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100일' 부석사 불상 日 귀양길…"그곳서 일본 양심 깨우길"

  • 사회/교육
  • 법원/검찰

'고향서 100일' 부석사 불상 日 귀양길…"그곳서 일본 양심 깨우길"

10일 부석사에서 이운법회 개최
지난 백일간 4만명 찾아와 친견

  • 승인 2025-05-10 13:40
  • 수정 2025-05-10 13:41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4190_edited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고향서 100일 친견법회를 마치고 일본 이송을 위해 좌대에서 내려와 지상에 앉았다.  (사진=임병안 기자)
충남 서산 부석사에 모셔져 신자들이 친견법회를 가진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5월 10일 이운 법회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랐다. 신자들은 지난 100일 정성으로 봉양한 불상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른 채 오히려 그곳에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어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10일 오전 부석사가 있는 서산 도비산은 짙은 안개와 함께 강한 바람으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악천후 속에서 이운 법회가 개최됐다. 이날 부석사 설법전에는 신자 50여 명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 총무원 사회부장 진경스님 등이 참석하고 이완섭 서산시장과 조동식 서산시의회의장,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등이 자리했다. 또 일본 대마도 관음사 전 주지 다나카 세스료 스님이 함께 했다.



IMG_4123
5월 10일 부석사 불상 환송법회에서 신자들이 봉양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1330년 바닷가에서 왜구의 약탈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신분의 높고 낮음 없이 뜻을 모아 영원히 이곳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한 불상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 날씨마저도 짙은 운무가 눈앞을 가린다"라며 "과거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일관계는 진전될 수 없고, 문화유산은 소유물이 아니고 제자리로 돌아와야 미래가 있고 발전이 있다"라며 일본 측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도신 스님은 "불상은 일본으로 떠나지만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인데 되찾으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으면 고향으로 돌아올 날이 있다고 믿는다. 오늘이 한일 양측 문화유산 보전과 환수 협력에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월 25일 서산 부석사에 모셔서 시민과 신자들의 친견법회를 시작한 금동관음보살상은 그동안 4만 여명이 찾아왔고, 불상의 일본 반환 대신 부석사 계속 봉안을 촉구하는 성명에도 많은 이들이 서명했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문화유산을 그 나라에 돌려주는 게 지금 세계의 양심이고 정의"이라며 "한국에서는 부석사 불상 관련해 여러 책과 논문이 발표되는 동안 일본에서는 한 편의 도서만 발간되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했는데 지금이라도 일본의 지성사회가 답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IMG_4192
부석사 불상을 일본으로 옮기기 위해 운반장비가 설법전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완섭 서산시장도 "불상은 일본에 돌려준대도 우리 신자들을 위해 복제품을 만들도록 허락해주지 않은 일본 측에 아쉬움 마음이 있다"라며 "반대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일본은 우리에게 불상을 돌려줬을까를 생각해보면 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부석사 신자 문수심(법명) 씨는 "100일이 무한할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지나갔고 그동안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인연을 따라 움직인다 했으니, 일본에 가서 그곳에 국민을 교화하고 양심을 일으켜 꼭 돌아오실 것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대마도 관음사 측은 환송법회를 마치고 실물 검증을 거쳐 낮 12시부터 불상을 특수운반 차량에 실어 공항으로 옮겼다. 11일 일본 후쿠오카공항을 경유해 12일 뱃편으로 대마도에 입도해 당분간 관음사에 봉안할 예정이다. 당초 대마도박물관에 수장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관음사에서 불상이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법요식을 먼저 가진 후 박물관으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석사는 불상의 약탈과 국내 반입 후 반환 소송을 담은 기록관 건립을 추진한다. 임진왜란 등 침략 때 조선반도에서 당당히 맞서다 전사한 이들의 코와 귀를 잘라 일본으로 가져가 귀무덤과 코무덤을 만든 사례가 적지 않은데, 부석사는 우리 선조의 유해가 묻힌 무덤의 흙을 가져와서 추모하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서산·임붕순·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4.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5.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1.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2.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3.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충남도의회, 홍성의료원장 인사청문… 업무 수행 능력 등 다각도 검토

헤드라인 뉴스


갑천에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