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감성으로의 성장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감성으로의 성장

한기온 전 대전봉명중학교 교장

  • 승인 2022-09-29 10:22
  • 신문게재 2022-09-30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사진(한기온)
녹음 짙은 숲이 여름날의 겉옷이라면 산등성이는 몸이고 계곡의 물은 여름의 영혼이다. 아름다운 초록의 숲속에서 산줄기 따라 새하얗게 흘러가는 계곡물을 떠올려 보라. 그것은 열심히 일하여 결과를 기다리는 순수한 농부의 마음과 같으며, 해맑은 소녀가 세수한 민낯 볼의 물방울과도 같다. 그래서 시공간을 초월한 계곡물의 맑고 순수함의 정신을 그 무엇에 견줄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사물을 보는 감성이란 외계의 대상을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능력이라고 볼 때, 감성으로의 성장은 최고 가치의 선을 실행하기 위한 인격을 육성해 준다. 그래서 감성으로의 성장 효과는 인간의 인식능력으로 얻게 되는 마음을 가져, 풍부한 의미를 발현하므로 상상력, 지성, 감수성, 사랑, 배려, 이해, 존중, 소통, 공감, 협동, 대인관계 역량 등을 길러줄 수 있다. 그러므로 감성은 인간의 행동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눈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어도 눈물에 담긴 슬픔의 무게는 누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알아낼 수 있을까? 측정 가능한 수치와 계산은 우리에게 심리적 안전함을 제공할 뿐, 성숙함을 주진 못한다.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측정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안전함의 '감성'이다. 감성은 그 크기와 무게가 아니라, 단 한 방울의 존재감만으로 우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우리는 그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참모습을 조금씩 발견해 갈 수 있으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감성으로의 성장은 어느 교육보다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한 학생들은 공감과 소통 능력이 배양됨으로써 감성으로의 성장하게 되어 사회에 긍정적으로 적응하게 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절제 있는 생활 태도와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어 감성으로의 성장이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잘못 놓인 그릇에는 억수 비가 내려도 물이 담길 수 없고, 제대로 놓인 그릇에는 가랑비에도 물이 담기는 것처럼.



그래서 그러한 학생이 성인이 되어 절망하고 바람 잦은 생활상의 모습들로 배추의 아랫잎처럼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가지기 전보다 있다가 없어졌을 때의 고통을 더 못 견디고 상실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성인의 뒷모습은 어려서부터 살아온 그 사람의 성숙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다. 그러하기에 어린 시기부터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 감성으로의 성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느 날 여름에 산 계곡 끝을 뒤로하고 지나갈 때였다. 무엇인가 잊고 가는 것 같아서 뒤가 자꾸 돌아 보였다. 어른거리는 것을 확인하려고 발을 멈춘 순간, 토란잎 저 안으로 숨는 것이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다. 그때 들켜 버린 알몸이 부끄러워 이쪽을 향해 쏘아대는 이슬방울로부터의 무지갯살이 비추고 있었다. 어느새 이슬방울은 수줍은 얼굴을 붉히면서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이슬방울은 나에게 마음을 흔드는 감성으로의 성장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 숲이 짙푸른 녹색으로 변화하고 장미꽃이 만개하는 시절에서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나는 자연을 보며 감성적인 마음으로 숲속의 오솔길을 사색해 보며 걸어 본다. 단풍으로 변화하는 숲속의 순수하고 새하얀 계곡물을 보고 그냥 흘러가는 세월로 보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는 이치로 깨달으며, 길가의 장미를 그저 가시만 바라보는 외로운 마음이 아니라 가시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의 미학을 탐색해 보는 감성을 갖고 싶다. 모든 사람이 이런 감성으로의 성장을 참따랗게 가져보면 어떨까.
한기온 전 대전봉명중학교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3.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4.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5.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1.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4.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5.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헤드라인 뉴스


조종사 부족으로 7년째 야간비행 못한 산불진화헬기 `논란`

조종사 부족으로 7년째 야간비행 못한 산불진화헬기 '논란'

산림청이 약 1220억 원을 투입해 도입한 대형 산불진화헬기 'S-64'가 야간 비행 자격을 갖춘 조종사 부족으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마련한 '최첨단 헬기'가 7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낮 시간대 운항에만 머물러 있는 셈이어서 관리 부실 논란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