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6.1 지방선거 필승결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대전 민주당 주요 인사들. [사진=이성희 기자] |
일부 당원들이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공론화하며 현역 국회의원과 기존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역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을 위한 목적이라지만,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세력다툼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아 당이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최근 민주당은 지방선거 완패 후 내홍을 겪고 있다. 계파 갈등이 주된 원인으로, 친명계(친이재명)와 친문계(친문재인)가 8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수박 논쟁'으로부터 시작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지선 책임론을 고리로 갈등이 번지는 양상이다.
일부 당원들은 최근 SNS를 중심으로 지선 패배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패배 원인을 명백히 짚고 책임질 사람을 가려 당을 쇄신하자는 내용이다. 오광영 대전시의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오픈카톡방을 실명제로 운영해 단합된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개혁성향 당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패배 원인으론 사천논란을 빚었던 공천문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미비했던 역할, 시장과 구청장 캠프 간 유기적이지 못했던 관계, 최대 전략지인 서구를 빼앗긴 점을 들고 있다. 대상을 공개적으로 특정하진 않았지만, 현역 국회의원과 일부 후보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천문제는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황운하(중구) 의원과 사천논란을 빚은 장철민(동구) 의원, 서구의 경우는 박병석(서구갑) 전 국회의장과 박범계(서구을) 전 법무부 장관이 조준 대상이다. 박영순(대덕) 의원은 시당위원장으로서 선거 전반에 대한 책임, 조승래(유성갑) 의원을 향해선 당 전략기획위원장임에도 지역 판세를 제대로 잃지 못했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당내에선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패배를 수습하고 합심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당을 갈등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쇄신과 반성은 필요하지만, 이들이 제기하는 책임론이 순수한 의도가 아닌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적 목적이 짙다는 의견도 나온다.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존세력의 영향력을 축소해 전대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류로 성장하는 기회를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책임론을 제시하는 쪽에선 친명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의원 제도 폐지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고, 이번 시당위원장 선출을 직선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모 인사는 "지방선거 완패로 지방 권력을 빼앗긴 마당에 당 내부 상황이 패배 수습보단 갈등과 주도권 다툼으로만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중앙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꾸린 듯 지역 차원에서도 현 상황을 수습하고 2년 뒤 총선을 준비하는 기구가 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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