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희망을 바라보며 삽시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희망을 바라보며 삽시다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3-08-20 11: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노인과 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2년에 발표한 중편소설로 1953년에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쿠바를 좋아하여 쿠바로 자주 놀러 가던 헤밍웨이가 잘 알던 쿠바인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Gregorio Fuentes, 1897?2002)'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쓴 소설이다. 소설 발표 당시 푸엔테스는 50대였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그레고리오 푸엔테는 104살까지 살다가 2002년 세상을 떠났다. 헤밍웨이보다 2살 연상이지만 61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보다 훨씬 장수했다. 그의 회고록에 의하면, 정확히는 53일 동안 아무것도 못 잡다, 큼직한 물고기를 잡아 오던 길에 상어들을 만나 모두 잃고 돌아온 이야기를 헤밍웨이에게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한다. 그런데 이 간단히 들려준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거치게 되자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것이다.

어부인 본인에겐 이런 일은 많아서 뭐 큰 이야기거리도 아닌 일상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인데 그걸 듣던 헤밍웨이가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며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으니 허락해달라, 충분한 보상은 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즉시 "돈 같은 건 상관없고 지금 식사와 술만 사주면 허락하겠다"고 하여 그렇게 식사와 술을 대접받고 허락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대박을 치면서 유명해지자, 헤밍웨이가 나중에 찾아와 자신의 성의라면서 2만 달러를 억지로 주었다고 한다.



1950년대 기준으로 미국인 일반 노동자의 7년치 급여, 자동차 12대, 혹은 번듯한 집 2채에 해당하는 거금이었으며 쿠바 물가로 치자면 더더욱 엄청난 거금이었다. 이 제의를 들은 푸엔테는 "아니, 이전에 밥과 술만 사주면 허락한다고 했잖소? 됐으니 가져가시오!" 라고 질색하면서 돌려주려고 했지만 헤밍웨이가 "이 돈은 성의다. 나는 이미 이 소설로만 그 몇십 배를 벌었기에 푼돈 같은 것이니, 이제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내뺐다고 한다.

사람은 누굴 만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바뀌게 된다고 한다.

중국 고사에 '쇠파리가 천리마 꼬리에 붙어있으면 천 리를 간다'라는 말이 있다. 천리마 꼬리에 붙었기 때문에 쇠파리는 힘들지 않고 천 리를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 자란 소나무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대목을 만나면 대궐의 기둥이 되지만, 소목을 만나면 오두막집이나 축사의 기둥이 되는 것이다. 종이도 향을 싼 종이는 향내가 나지만 생선을 싼 종이는 생선 비린내만 나는 것이다. 또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함께하는 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영광과 기쁨 속에 행복한 삶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만의 인생길을 걷다가 생을 마치게 된다.

1991년 가을 연이은 태풍으로 일본 아오모리현(靑森縣)의 사과가 90% 정도 떨어졌다 한다. 애써 재배한 사과 90% 정도를 팔 수 없게 되자 사과를 재배한 농민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한다. 하지만 그때 희망을 바라며 사는 어느 농부는 떨어지지 않은 나머지 10%의 사과를 보게 되었고, 이 사과를 판매할 때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10배나 비싸게 판매했다 한다.

이 농부는 희망적인 생각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사과'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 생각이 수험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그는 태풍으로 땅바닥에 떨어진 90%의 사과를 의식하지 않고,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희망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2년 10개월 전, 5년 동안 치매 앓던 사랑하는 아내를 하나님 품으로 떠나보내는 슬픔을 당했다. 그래서 갈마아파트 '우마장'이나 '한마음 동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호소했고, 외로움을 하소연 했다.

그래서 내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해 주는 분들이 여러분 계시다. 그러나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해결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화해주는 아들과 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아들과 딸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아도 그렇게 고마운 줄을 모르고 지냈다.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었고, 외롭다는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게 되니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함께하는 많은 아들 딸과 형제 자매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외로움에 앞서 감사해야 하는 이웃들인 것이다.

세상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불평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사는 게 행복인 것이다.

오늘도 날이 밝아온다.

조금 있으면 아들과 딸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고,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로부터 '한마음 동산'에서 만나자는 카톡 문자가 날아올 것이다.

행복한 하루가 밝아오는 것이다. 외로움이나 우울함이 어디 있으랴!

달려가 만나면 되는 것을.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걷기로 건강도 혜택도 챙기세요"
  2. 천안 다가동 예식장 연회장서 천장 마감재 떨어져 하객 10명 부상
  3. 전통시장 수산물 구매, 최대 30% 환급 시작
  4. 어촌마을 워케이션, 바다와 함께 일하며 쉼표 찍는다
  5. '노후 원양어선' 대체 건조 본격화...6월 중 최종 사업자 선정
  1. aT, 무궁화 보급 유공자에 표창 수여
  2. '고향서 100일' 부석사 불상 日 귀양길…"그곳서 일본 양심 깨우길"
  3. 상명대, 소수정예 웹툰작가 양성사업 선정 및 참여 교육생 모집
  4. '소 써레질·손 모내기' 특별한 광경...5월 21일 만난다
  5. 농촌진흥청, 봄철 농작물 생육 부진 대책 마련

헤드라인 뉴스


대선 본선레이스 돌입…충청현안 골든타임

대선 본선레이스 돌입…충청현안 골든타임

12일부터 제21대 대선 공식선거 운동이 막을 올리는 가운데 충청권 핵심 현안의 대선공약 관철을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 본선레이스에서 각 당 후보들로부터 대통령실 및 국회 세종 완전이전, 대전 충남 공공기관 제2차 이전 등 해묵은 지역 현안 관철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골든타임'에 돌입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은 12일부터 6·3대선 하루 전인 다음달 2일까지 22일 간 열전을 벌인다. 본선레이스 돌입 이후엔 각 후보와 정당이 17개 시도 공약(公約..

21대 대선, 12일부터 공식선거운동 돌입… `충청의 선택` 촉각
21대 대선, 12일부터 공식선거운동 돌입… '충청의 선택' 촉각

12일부터 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충청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이 이번 대선에 나서면서 3파전 구도가 짜여졌다. 특히 대선 필승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최대 승부처이자 전통적 캐스팅보터 인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3주간의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부터 대선 전날인 6월 2일까지 누구든지 공직선거법에 제한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 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장·..

대선후보들 `감세 공약` 봇물... 세수결손, 0%대 저성장은 어쩌나
대선후보들 '감세 공약' 봇물... 세수결손, 0%대 저성장은 어쩌나

국민의힘이 대선주자로 김문수 후보를 공식화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 주요 정당들의 대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이들 후보들은 잇따라 감세 공약을 내놓으며 민심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재원 확보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표풀리즘'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대선주자들의 감세 공약을 보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1%로 인하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6%로 낮추며,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세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선 선거운동 앞두고 선거범죄 예방, 단속 회의 실시 대선 선거운동 앞두고 선거범죄 예방, 단속 회의 실시

  • 봄비가 와도 즐거운 제14회 월화수목 대전달빛걷기대회 봄비가 와도 즐거운 제14회 월화수목 대전달빛걷기대회

  •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