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오래된 공간을 다시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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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오래된 공간을 다시 쓰는 법

임윤택 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학장

  • 승인 2021-12-07 18:19
  • 신문게재 2021-12-08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윤택 교수
한밭대 임윤택 교수
도시는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아침에 나갔던 식구들이 저녁때 집으로 모여들어 서로 다른 형태의 삶을 꾸려나갔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에서는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마다 내일이라는 희망을 곱씹으면서 견뎌내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썰렁하기도 했지만 도시의 뒷골목에서는 가장들과 청년들이 하루하루 힘든 일상을 털어놓곤 하였다. 우리 각자의 삶의 궤적이 다른 것처럼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면서 도시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태도 바뀌어 왔고, 지금도 바뀌고 있다. 한곳에 모여 살던 3대는 요양원과 원룸으로 흩어지고 사람들은 도시 외곽의 전망좋은 카페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일은 장소를 가리지 않을뿐더러 퇴근 후에도, 학업중에도 계속된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생활이 변화하면서 공간의 쓰임새도 달라졌다. 판교와 같은 수도권의 몇몇 거점들에 자본과 인력이 모여들 뿐, 제조업은 도시 외곽에서조차 떠나(도시의 확산으로 밀려난 점도 있다) 지방의 소도시나 해외로 이전하였다. 원도심 상업지역의 오피스와 대형 상업시설에는 일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찾는 젊은이들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유동자금이 확대되면서 입지가 좋은 아파트의 가격은 올라가고, 경제력이 부족하면서도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젊은 층들은 주거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의 원룸을 기웃거린다.

도시 곳곳에서는 어떤 자산보다 부동산의 수익률이 높았던 개발시대의 기억에 기대어 또 다른 경제적 활력(돈벌이)을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으로 자신들의 건축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노후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산업단지에는 복합화를 목표로 주거와 상업기능을 도입하는 재생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원도심에서도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낡은 저층 건축물이 밀집한 상업지역에는 사실상 아파트인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이들의 문제는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발전은커녕 대부분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면서까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원칙없는 개발은 도시경관이나 밀도관리는 물론 주변에의 일조권이나 조망권 침해와 같은 일차적 문제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일정 규모 이하의 개발사업은 기반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현행 법령 때문에 도로나 학교 등에 대한 부담을 하지 않는 선에서 개발규모를 결정한다. 이들이 모이면 도시 전체적으로는 교통이나 교육, 의료시설의 부족이 예상되지만 일차적으로 부담할 주체는 없고 결국은 세금을 통하여 시민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도시재생사업은 해당 지역의 기능을 재생시켜야 가능하다. 도시재생을 통한 상업지역의 활성화는 상업, 업무기능의 공간적 집적을 유도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옛 추억이나 특징적인 기념물 등을 소재로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주변 지역의 중심기능이 살아나지 않을 때 원도심의 재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원도심이 그동안 발전해 온 이유는 그곳에서 일하고 접촉하고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들로는 원도심의 정주환경만 어렵게 만들 것이다. 재택 및 유연근무가 확산되고 온라인쇼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도심의 기능을 재편하는 노력이 없으면 원도심의 재생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주거단지의 재생도 마찬가지이다. 노후주거지의 밀집지역에서는 커뮤티니의 재건과 동시에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들을 확충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그들의 소득을 기반으로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이 결합되어야 한다. 공공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노후아파트의 재생은 주변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키면서 그들 스스로 주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도시문제의 화두는 '도시재생'과 '스마트시티'이다. 하나는 그동안 오래 써서 낡아진 공간을 다시 살리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을 가지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원도심을 재개발하는 동시에 외곽에 더 큰 신도시를 건설해 왔던 그동안의 발자취를 다시 보는 듯 하다. 첨단 신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쇠퇴한 옛 공간들이 다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공간의 기능을 재편하고,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공간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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