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전쟁이란 '악령'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전쟁이란 '악령'

굿 외 2권 소개

  • 승인 2023-07-20 08:29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굿
굿 표지
◆굿, 전상국 지음, 문학과지성사=소설가 전상국이 12번째 소설집 '굿'을 출간했다. 올해는 1963년 등단한 그가 작가 활동을 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전상국은 '우상의 눈물', '아베의 가족', '우리들의 날개'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신작은 2011년 '남이섬' 이후 소설집으로는 12년 만의 출간이다. 초반에 실린 세 단편소설 '춘천 아리랑', '봄봄하다', '가을하다'는 김유정과 황순원을 기리며 쓴 오마주 작품이다. 천진하고 고즈넉한 이야기 뒤편에는 전쟁 이후 남겨진 상처, 부재의 자리가 주는 내면의 고통,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서사들이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에 배치된 중단편작 '굿'은 '한국전쟁의 악령'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며 전쟁의 뼈아픈 기억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을 상기시킨다. '굿'은 "죽은 사람이 살아왔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오래전 둔짓골에서 마을 사람들의 쇠스랑에 찔려 죽은 전 부귀리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용호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한청단' 출신이라며 피한다. 부귀리에서 자라 부귀학교 교장이 된 '나'는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유년 시절 기억 속 '정대수'가 떠오른다. '나'는 그가 인민군에게 잡혀가는 악몽에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정대수'가 납북됐으리라 여겼지만 자칭 '최종호'는 그가 죽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인민위원회였던 자신 때문에 그 원혼이 "구천에서 떠돌았다"고 덧붙인다.

이후 동생 '정배'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 국정원이 간첩을 잡아가지 않는 시대라 해도 어떻게 마을에 빨갱이가 나타날 수 있느냐는 우문에 '나'는 현답을 내놓는다. "이제 전쟁이 끝날 때도 됐다, 그런 거 아닐까?" 이 작품은 좌나 우로 나뉘는 정치적 이념 없이, 그저 남과 북으로 쪼개져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울분과 회환을 감싸 안는다.



너의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표지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깨끼 박사(고중곤) 지음, 마리북스=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다. 한 조사 연구(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6421명이었던 소아 우울증 환자가 2020년에는 9621명으로 늘어났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마음의 힘 회복을 위한 경청 이야기이다.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 파트 1에서는 작가가 청소년들을 처음 만나면 하는 '친해지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았다. 심리학 용어로는 '라포 형성'에 해당하는 것들로, 내면의 힘을 가진 4명의 친구를 소개하며 친해지기를 시도한다. '난 할 수 있어!'를 외치는 자신감 뿜뿜이, '난 소중해!'를 외치는 자아존중감 포옹이, '난 나를 믿어!'를 외치는 자기효능감 든든이, '흠, 이쯤이야!'를 외치는 회복탄력성 콩콩이다.

파트 2 에서는 책의 배경, 경청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다. 파트 3과 파트 4에서는 이야기를 듣는 구체적인 방법인 공감하며 듣기, 비언어적 반응으로 듣기, 피켓 만들기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뿜뿜이와 포옹이, 든든이와 콩콩이가 다시 등장해 '마음의 힘 친구들의 격려 편지'로 마무리한다.

난세일기
난세일기 표지
◆난세일기, 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이 책은 피 토하는 심정으로 쓰고 있는 도올 김용옥의 글이다. 철학자인 그는 일상적 내면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일기의 형식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모두가 난세라고 느끼는 이 시대의 문제를 또렷한 지성의 힘으로 분석한다.

책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다양하다. 저자에 따르면 난세의 원인은 오로지 지도자들 때문이다. 우리나라 윤석열뿐만 아니라 미국의 바이든, 일본의 키시다 등 세계 주요 정치 리더십의 저열함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니 난세를 이겨내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꿋꿋한 정신이야말로 극복의 첩경이다. 각성된 시민들이 발출하는 명료한 의식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올은 난세일기를 쓴다.

한편으로는 난세의 시기에 오히려 우리 문명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가능하다. 이 책은 현재까지 일궈온 우리 문명의 본모습을 여러 방면에서 심도 있게 탐색한다. 우리 사상과 문명의 저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특히 우리에게는 고조선부터 21세기 세계적인 K-콘텐츠까지 이어온 고유한 문화적 힘이 있다. 그 힘의 근원이 우리 민족의 신바람과 통하는 풍류이다. 저자는 그 풍류란 무엇인가를 포괄적이고 실증적으로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암운이 드리우는 이때, 우리는 전통의 지혜를 활용해 창조적인 미래 문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2.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3.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4. 대전시와 5개구, 대덕세무서 추가 신설 등 주민 밀접행정 협력
  5. 대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 위촉식 개최
  1. 백소회 회원 김중식 서양화가 아트코리아방송 문화예술대상 올해의 작가 대상 수상자 선정
  2. 대전시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선수단 해단'
  3. 충남대·한밭대, 교육부 양성평등 평가 '최하위'
  4.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5. 대전경찰,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가속페달 안전장치' 홍보 나선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