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역사에도 '디폴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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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올랑 새책] 역사에도 '디폴트'가 있다

한권으로 읽는 세계사, 감각과 사물

  • 승인 2022-02-02 13:49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한권
▲게티이미지뱅크
역사는 드라마나 영화나, 책의 단골 소재다.

조선의 건국사, 왕의 나라에서 신하의 나라로 바뀐 두번의 반정과 최초의 한반도 통일 등 역사에서는 늘 그 '역사적' 사건으로 역사가 생기고, 오늘에 영향을 준다.

늘 가장 흥미로운 소재이자 현재의 거울인 탓에 가끔은 패자의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기도 하고, '가정'을 통해 다양한 방법지 안에서의 결과의 의미를 보기도 한다.

'한권으로 읽는 세계사(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 나무사이 펴냄, 236쪽)'는 이렇듯 세계사 중심부를 관통하는 13개 명장면과 질문을 통해 장대한 세계사의 흐름을 한권으로 정리한다.

요절한 알렉산드로가 오래 살았다면 광활한 제국은 더 번성했을까?, 예수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일본이 존재 했을까의 물음은 당시의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작가만의 방식으로 역사를 해석한다. 반복되는 역사는 현재의 지침서가 된다.

'한권으로 읽는 세계사'가 역사를 통해 여러 상황을 분석해 낸다면 '감각과 사물(김은성 지음, 갈무리 펴냄, 352쪽)'은 도덕, 시민권, 권력, 공간 등을 감각과 사물이라는 새로운 코드로 해석한다.

감각을 통해 시대를 읽어낸 방식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반지하 집의 습한 벽지를 타고 배어나오는 축축한 시멘트 냄새가 계급 불평등을 상징하고, 극 중 박사장이 그들에게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 자연적이며 자유롭지 않고, '사회 질서속에서 훈련되고 규율된다'고 정의하는 책은 사물을 매개로 한 감각이 정치와 권력을 행사하고, 경제적 삶에도 미친다고 말한다.

역사와 현재를 해석하는 두 책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그 상황을 위한 전제, 시스템이 있었다는 점이다. 디폴트(기본값)처럼 결과론적으로 그 같은 주변상황과 시스템이, 그리고 사회가 역사와 지금의 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한권으로 읽는 세계사=서른 세살의 나이로 요절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 짧은 삶속에서 변방의 마케도니아를 세계에서 가장 광대한 제국을 만들었다. 그래서 만약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역사의 한 축이 지금과는 다르게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은 모든 역사학자들이 갖는 궁금증이다. 하지만 사실 알렉산드로스가 오래 살았어도 알렉산더 제국이 더 광활한 영토와 문명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변방의 마케도니아가 빠르게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변방에 머무른 탓에 무사안일 대신 '도전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필리포스 2세에서 알렉산드로스 3세로 이어지는 위대한 군주의 출현으로 잠재력과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여기에 인더스 문명과 오리엔트 상업망에서 시작해 페르시아가 공들여 정비한 장대한 교통망이 있었기에 알렉산드로스의 대규모 군대가 빠르게 진군할수 있었다고 말한다.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체제와 지식, 경험 등이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알렉산더 제국으로서는 알렉산드로스가 오래 살았어도 광대한 영토를 오래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역사는 모든 주변 상황과 우연같은 필연이 빚어낸 불가항적인 결과라는 셈이다.

저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비롯해 일본의 부흥과, 영국의 비약적인 성장,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증기선의 등장 등 역사적으로 세계사 중심을 관통하는 13개 명장면을 통해 명쾌하게 정리한다.



▲감각과 사물=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나 조지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길'은 모두 하층 계급에 대한 편견과 무시를 냄새로 표현한다. 계급 불평등에 후각적 차원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감각은 본능적이고 정신과 문화와는 별개라고 말한다.

'감각의 사물'은 이 같은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권력에 연루된 시각과 청각인가에 따라 감각 권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고찰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고, 듣고, 마지는 것은 우리 마음대로가 아니라, 사회질서속에서 훈련되고 규율된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것이 감각을 통해 구현되고, 사물을 매개로 실천된다고 말하는 '감각과 사물'은 서로 다른 감각에 따라 권력의 실천도 달라지고, 새로운 사물의 출현으로 정치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도덕, 시민권, 권력, 공간, 정치, 경제의 개념을 감각 또는 사물로 새롭게 구성하고 도덕과 인격의 물질성, 장소 도덕, 소리시민권, 감각권력, 공간권력, 물질정치 등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는 '감각과 사물'은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주요 사회적 의제를 새로운 코드로 해석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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