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사유림, 국유림화 추진할 때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사유림, 국유림화 추진할 때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5-04-28 10:49
  • 신문게재 2025-04-29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20401000190300005941
송복섭 교수
산불이 남긴 상처는 참으로 컸다. 산불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로 사상자가 가장 많았다고 하며 재산피해는 아직 모두 다 집계하지 못한 상황이다. 순식간에 몰아닥친 화마는 수려한 산림뿐만 아니라 농지와 마을을 삽시간에 휩쓸었다. 마을을 이루는 집들도 타지 않은 벽돌과 콘크리트를 제외하곤 모두 녹아내렸다. 이재민은 마을을 떠나 임시 시설에서 기약 없는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불을 끄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20일간 투입된 산불진화대원은 산림청 추산 연인원 3000명이 넘고, 공중진화대는 104명 기준 1인당 평균 아홉 번 출동했으며 산불재난특수 진화대는 435명 기준 1인당 평균 네 번 출동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산불을 헬기로 진화하던 조종사 한 분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산불이 잡힌 다음에도 투입되었던 진화대원들은 누적된 피로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산불이 오랫동안 지속하고 진화가 힘들었던 이유를 건조한 봄 날씨와 강풍에서 찾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적절한 임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여러 전문가가 진단하고 있다. 임도란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조성하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말하는데,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 역할을 하면서도 소방차와 진화대원이 신속히 화재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4.1m/㏊로 일본의 24.1과 독일의 54.0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임도를 개설하는 문제를 가지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산림을 가꾸는 처지에서는 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환경보존에 관심이 많은 사회단체는 산림 훼손을 걱정하면서 투쟁으로 맞서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문제는 적절한 선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설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내거나 산을 파헤쳐 바위가 굴러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길을 만들거나 비가 내리면 예견치 못한 물길이 더 심한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다 보면 선뜻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임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형을 살펴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경관적으로도 아름다운 산책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가 내렸을 때 만들어지는 물길도 살피고 길에 의해 산에 사는 동식물 이동통로가 단절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며 예정한 임도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잘라내야 한다면 돌아서 길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임도는 유사시 관리와 소방통로로 작용하지만, 평상시에는 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자연을 훼손하는 탐방로가 아닌 제한되는 통로를 제공하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산책로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임도를 만드는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전국 산림의 67%가 사유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라가 부강하지 못해 사유림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장례문화의 영향도 컸다. 근방에 영향력이 있다는 가문마다 문중 산을 확보해 대대로 조상님을 모시기도 했고, 혹자는 영험하다는 음택을 골라 음덕을 보고자 하는 욕심이 사유림 비중이 높은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매장문화가 사라지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수목장 등 다른 장례 방법을 정책적으로 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히려 자손들에게 때마다 묘소를 가꿔야 하는 수고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자발적으로 파묘해 화장하고 봉안시설에 모시는 일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사유림을 국유림 또는 공유림으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나무도 적절히 솎아베기하는 것이 건강한 숲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고, 화마를 통해 겪은 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임도를 확충하고 국유림을 확보하는데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제는 돈인데 지방정부가 이런 일을 감당하기에는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국유림을 늘려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예산확보가 가능하도록 사회적인 지지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AIST 장영재 교수 1조 원 규모 '피지컬 AI' 국책사업 연구 총괄 맡아
  2. 건양대, 'K-국방산업 선도' 글로컬 대학 비전선포식
  3. 충청권 학령인구 줄고 학업중단율은 늘어… 고교생 이탈 많아
  4.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5. 2027년 폐교 대전성천초 '특수학교' 전환 필요 목소리 나와
  1. 충남도 "도내 첫 글로컬대학 건양대 전폭 지원"
  2. 충남도 ‘베트남 경제문화 수도’와 교류 물꼬
  3. 충남대-하이퐁의약학대학 ‘글로벌센터’ 첫 졸업생 배출
  4. '디지털 정보 문해교육 선두주자'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교육부 장관상 수상
  5.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 충남 서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헤드라인 뉴스


국가상징구역 공모 착수… 지역사회 일제히 "환영"

국가상징구역 공모 착수… 지역사회 일제히 "환영"

행정수도 세종의 밑그림이 될 '국가상징구역'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대한민국 국가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을 포함한 국가상징구역 국제설계 공모착수 소식에 지역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종시(시장 최민호)는 8월 29일 논평을 통해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공모 시작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임기 내 완공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평가하면서 "그동안 시가 조속한 건립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데 대한 정부의 호응이자, 행정수도 완성을 향한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시는 그간..

예술과 만난 한글…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 9월 1일 개막
예술과 만난 한글…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 9월 1일 개막

세계 유일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가 9월 1일 한글문화도시 세종시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세종시(시장 최민호)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박영국)은 9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42일간 조치원 1927아트센터, 산일제사 등 조치원 일원에서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그리는 말, 이어진 삶'을 주제로 열리는 한글 비엔날레 기간에는 한글의 가치를 예술, 과학, 기술 등과 접목한 실험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영국, 우루과이, 싱가포르 등 4개국의 39명 작가가 참여해 한글..

특검, 김건희 `영부인 첫` 구속기소… 헌정최초 전직 대통령부부 동시재판
특검, 김건희 '영부인 첫' 구속기소… 헌정최초 전직 대통령부부 동시재판

김건희 여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29일 구속기소됐다. 전직 영부인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정사상 역대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앞서 내란 특검에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특검은 오늘 오전 김건희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7월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59일 만이다. 김 여사에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