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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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전재용 (사)국제피플투피플한국본부 부총재

  • 승인 2025-03-10 17:20
  • 신문게재 2025-03-11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전재용 총재
전재용 (사)국제피플투피플한국본부 부총재
세상을 살다 보면 각종 기념일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에는 국민들이 과거 특정일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과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잊지 않고 추앙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국가기념일이 있으며 민간에서 통용되는 기념일이 존재한다. 3.1절과 광복절, 제헌절 등은 대표적인 국가기념일이다. 국민들은 국가기념일에 깃들어 있는 숭고한 뜻을 기억하고 받들며 후손들에게는 똑바로 알려줄 책무가 있다.

하지만 국가기념일이 아니어도 특정일에 담겨진 역사적 의미가 변질돼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2월 14일이다. 이날은 많은 이들에게 '발렌타인 데이'로 알려져 있다. 발렌타인데이는 로마제국시절 황제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젊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지원했던 초기 기독교 사제 발렌티누스의 축일에서 유래한 기념일로 알려졌다. 그런 발렌타인데이에 여성은 남성에게 초콜릿 등 선물을 전달하며 사랑을 고백하게 됐다. 선물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며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으로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여성이 초콜릿을 통해 좋아하는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서의 일본식 발렌타인데이가 정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이 상술로 발전시킨 이런 풍습이 대한민국에도 전파돼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등 선물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화이트데이는 일본에서 유래한 날로 일본, 대한민국,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양에서 3월 14일에 지내는 상업성을 띤 기념일이다. 동양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화이트데이에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되어 있지만 서양에서는 화이트데이가 없고, 밸런타인데이에만 남녀가 서로 선물을 교환한다. 화이트데이는 1970년~1980년대에 일본 과자업체들에 의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져 일본 전역으로 퍼지고 다른 나라에 전파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밸런타이데이는 본래의 뜻이 변질돼 초콜릿 등 사랑의 징표 선물을 전달하는 날이 됐고 화이트데이는 과도한 상술이 빚어낸 또 다른 기념일인 셈이다.

문제는 일본이 상술로 이용한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있는 3월은 우리에겐 잊어서는 안될 역사적인 날이라는 점이다. 바로 제국주의 시절 한국의 주권을 침탈하고 일본에 강제병합시킨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역에서 권총으로 쓰러트린 독립투사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기념일이라는 점이다. 2월 14일은 하얼빈 의거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 투옥돼 재판 후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며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일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매우 슬픈 역사적인 날인 것이다. 테러리스트라는 일본인들의 주장에 맞서 안중근 의사는 재판정에서 스스로 독립군이라고 밝히며 평화를 위해 군인이 적군을 저격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며 기개 있는 품위를 보여줬다. 감옥에서도 그의 사상과 인간성은 돋보여 일본인 간수까지 감동시켰다. 안중근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은 정치, 국제외교사적으로도 위대한 사상으로 추존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중근 의사의 강한 독립 의지와 평화 사상은 중국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어 한국의 독립운동에 중국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에 혁혁한 족적을 남기고 국민들의 마음에 영웅으로 각인된 안중근 의사가 최종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일본인들의 상술로 변질된 정체불명의 기념일로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역사를 잊은 나라와 국민에겐 미래가 없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3월에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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