위부터 연인들까지 다양했다.

뿌리공원 너머의 모습을 궁금해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와도 뿌리공원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되돌아갔고, 뿌리공원을 넘어 계속 가려고 해도 이어지는 길찾기에 매번 실패했다.

이날은 작정하고 휴대폰으로 실시간 현 위치까지 보며 유등천을 낀 뿌리공원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뿌리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고 유등천을 따라 길이 난 곳을 따라가니 어느새 주위에는 여치 울음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뿌리공원을 등에 지고 유등천을 따라 걸은 적은 처음이었다. 가끔가다 저 멀리 사람이 보이면 반가울 정도로 주위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걷고 있는 길이 사람이 있어도 되는 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KakaoTalk_20211003_190438756_04
뿌리공원 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유등천의 모습도 장관을 이룬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KakaoTalk_20211003_190530346
뿌리공원 너머,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유등천 모습  신가람 기자 shin9692@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유등천
갑천과 대전천이 갈라지는 구간부터 뿌리공원까지 그동안 보았던 유등천의 모습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찼다면, 뿌리공원 너머 유등천의 모습은 정적미를 물씬 풍겼다.

포장하나 돼 있지 않은 길이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런 유등천의 모습이 더 정감있게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 도시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자 슬며시 이어폰을 빼고 유등천 물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귀에 담기 시작했다. 어느새 1시간쯤 걸으니 침산교가 보이는 시점부터는 유등천이 다시 구완천(舊完川, 무수동에서 발원해 유등천으로 합류하는 하천)과 갈라지기 시작했다. 구완천과의 만남은 아쉬움으로 달래고 다시 유등천 비포장도로를 곧이곧대로 걷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11003_190438756_08
침산교를 지나 유등천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는 벼가 익은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탐험가의 심정이 이랬을까. 눈에 보이는 사람이나 차량이 점점 더 없어지자 문득 어색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면 한 번씩 인간과 자연이 맺은 산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발걸음을 이어갈 이유로 충분했다.

사람들이 제철 음식을 찾듯 경치에도 그 시기가 주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이 시기에는 벼가 그렇다. 좌측에는 유등천이 흐르고 우측에는 노란 벼가 고개 숙이며 인사하니 반갑게 맞아주었다. 유등천을 제외한 다른 자연의 모습들에 이렇게 시선을 빼앗긴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새삼 가을이라는 손님이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 걸 실감했다.

KakaoTalk_20211003_211704045
중구 침산동 대전청소년수련마을까지 다다르면 그 인근에는 캠핑하는 지역주민들까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KakaoTalk_20211003_190438756_10
걸어온길의 반대편 길은 나무데크로 잘 꾸며진 산책길이 조성돼있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지나온 길도 다시 돌아보면 새로운 길
침산교를 지나고부터 경치를 보며 천천히 걷다 보니 또 1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저 멀리 텐트가 보이고 캠핑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옆에는 대전청소년수련마을(수련교)이 보였다.

한 청년이 계속 사진을 찍는 모습이 궁금했는지, 지나가던 어르신께서도 말을 걸었다. 안영동에서부터 걸어왔다고 전하자 어르신은 "아이고, 자전거 타는 사람이나 캠핑하는 사람은 봤어도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은 처음 봤네.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 해지면 여기 깜깜혀."

어르신과 기분 좋은 인사를 하고 그곳을 반환점 삼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침산교부터는 지나온 길이 아닌 반대편에서 걸음을 시작했는데, 이곳은 또 나무 데크길로 잘 꾸며진 산책길을 조성해 이전 길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듬성듬성 보이는 유등천의 모습을 따라 산책길을 걸으면 문득 벚꽃이 그리워졌지만, 아쉬운 대로 단풍을 기다리기로 한다.

이날도 계획했던 주제부터 일정까지 맞아떨어지는 것 없이 전부 틀어졌다. 이것도 이제는 익숙해진 탓인지, 손목시계를 차고 오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계획이 전부 틀어지면 어떠한가. 가끔이라도 이렇게 유등천을 따라 기분 좋은 여행의 감정을 되살리면 이것보다 값진 시간이 또 있을까. 유등천=신가람 기자 shin969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2.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3. 다목적실용위성 6호·누리호 5호 발사 앞둔 항우연 가 보니
  4. 대전지검 검사 24명 공석 등 검찰 인력유출 심각…기소사건도 2년새 43% 감소
  5.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1.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2. 대전안전공업 화재, 본격 원인조사 위한 철거시작
  3. 고유가 '직격탄' 교육현장 긴급 지원… 숨통 트이나
  4.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5.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헤드라인 뉴스


“아파트 옮겼으니 퇴직금 없다”… 경비노동자 울리는 용역구조

“아파트 옮겼으니 퇴직금 없다”… 경비노동자 울리는 용역구조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60대 A 씨는 지난해 경비용역업체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퇴사했다. 3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을 반복해 온 탓에 계약 종료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문제는 퇴직금이었다. A 씨는 같은 업체 소속으로 1년 5개월 동안 근무했지만, 업체 측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업체 요청에 따라 두 곳의 아파트에서 각각 9개월과 6개월간 근무했는데, 업체는 "각 아파트 근무기간이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A 씨는 퇴사 이후 한동안 문제를..

이 대통령 "소풍·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각별히 신경써달라"
이 대통령 "소풍·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각별히 신경써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초·중·고교의 소풍과 수학여행 기피 현상을 거론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관련해선 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청 과정에서 세밀하게 살필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 회의에서 "공교육 정상화는 학생은 물론 교육의 또 하나의 주체인 교사의 인권과 권위도 보호되는 데에서 출발한다"며 최근 잇따른 교사의 인권과 교육활동 침해 사건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서는 과중한 행..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