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먹고 사는 것이 이렇게 나쁘게 쓰일 줄이야!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먹고 사는 것이 이렇게 나쁘게 쓰일 줄이야!

이석구 충남대 보건대학원 교수

  • 승인 2024-12-03 09:54
  • 신문게재 2024-12-04 18면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이석구 교수
이석구 충남대 보건대학원 교수
60대에 접어드니 만나는 사람 중에 퇴직하신 분들이 자연스레 많아지게 됐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느니, 본인에게 이러한 재주가 있었다는 것을 퇴직 후 취미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는 등 이렇게 잡다한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지만 연금수령액과 세금 납부에 대한 이야기도 단골로 나오곤 한다.

요약하자면, 국가에 내는 세금은 그다지 부담이 안되지만 건강보험료는 너무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얘기인 즉슨 아직 아프지 않은데도 건강보험료가 부담이 되는데, 정작 아프기라도 하면 간병비 부담부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이다.

왜 이렇게 건강보험료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다른 얘기로부터 시작해 보고 싶다. 요즘 비만과 함께 몸무게 줄이기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가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몸무게 줄이기에는 간헐적 단식이 좋다느니, 심지어는 약을 먹었다느니. 하지만 별로 성공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는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여 마치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으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듯이 목적을 잃어버린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만 있다.

몸무게를 줄이려는 많은 사람들의 열망과 달리,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맛있게 먹고 금식하세요' '하루는 맛있게 많이 먹고, 며칠은 또 노력하세요'라는 생각만 드는 것은 나만 느끼는 문제의식일까? 몸무게가 늘었다는 것은 대부분 필요량보다 많이 먹어서이고, 줄이고 싶으면 조금 먹으면 되는데 우리 사회나 자본주의가 그렇게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돌아가 보자. 만일 아픈 사람이 적고, 우리 사회나 자본주의가 이를 도와준다면 굳이 많은 건강보험료가 필요 없을 것이다. 수년 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회사 사이의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혹자는 흡연자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혹자는 우리 사회와 자본주의가 만든 환경에 의한 피해이므로 담배회사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세우는 주요 주장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흡연과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는 이미 다수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명백히 입증되었고 둘째로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중독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으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설계 변경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셋째, 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에 대한 배상 청구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정당한 법적 청구라는 것이다.

반면 담배회사의 논리대로 흡연이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적 피해가 있다면 피해자 개인이 흡연에 의한 피해를 입증하고 요구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실체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와 같은 피보험자들이 모여서 만든, 무지로 인하여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하여 만든 우리의 대표이다. 마치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같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우리의 피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피해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 역할을 게을리한다면 공단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게 되는 것이다.

흡연과 음주로 인한 의료비 부담에 대해 소비자인 피보험자에게만 그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비만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하루는 담배를 피워서 즐겁게 살고, 나머지는 흡연의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건강보험을 이용해 제약회사의 약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담배소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으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싸움이다. 공단은 앞으로도 법적 대응을 강화해 담배회사가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고,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담배회사들이 책임을 다하는 그날까지, 담배회사와 법조계의 각성을 촉구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2.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3.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1.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2.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3.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4. 새 정부 교육 국정과제 '시민교육 강화' 대전교육 취약 분야 강화 기대
  5. [세종 다문화]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행사, 다문화 가정이 느끼는 이중적 의미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