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물총새와 조속의 <잔하수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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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물총새와 조속의 <잔하수금도>

  • 승인 2023-08-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몸에 비해 머리가 커서 볼품이 없다 보니, 진한 무대화장, 빛나는 녹청색 두건, 흰색 머플러, 산뜻한 주황색 조끼와 바지에 코발트빛 연미복으로 치장하였다. 물총새 이야기다. 푸른색 비취에 빗대 '취조' 또는 '청우작(靑羽雀)'이라 불렀다. 물고기 사냥을 잘해 어호(魚虎) 또는 어구(魚狗)라고도 불린다. 이름에서 물총을 연상할 수 있으나, 상상하는 것처럼 물을 쏴서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총알만큼 빠르게 사냥한다는 의미다.

물가 나뭇가지에 앉은 모습이 곱다 보니 사진작가에게 퍽 인기인 모양이다. 멋진 작품이 여기저기 등장한다. 뿐인가? 멋지게 다이빙해 물속으로 사라졌다가 물방울과 함께 힘차게 치솟는 모습이 작가와 새, 서로서로 돋보이게 한다. 한껏 즐기는 순간 포착의 묘미가 담긴다.

때로는 퍼덕이는 은빛 물고기가 입에 물려있다. 마냥 즐겁게 유영하던 물고기에게는 청천벽력이었으리라. 웬일인가 하는 찰라, 영문도 모르고 나뭇가지에 세차게 부딪쳐 기절한다. 죽음조차 알지 못하고 스러지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순간에 생명의 덧없음도 느낀다.

암수 서로 비슷하여 구별은 부리로 한다. 수컷은 아래위 모두 검은색이고 암컷은 아랫부리가 주황색이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이 잡은 물고기를 부리에 물고 암컷 앞에서 춤춘다. 암컷에게 물고기가 받아지면 구애가 성사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가 생명체에게 더 없는 보금자리이다 보니, 떠돌이들이 눌러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총새 역시 여름 철새였는데 텃새가 된 개체가 많다.

사진은 몹시 지난한 작업이다. 뜻밖의 횡재로 쉽게 얻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예외적일 뿐이다. 자신의 구상에 부합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수년씩 매달리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새가 물고기 잡는 순간 포착이 쉽겠는가? 만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물총새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20 ~ 30%에 불과하다 한다. 그러다 보니 요령을 부리기도 한다.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다. 주변상황이 구상하는 구도에 어울리게 정리하고, 물고기 먹이가 든 투명 어항을 물속에 설치하여 물고기가 꼬이도록 한다. 물총새를 유도하는 것이다. 준비해 놓은 횃대에 물총새가 앉아 주시하다 순식간에 물속으로 뛰어든다. 사냥 성공률도 훨씬 높아진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옛 그림에 나타난 물총새 자태가 아름다워 오늘날 작가의 구애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예전 사람에게도 미적 대상으로 사랑받았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많다. 15세기 분청사기 문양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도 많이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후기로 오면, 강세황, 심사정, 윤득신, 윤양근, 이건, 조속 등의 그림에 물총새가 등장한다. 조속의 <잔하수금도((殘荷水禽圖), 29.4 × 17cm, 국립중앙박물관)>를 감상해보자.

양동길
조속(趙涑, 1595 ~ 1668, 문인화가)은 교과서에 실린 까치 그림, <노수서작도(老樹棲鵲圖)>가 너무 유명해 익숙한 작가이다. 그림 <잔하수금도>는 첫눈에 우아하고 세련됨으로 다가온다. 400년 전 감각이 아닌 듯 느껴진다. 수묵으로 그려서 계절이 정확히 들어나지 않지만 연꽃이 진 뒤의 모습이다. 실제 꽃대가 저리 휘지는 않으리라. 굴곡지고 꺾인 모습이 그림에 생동감을 준다. 한편으론 쓸쓸한 느낌이다. 새가 고개 들고 앉아있음에도 사색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무슨 새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길게 강조된 부리 탓에 물총새로 보는 듯하다. 연잎으로 보이는 아래쪽 넓은 처리가 안정감을 준다.

다음 기회에 작가 소개도 하겠지만, 조속의 부친은 광해군대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1623년 인조반정에 가담하기도 한다. 공을 세웠으나 내려준 훈명(勳名, 공을 세운 사람에게 나라가 주는 칭호)을 사양한다. 눈앞의 이익에 취해 유명을 달리하는 모습이 어찌 좋을 수만 있으랴. 소소한 관직을 갖기도 하였으나 지조가 높고 청빈으로 칭송받았다. 가난에 구애받지 않고 서화수집과 완상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혹자는 중국 원대의 문인화가 운림 예찬의 결벽(潔癖)에 버금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시서화 삼절임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그림에서 조속의 인품이 느껴진다. 작은 공은 침소봉대하고 큰 과오는 거짓으로 가리는 세태, 성찰이 없는 사회를 보면서 최소한의 생활로 부단한 자기개발과 세상을 향한 작은 손짓에 침잠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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