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예술, 그 특별한 힘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예술, 그 특별한 힘

홍선희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 승인 2022-05-10 16:39
  • 신문게재 2022-05-1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홍선희 관장
홍선희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가까이 두는 그림책이 몇 권 있다. 그중 하나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햇살 따뜻한 돌담 아래 사는 들쥐 가족 이야기이다. 겨울이 오기 전 들쥐 가족은 부지런히 먹을 양식을 모으고 저장한다. 오직 프레드릭만이 햇살 아래 오도카니 앉아있다. 알록달록 색깔을 모으고 햇살을 저장하고 이야기를 비축한다. 프레드릭은 '일하는 중'이다. 긴 겨울이 닥치고 먹을 것도 바닥나 재잘거림도 잦아들 무렵, 들쥐들은 궁금하다.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프레드릭'. 프레드릭은 지난 가을 모아놓은 환한 햇살, 찬란한 빛깔 그리고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프레드릭, 너는 시인이야' 감탄한 친구들이 말한다.

'개미와 배짱이'로 길들여진 관점의 전복이 신선하다는 고백이 있는가 하면 몽상가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내비치는 현실파도 존재하는 독후감들과 달리 나에게 '프레드릭'은 개인의 미적 경험과 창조적 행위가 공동체에 수용되고 포용과 연대가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멋진 은유로 읽힌다. 예술의 가치, 그 특별한 힘을 어떤 이론이나 연구보다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예술의 가치는 인류의 오랜 탐구 주제였다. 우리의 먼 조상이 동굴에 벽화를 그린 이래, 인간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예술에 대한 정의와 더불어 인간 사유의 최전선을 차지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의 효과를 카타르시스, 즉 인간 영혼의 정화로 꼽았다. 톨스토이는 예술은 감응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실증적 파악을 시도 했던 영국예술위원회는 2006년 대토론회를 개최한 결과로 예술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 역량이고 삶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며 예술외적 다양한 맥락 속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중요성을 제시했다.

영국의 예술과 인문연구위원회(Arts & Humanities Research Council)가 3년간 수행한 문화가치프로젝트(Cultural Value Project)를 마치고 2016년 발표한 결과에서도 예술과 인간 삶의 긍정적 상관성을 읽을 수 있다. 예술의 개인적 경험에 주목한 연구 결과 중 유의미한 결과를 정리하면 첫째, 문화예술의 향유는 성찰적 개인을 형성한다. 자신의 삶에 더 깊은 이해를 촉진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감 제고, 인간의 경험과 문화의 다양성을 깨닫게 함으로 성찰에 이르게 한다. 둘째, 참여적 시민을 만든다. 시민적 행동의 제고와 대안의 제시 등 폭넓은 상상력으로 민주주의 기초인 참여적 시민을 만든다. 셋째, 교육과 관련 자신감, 동기부여, 문제해결력, 소통의 기술 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림책으로 돌아오면, '프레드릭'은 예술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돕고 공동체에 활력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예술은 특별한 힘, 가치가 있다고 이 사회구성원이 동의하고, 지향하는 최소 지점을 그림책은 잘 포착했다.

그러나 그림책 속 프레드릭의 '양식'이 오랫동안 잠재적 가치 상태로 있던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예술은 존재 자체로 자신이 지닌 힘,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다. 누군가 알아보고 삶으로 소환해 향유하는 맥락 속에서 결국 수용자와 관계 맺고 영향을 발휘하는 순간에야 존재가 확인되고 가치가 드러난다. 친구들이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묻는 관심의 순간이 가치의 폭발을 유도하는 화학작용의 시작이다.

예술의 특별한 힘을 경험하면 삶이 변화한다. 프레드릭과 그의 친구들처럼. 예술 속에 숨은 힘을 불러내고 마주하는 기회와 시간이 우리 삶에 더 자주 있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남동구, 2026년 이렇게 달라집니다
  2.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항, 전국 단위 체류형 관광단지로 키워야
  3. [썰] 박범계, '대전·충남통합시장' 결단 임박?
  4. "두 달 앞둔 통합돌봄 인력과 안정적 예산 확보를"
  5. [건양대 학과 돋보기] 논산캠퍼스 국방으로 체질 바꾸고 '3원 1대학' 글로컬 혁신 가속페달
  1. 모교 감사패 받은 윤준호 한국스마트혁신기업가협회장
  2. 갑천 물고기떼 사흘째 기현상… 방류 가능성까지 제기
  3. 홈플러스 문화점 결국 폐점... 1월 급여와 설 상여금도 밀린다
  4. ‘자동차세, 1월 연납하고 할인 받으세요’
  5. 사랑의열매에 센트럴파크 2단지 부녀회에서 성금 기탁

헤드라인 뉴스


충청 온 여야 당대표 대전충남통합 놓고 기싸움 팽팽

충청 온 여야 당대표 대전충남통합 놓고 기싸움 팽팽

충청 출신 여야 당 대표가 14일 일제히 지역을 찾아 대전·충남통합 추진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두 광역단체의 통합이 충청발전과 국가균형성장의 목적에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특별법 국회 통과와 명칭 문제 등에는 서로 각을 세우며 통합 추진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나란히 충청을 찾아 각기 일정을 소화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를 차례로 만나 정책협의를 이어갔고, 정 대표는 충남 서산에서 민생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신혼집 전세 매물이 없어요"… 충청권 전세 매물 급감
"신혼집 전세 매물이 없어요"… 충청권 전세 매물 급감

#. 올해 6월 결혼을 앞둔 A(35) 씨는 신혼집에 대한 고민이 많다. 대전 내 아파트 곳곳을 돌고 있는데 전세 매물이 없어서다. 서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엔 전세 매물이 나오자마자 이른바 '묻지마 계약'을 해야 구할 수 있다 말까지 나올 정도다. A 씨는 "결혼 전에 전세로 들어갈 집을 찾는데, 마땅한 매물을 찾기 어렵다"며 "예비 신부와 상의하는 틈에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매물이) 빨리 빠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청권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세종은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섰고, 대전과..

군수가 13평 월세 30만 원 집에서 8년이나 살았다고?
군수가 13평 월세 30만 원 집에서 8년이나 살았다고?

1조 원대 살림을 이끌며 충남 최초로 농민수당 지급을 실현한 박정현 부여군수는 재임 8년 내내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의 임대주택에서 생활했다. 군정 성과의 규모와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이 선택은 지역사회 안에서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정현 부여군수의 지난 8년은 대규모 재정을 운용하며 굵직한 정책 성과를 쌓아온 시간이었다. 동시에 그의 생활 방식은 군정의 규모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꾸준히 회자돼 왔다. 행정 책임자의 삶의 선택이 정책 못지않은 메시지를 던진 사례로 읽히는 이유다. 박 군수는 재임 기간 동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화재 조심하세요’ ‘겨울철 화재 조심하세요’

  • 이장우 대전시장 만난 장동혁 대표 이장우 대전시장 만난 장동혁 대표

  • ‘자동차세, 1월 연납하고 할인 받으세요’ ‘자동차세, 1월 연납하고 할인 받으세요’

  • 대목에도 한산한 꽃시장 대목에도 한산한 꽃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