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학교와 배움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학교와 배움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들

노세영 해밀중학교 교사

  • 승인 2022-12-28 10:11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노세영 해밀중 교사
'똑똑똑'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교무실 앞에 서성이다 마침내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내일 새벽에 행성들이 한 줄로 늘어선대요. 학교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해요!"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초대에 놀라면서도 기뻤다. '이 아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과학에 관심이 많았지?' 하는 의문과 새벽 시간이라는 난관이 있었지만, 기쁜 마음이 커서인지 "그러자! 내일 몇 시에 만날까?"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2022년 6월 17일. 새벽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3시 50분임에도 모여 있던 아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약속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었고, 오고 있었다. 내가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서둘러 과학실로 갔다. 망원경을 운동장까지 가지고 가서 조립하는 걸 늦지 않게 해야 우주쇼를 제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4시 30분부터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하현달 그리고 별 베가까지 관측하였다. 시간이 좀 지나자 출출해진 우리는 컵라면을 먹으며 새벽 우주쇼를 함께 관측한 기쁨을 나눴다. 그날, 새벽 관측이라는 깜짝 이벤트가 소문이 났다. 라면 때문인지, 행성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다음 날도 새벽 4시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6월 18일에는 날씨가 흐려 구름이 너무 많았다. 하늘에는 여전히 행성과 달,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겠지만, 달마저 가려 버릴 정도로 구름이 많았다. 새벽 4시부터 2시간 동안이나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는데, 구름의 위상은 견고했다. 아쉽게도 관측을 하지는 못했다.



오랜 휴직 끝에 복직하여 작년부터 만난 아이들. 1학년 때 지권의 변화를 배우며 교내의 돌멩이를 주워 나만의 암석을 만들자, 애착이 생겼는지 어떤 아이들은 애완 돌멩이라며 책상 위에 올려두기도 했다. 초콜릿을 녹였다 굳히며 암석의 변화를 공부했고, 지식 사고팔기 등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과학을 배워 나갔다. 마을이나 KEI와 연계하여 생물 다양성에 대한 토론 활동을 하고 전문가 강의와 함께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자유학기제와 세종시의 창의적 교육과정이 이러한 시도들을 가능하게 했다. 기체의 성질과 물질의 상태변화를 배우고 나서는 양초 펌프 실험으로 가설을 세워보고 연역적 탐구를 체험하였다. 올해 새 학년을 시작하면서는 미스터리 튜브로 과학의 본성에 대해 배우고 탐구했다. 아이들에게 학습을 요구한 적 없이 재미있게 수업 활동을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열심히 과학을 공부한다. 과학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하는 얘기를 학부모로부터, 다른 과목의 시험이 어려웠다며 걱정하다가도 '과학만 안 망하면 돼'하며 의지를 보이며 공부하더라는 얘기를 다른 교과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번에는 태양계 단원을 배웠다. 학교 정원에 나가 에라토스테네스가 태양빛으로 지구 크기 측정한 방법을 평면에 적용하여 직접 계산해 보았다. 여러 가지 길이의 지관을 이용하여 밖에서 태양을 관측하고, 삼각형의 닮음비를 활용하여 크기를 재 보았다. 야외로 나가 교과서에 있는 대로 망원경 구조를 살피고 학급마다 아이들이 직접 조립해 태양 표면 관측을 시도했다.

이러했기에, 과학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우주쇼 관측을 생각해 내었던 것 같다. 처음 이 제안을 했지만 그 날 잠들어버려 나오지 못했던 아이와 두 번째 관측 날의 아이들은 18년 뒤에 행성 정렬쇼를 볼 수 있다며 그때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른 새벽에 만났던 우리는 졸려서 운동장에 드러눕기도 하고 웃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관측을 기다렸었다. 관측에 성공했든 실패했든, 아이들은 이 시간을 아름답게 추억했다. 구름이 하늘의 모든 반짝이는 것들을 다 가려버렸던 날에도 하늘에는 천체가 빛을 발하고 있고, 반짝이는 아이들도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3.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4.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5.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1.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2.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3.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5. 한밭새마을금고, 취약계층 위한 성금 1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