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42]제천의 옛 국악단 지휘자급 간부 ‘이태흥 제적등본·족보’ 분석

[10년간의 취재기록-42]제천의 옛 국악단 지휘자급 간부 ‘이태흥 제적등본·족보’ 분석

제천군지 기록 '이춘흥(李春興)'은 '이태흥(李泰興)'의 오자
본보 단독취재 고증 결과, 같은 인물로 확인…이태흥은 실존 인물
"이름 가운데 한자 泰를 제천군지 출판과정에서 春으로 잘못 옮겨 적어 발생한 오류"

  • 승인 2022-02-21 09:16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이화연 선생
'언론에 첫 모습 드러낸 4대 후손'…제천 대규모 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1893년) 단원이자, 속수승평계(1918년) 단원 43명 중 서열 2위였던 '이태흥(李泰興·1871~1940년) 4대 후손(後孫)인 증손녀 이화연(여·67) 선생. 이 선생은 "어릴적 방에서 가야금과 아쟁, 거문고, 해금 등을 눈으로 직접 봤다"고 설명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춘흥이냐, 이태흥이냐'.

제천 대규모 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1893년) 단원이자, 속수승평계(1918년) 단원 43명 중, 서열 2위였던 인물은 바로 '이태흥(李泰興·1871~1940년)'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태흥' 직계 4대 후손(後孫)인 증손녀 이화연(여·67) 선생의 증언, 그리고 가족관계 문서, 즉 제적등본과 '전의 이씨 족보' 등을 분석한 결과다.

제천군지(1969년 제천군지편찬위원회 편찬) 안, 속수승평계 명단에 기록돼 있는 이태흥의 주소는 제천군 금성면 교리(행정적인 주소)인데 본래 청풍도호부 동면 교동이다.

증손녀가 말한 이태흥 인물을 제천군지는 청풍승평계와 속수승평계 명단에 각각 '이춘흥(자:악삼·1872년생)'과 '이태흥(자: 악삼·1872년생)'으로 기록해 혼란을 줬다.

이태흥의 이름 가운데 한자 '泰'를 제천군지 출판과정에서 '春'으로 잘못 옮겨 적어 발생한 오류라고 판단된다. 한마디로 단순한 '오자'인 셈이다. 따라서 이태흥을 이춘흥으로 기록한 제천군지의 청풍승평계 기록은 이젠, '이태흥'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제적등본
이태흥-이화연 선생 가족, '제적등본'으로 본 가계도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제천군지의 청풍승평계 명단에는 이태흥의 중간 이름 한자가 '봄 春(춘)'자로 기록됐지만, 제천군지의 속수승평계 명단에는 '클 泰(태)'로 기록됐다. 언뜻 비슷한 한자로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날 일(日)'과 '물 수(水)'로 차이가 있다.

이같은 오류 기록은 이태흥-이화연 선생 가족의 제적등본이 본보 취재에 의해 처음으로 80여년 만에 뒤늦게 발견되면서 올바로 고증될 수 있었다.

이 제적등본을 보면 이화연 선생의 증조할아버지 이태흥(1871~1940년) 이름이 나온다. 제천군지의 속수승평계 기록과 제적등본의 기록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다만, 제천군지에 적힌 1872년 출생 기록과 1년 차이가 날 뿐이다.

이태흥-이화연 선생 가족의 '전의 이씨 족보'는 제천군지·제적등본과 조금 다르게 표현했을 뿐, 거의 같은 내용이다.

전의 이씨 족보를 보면 이화연 선생의 아버지는 이장세(금복), 할아버지 이성노(동길), 증조할아버지 이근하로 돼 있다. 족보상의 이름 이근하 옆 칸에 자(字)는 악삼(樂三), 호(號)는 태흥(泰興)으로 기록돼 있다. '악삼(樂三)'이라는 표현은 제천군지의 청풍승평계 명단과 속수승평계 명단에도 기록돼 있다. 또 족보의 태흥이라는 호는 제천군지 속, 속수승평계 명단과 제적등본 기록과 일치한다.
족보-1
이태흥-이화연 선생 가족, '전의 이씨 족보'로 본 가계도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그렇다면 '전의 이씨 족보'와 '제적등본'에 기록된 이름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태흥-이화연 선생 가문은 '근, 노, 세'라는 돌림자(항렬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를 썼는데, 이를 족보에 기록했고 이근하의 아호 '태흥'을 적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천군지에 기록된 청풍승평계 명단에서 이춘흥이라는 이름은 이화연 선생 족보·제적등본에 기록된 이태흥과 동일인이다.

다만 이태흥의 '생졸(生卒)'이 1~2년 차이로 다른데 당시 '신고 일자 미루기' 등 행정관청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 차이는 이해가 된다.

류금열 제천 향토사학자는 "제천군지와 이화연 선생의 족보 등에서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 것 같은데, 결국 같은 인물"이라며 "단순한 오자로 보이고 무엇보다 '이태흥' 이라는 인물이 본보의 열정적인 취재에 의해 뒤늦게 명확히 밝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노재명 국악학자는 "제천군지가 출판된 1969년에는 지금처럼 컴퓨터 공정이 아닌 활자를 하나하나 조합하는 활판인쇄로 발간됐다"며 "출판과정에서 유사한 글자들을 혼동해 오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노 학자는 이어 "청풍승평계 고문서에 있는 '泰'자를 '春'자로 잘못 판독해 활자 조합 시, 실수로 인쇄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이태흥은 예명이자 호적명이고 이근하는 족보상 본명, 이악삼은 아명처럼 보이는데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악(樂)'자가 포함돼 그리 불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학자는 특히 "이태흥의 제적등본에는 1871년생, 제천군지에는 1872년생, 족보에는 1873년생으로 돼 있다"며 "족보는 후대에 정리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을 수가 있으며 호적의 출생 기록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제천군지에 실린 청풍승평계 명단의 고문서는 이태흥 생전에 직접 구술해 기록된 것일 가능성이 있어서 이태흥의 실제 출생시기는 1872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태흥의 별세 시기는 족보에 적힌 1941년보다는 호적에 기록된 1940년이 맞을 거라고 보는데 왜냐하면 일제 말기의 사망 공식 문서기록은 거의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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