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선진국의 조건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선진국의 조건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2-07-21 16:43
  • 신문게재 2022-07-2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얼마 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누리호의 발사 과정을 온 국민과 함께 지켜보며 축하했다. 바로 옆 연구소에서 추진하는 일이라 더 마음이 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주 탐사와 핵융합 연구에는 공통점이 많아서이기도 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에 진입했다고 한다. 그 일곱 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국제 핵융합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ITER에 참여하고 있는 일곱 개 나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로켓 발사와 핵융합로 개발에는 많은 예산과 장기간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연구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간 꾸준하게 미래를 위해 투자한 나라들만 얻을 수 있는 과실이라는 뜻이다. 이는 또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정도로 현재의 국력에 여유가 있어야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우리나라는 그런 여유가 있는 국가일까.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그래서 일부는 여전히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핵융합에 우리의 미래를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더구나 지금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경제뿐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만약 핵융합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곱 개 나라라고는 하지만 유럽연합에 소속된 나라들을 따로 세면 35개국에 달하는데,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꼽을 수 있는 나라들은 거의 다 우주와 핵융합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로 따져도 10억이 넘는 중국과 인도가 포함되어 있어서 전 세계 인구의 삼 분의 일 이상이 포함된다. 국토 면적으로 따져도 만만치 않다. 어느 면으로나 우리나라가 저 그룹 안에 속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국민의 노력으로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입지전적인 나라다. 다른 여유로운 나라들과 과학 강국으로 가는 전략이 다를 수는 있다. 조금 더 적은 예산으로도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위치를 유지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힘들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ITER 참여국이 반드시 내야 하는 분담금과 KSTAR라는 단 하나의 실험용 핵융합로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만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액수만 따지면 다른 기초 과학 분야와 비교해 큰 금액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예산이 줄어든다면 핵융합 개발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여 선진국이 먼저 핵융합을 개발하면 후발 주자로 따라잡는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따라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치열해지는 특허 전쟁으로 인해 일단 선점당한 기술력을 극복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게 자명하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에게 기술료를 내며 핵융합로를 운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기술 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선도 그룹에 속해 있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힘들게 이룩한 선진국이라는 입지를 핵융합이 개발된 미래에는 도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에 관한 인터뷰를 읽어 보며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이 모두 자체 기술에 의해 수행됐다'라는 점이었다.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건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서로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선도 그룹에 속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돈을 주고 기술을 사 오게 되는 경우는 이를 자체 기술로 만들 수 없다. ITER 참여와 독립적인 실험이 가능한 핵융합로 운영은 핵융합 실증 자체 기술 확보에 필수적이다. 비록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러한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력이 있다고 믿는다. 남용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4. 스토킹 피해 신고했던 전 연인 살해 40대 구속
  5. 대전혁신센터, 스케일업 투자지원 민간운영사 업무협약
  1. 대전시의회, 이효식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2.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3. '양성자 암치료센터' 건립 나선 세종, 중부권 첨단의료 거점 노린다
  4. '충효예 정신' 충남 교육현장에 본격… ‘사랑의 일기’는 축소 운영
  5. 박수현 충남지사, 'UNDP AI 허브' 충남 유치 사활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가 맞물리면서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11월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사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시험대에 함께 오르면서다. 여기에 세종시 재정 문제와 얽힌 핵심 법안까지 일몰을 앞두고 마지노선에 봉착하면서 정기국회 내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예산 심사에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안을 다루게..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의 미래 산업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점인 '대전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28일 14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서 공식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 과정은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네이티브 과정(5개월)과 인공지능 올인원 과정(18개월)으로 운영된다. 대전시와 진흥원은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 AI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이끄는 한편, 대전시는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