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작가, 2022 BIFA서 사진집 '여인숙' 동상 수상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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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 작가, 2022 BIFA서 사진집 '여인숙' 동상 수상 영예

지난해 1년간 직접 '달방생활' 뒷골목 삶 조명
30년간 철거현장·여인숙 등 '소외의 극점' 담아내
"이들의 삶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환기해했으면"

  • 승인 2022-12-04 17:32
  • 수정 2022-12-05 10:26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여인숙=이강산
(왼쪽부터) 사진집 '여인숙' 표지 이미지와 여인숙 달방생활을 하면서 쵤영한 이강산 작가의 모습.<이강산 제공>
"사회적 이슈로 많은 사람이 여인숙을 스쳐 갔지만 문 앞에서 어정거리다 말아요. 삶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누군가는 찍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무도 하지 않은 작업에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합니다."

철거촌과 여인숙에서 펼쳐지는 삶의 단상을 필름에 담아온 이강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소외된 곳의 진실을 찾는 눈'을 자처하며 615일째 여인숙 '달방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4일 오후 대전 원도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여인숙 토지소유주, 건물주와 철거재개발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철거가 늦어지고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기자들이 찾아오지만, 방문조차 열어볼 수 없다"며 "이곳만의 규칙과 철학 속에서 여인숙 전체가 하나의 가족이고 생존의 공간이며, 내 집 안방을 아무한테나 보여주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계 사진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2022 BIFA(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사진상)' 사진집 부문에 이강산 작가의 휴먼다큐멘터리 사진집 '여인숙(눈빛, 2021)'이 동상에 선정됐다.



이강산사진-1
휴먼다큐흑백사진집 '여인숙'의 작품들.<이강산 제공>
'여인숙'은 한국의 전통여인숙 80여 곳을 15년간 취재·촬영하고, 대전의 철거 예정지 '대덕여인숙' 달방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촬영한 작품들을 수록한 다큐 사진집이다.

작가는 여인숙에 사는 사람들에 집중했다.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사장님, 왕년 주먹세계를 평정했던 관리자, 황혼에 접어든 직업전문여성 등 '소외의 극점' 같은 뒷골목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환기하고 공존과 상생, 인권과 평화를 작품에 담았다.

여인숙 프로젝트는 2007년 7월 22일 포항 구룡포의 '매월여인숙'을 흑백필름에 담으면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사진집 수록작품 20점이 '2021 온빛사진상'에 선정, 서울과 광주, 대구에서 3개월간 수상작 순회전시를 했다.

중앙대에서 조형예술학을 공부한 이강산 작가는 1989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과 장편소설 등 매년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재개발 철거지역을 담은 휴먼다큐 흑백사진집 '집-지상의 방 한 칸'을 냈다. 현재 대전작가회의 회장과 대전문학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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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여인숙'의 주요 수록작품 '대덕여인숙' 모습.<이강산 제공>
사진집 '여인숙'은 하마터면 세상에 못 나올 뻔했다. 출간 비용으로 남겨둔 돈을 여인숙에 살면서 전부 써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창작자들을 위한 펀딩 프로그램에 선정, 5일 만에 1600만 원이 모금됐다. 그는 "동료 작가의 제안으로 텀블벅에 공모했고, SNS에 퍼지면서 예상치 못한 큰돈이 모였다"며 "사실 처음엔 사진 찍을 욕심에 호의를 베풀었는데, 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후원에 관해 조금씩·자주·지속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30여 명과 함께 십시일반 후원 봉사를 3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방생활을 하면서 이 작가의 치아는 2개나 빠졌다. 0.8평 방안에는 바퀴벌레가 종종 눈에 띄어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귀와 머리를 터는 습관이 생겼다.

여인숙 사람들을 두고 비난하는 "스스로 방치해서", "복지정책이 있는데" 등의 목소리를 향해 작가는 '빈곤의 덫'을 강조했다. 그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생계의 극한을 경험하면서 결국 자포자기하게 된다"며 "사실과 진실은 다르며, 이들에게도 인격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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