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
그의 다음 행보에 따라 대전 정치지형이 뒤바뀔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2년 뒤인 2024년 22대 총선이 예정된 만큼 허 시장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현재 허 시장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겠단 입장이지만, 지역 정치권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두며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허 시장에게 지선 낙선은 뼈아프단 분석이 많다. 탄탄대로를 걷던 정치 여정이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앞서 허 시장은 재선 유성구청장을 지낸 뒤 단숨에 대전시장직을 꿰차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올라섰다. 자연히 인지도와 영향력, 상징성을 두루 높여 개인 역량은 물론 자신의 세력도 구축해 '허태정계'가 새로운 정치 주류로 떠올랐다.
이번 지선은 그에게 세력 확장의 발판이 되는 첫 관문이었다. 첫 연임 시장에 올라 정치적 입지를 더욱 다져 2년 뒤 총선에서 허태정계 진출을 뒷받침하는 좋은 기회였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장우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2.39%p 차로 패배해 또 다른 활로를 찾는 '플랜B'가 필요해졌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의 모습. |
도전지는 '유성을'을 꼽는 이들이 많다. 유성이 허 시장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또 현역인 이상민 의원과의 경쟁도 해볼 만하다는 게 지지자들의 의견이다. 허 시장은 4년 전 대전시장 경선에서 이상민 의원을 꺾은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딱히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나타나지 않아 본선 경쟁력도 충분하단 평가다.
다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금지'가 적용되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지역에선 6선의 박병석(서구갑), 5선의 이상민(유성을), 3선의 박범계(서구을) 의원이 대상이다. 혁신안이 시행될 경우 허 시장은 현역 중진들과의 당내 경쟁 없이 서구 진출을 넘볼 수 있게 된다.
판을 흔들고 세력 확장의 측면에서 다른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나온다. 유성을은 허 시장에게 안전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길이란 점에서 정치적 모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안전한 유성을엔 측근 인사가 나서고, 자신은 다른 지역구에 도전해 '1+1(원 플러스 원)'을 노릴 수도 있다.
민주당 모 인사는 "허태정 시장이 비록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내후년 총선과 맞물려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며 "총선 일정을 고려해보면 사실상 내년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휴식을 취하면서 추이를 살핀 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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