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과학계의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과학계의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영섭 박사

  • 승인 2022-07-07 17:55
  • 신문게재 2022-07-08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이영섭_반명함
이영섭 선임연구원
최근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스페셜리스트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여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반면에 제너럴리스트는 '이것저것 건드리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든다.

우리는 통념적으로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한다. 옛말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 경력을 쌓아가다 보면 생각과 달리 주변의 일들을 이것저것 건드리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명확한 전문분야가 없는 제너럴리스트는 쉽게 대체 가능한 인력일 뿐인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 툴레인대의 제니퍼 멀루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외로 스페셜리스트들이 비슷한 자격의 제너럴리스트에 비해 취업확률과 연봉에서 35% 가까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제외하면 오히려 비슷한 수준의 전문가가 많이 있으므로 특별한 장점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물론, 해당 연구는 최상위권 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투자은행에 취업한 졸업생을 대상으로 수행되었기에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제너럴리스트의 넓은 시야와 소통 능력이 특별한 장점이 될 수 있음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는 제너럴리스트를 단순히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넓은 시야와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과학자에게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란 무엇일까? 과학자에게도 스페셜리스트가 가지는 전문성은 가장 기본적인 덕목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전문적 역량과 식견을 바탕으로 과학 분야 3대 학술지인 Nature·Science·Cell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과학계에 몸을 담은 모든 연구자의 목표이다. 동시에 제너럴리스트가 가지는 통섭과 창의도 과학자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여러 분야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수행되는 '융합 연구'는 수십 년간 과학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융합 연구를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 간 협력이 늘어나면서, 두 분야의 용어, 환경, 접근방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링커(Linker)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과학계에서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논의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이후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자원이 등장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빅데이터에 단순히 전통적 통계분석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되는 환경, 형태, 맥락, 흐름을 고려해 솔루션을 도출하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가 생겨나면서, 생물학, 의학, 통계학, 인문학 등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 외에 적정 수준의 분석 기술과 도메인에 대한 실무적 지식, 그리고 타 분야와의 소통 능력이 갖춰진 제너럴리스트에 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쯤 되면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스페셜리스트는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타 분야에 대한 이해를 키워야 하며, 제너럴리스트는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를 더해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T자형 인재를 지향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코리아의 1호 데이터 과학자인 차현나 박사는 문과생 출신으로 보통의 인문계 출신에 비해 뛰어난 분석 기술과 데이터 엔지니어에 비해 높은 인문학적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경험이 스페셜리스트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현재 그는 KT경제경영연구소를 거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데이터랩의 리더를 맡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이처럼 전문성과 통섭 역량을 갖춘 IT-BT-한의학 융합인재를 육성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한의융합의학'전공 석·박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7명이 이 과정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이 인력들이 '링커'로서 한의과학계 성과 창출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2.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3.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4. 대전대학교 대전광역시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가족·돌봄 지원 협력체계 구축 공동협약
  5.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1. 건양대, 로고스AI와 손잡고 ‘데이터 주권 AI’ 인재 양성
  2. 우송정보대 앵커사업단, 산학연 EXPO서 현장형 인재양성 성과 공개
  3. [대전노인신문] 노인대학 강의가 열리는 날
  4.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5. ‘가갸날’에서 한글날까지 100년…대전·세종에서 즐기는 한글날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시가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을 월 3만원 한도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지원 한도를 넘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방식도 현재 사실상 무료 이용에서 본인이 교통비를 먼저 결제한 뒤 이용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고령층의 체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어르신 무임교통카드 이용자는 모두 11만 1997명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교통비 이용액은 2만 858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 3만 원을 초..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5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일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까지 나오면서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그동안 누적돼 온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는..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