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신문] 실버 문인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특별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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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노인신문] 실버 문인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특별한 詩

  • 승인 2023-11-09 15:01
  • 수정 2024-02-06 10:29
  • 신문게재 2023-11-10 10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실버 시인으로 실버 자신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열어가는 두 시인이 있다. 충청도 양반의 편안한 어법의 최충식 시인, 엄동설한에 꽃봉오리를 기다리는 매화나무 김용호 시인의 시집 출판에 맞춰 간략하게 조명해 본다.

최충식 시인은 1949년 홍성 출생으로 1988년 《시와 의식》지에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국제펜 한국본부 충남지역 회장, 홍주문학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고 충청남도 문화상과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한 원로시인이다.

김용호 시인은 1956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2011년《문예운동》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중견 실버 시인이다. 대전청하문학 부회장과 충남문협, 충남펜문학 이사이며 충남대학 경영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코노미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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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에서는 일을 마치고/허드레 불을 놓는지/ 마감이란 그렇게/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둔한 미련이 뒤를 잡는다 (최충식 시인의 <일몰> 일부)



최충식 시인의 <일몰> 은 시 전체가 저물어가는 인생에 대한 비유로 날이 저물면 들판에서 농부들이 일을 마치고 허드레 불을 놓아 검불 등 불필요한 것들을 태워 없애버리는 것처럼, 우리 인생은 흔적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인데 인생의 일몰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는 무엇인가를 남기지 못했다는 아둔한 자신을 비유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공광규 시인은 해설하고 있다.

"충청도의 깊은 서정과 성찰을 작품마다 드러내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 무려 2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꾸준히 시를 쓰면서도 시인 특유의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해 차마 시집을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선보이는 이 시집에는 오래 기다린 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도서출판 [문화의힘]의 발행인 겸 시인, 소설가인 이순 작가는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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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가 벌거숭이로 빈 벌판을 나선 것을/그땐 당신의 외출처럼 이유를 알 수 없었다.//마른 가지에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불고/ 저녁마다 마지막 버스는 아쉬움을 내려놓았고/ 시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서/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하얗게 꽃눈을 형성해갔다. (김용호 시인의 <기다림은 단단했다 >일부)

기다림이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사물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는 미래지향적인 희망의 의지를 의미한다. 김용호가 말하는 기다림이란 엄동설한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처럼 발가둥이의 나목(裸木)이 설한풍(雪寒風)을 견디어 내는 견고한 겨울나무를 지목하고 있는데 봄의 전령사인 설매화(雪梅花)를 은유하고 있다.

매화꽃이 벙글기 위해서는 겨울동안 매서운 추위와 바람을 견디어 내야만 가지마다 봄의 정령이 맺힌다는 그의 정심貞心은 단단한 기다림을 주문하고 있다.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하얗게 꽃눈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김용호의 시선은 단단한 매화나무 가지보다 더 단단하고 심오한 안목을 갖고 있다.

김용호 시인은 현실을 극복하여 미래지향적인 희망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시인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단단했다] 고 노래한다. 이 시집도 출판사 [문화의힘] 에서 신간으로 발행되었는데 이순 작가는 "갈증난 목줄기를 지나 헛헛한 가슴에 뜨거운 설움을 쏟는 작품이라"고 단평하고 있다.

/노수빈 명예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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