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대전 0시 축제'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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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대전 0시 축제'에 푹 빠지다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5-08-21 14: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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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0시축제 개막식에서 휘호 퍼포먼스를 펼치는 박양준 서예가.
8월 8일 오후 4시, 중앙로 성심당 앞 도로에서 서예가 지원 박양준 선생의 휘호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대전 0시 축제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 팀 블랙이글스 에어쇼, 축캉스 개막 퍼레이드, 개막식(중앙로 무대), 폭염이 무색하리만큼 환호의 열기가 뜨거웠다.

필자는 0시 축제 때 대전관광협회 명예관광통역안내원으로 3일 근무했다. 매년 참가했지만, 이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감명 깊었다. 친구나 가족 혹은 혼자 중앙로 원도심을 오가는 관람객 표정 또한 상기되어있었다. 대전역, 중앙로역에 설치된 대형 무대는 항시 관람객이 드나든다. 중간마다 설치된 작은 무대도 관객에 둘러 싸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0시 축제 9일간, 9일 9색 축캉스 퍼레이드도 거리를 뜨겁게했다. 과거존, 현재존, 미래존으로 글로벌길놀이, 청춘페스티벌, 바이크, 응원단, 전국퍼레이드경연대회,댄스, 패션쇼 등이다. 그 외 먹거리촌, 마켓존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축제 기간 대전 브랜드 페어 꿈씨상회, 2025 대전영시축제와 함께하는 대전여행주간도 인기 절정이다.

미래존에서는 과학수도 대전미래여행, 현재존에서는 도심 속 문화예술여행, 과거존에서는 추억의 레트로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 작년에 비해 관람객이 증가한 건 각종 업그레이드 된 체험·이벤트 부스 확장과 라면, 막걸리, 호두과자로 이어지는 꿈돌이 맛잼 시리즈 효과도 컸다고 한다. 특히 호두과자는 3일 동안 3,400박스가 판매됐고, 라면과 막걸리 또한 동반 구매 효과가 톡톡히 나타났다고 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특별히 상수도사업본부가 제공한 대전의 대표 수돗물 잇츠 수로 오며가며 갈증을 식혔다. 대전소방본부의 체험교육장에서는 소화기 사용법을 직접 배워보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소화기 사용법은 실생활에 필요한 것이어서 나도 옆에서 구경했다.

사실 필자에게는 이번 0시 축제 때 은근히 기대되는 이벤트가 있었다. 대전영시축제 <원도심 보물찾기> 8월 10일 안도현 시인 북콘서트, 대전愛 이야기꽃을 피우다Ⅰ이다. 강의를 청취한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뭔지 모르는 포만감에 들떠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궁금증이 해소된 듯한 착각마저 드니 말이다.

안도현 시인의 진지한 듯한 소소한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신작 『판탈롱 나팔바지이야기』처럼, 우리의 이야기에도 혁신이 깃듭니다, 서사와 서정이 만나 사유의 전환을 이끌 때, 변화는 시작됩니다. 글 쓰는 것이 나에게는 숙제와 같다. 어떤 것이든 주어지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제. 그날은 집중이 잘 안되는 분위기였음에도 시인의 말은 내 정수리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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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보물찾기> 그림책 회전목마 성은주 작가와 미니북 만들기 강습도 있다. '대전愛 이야기꽃을 피우다Ⅲ'이다. 성 교수는 그간 《수박씨 발자국》-성은주 저자(글) 권리우 그림/만화-을 출간했다. 그림책이 아주 훌륭했다.

성 교수는 그림책도 주고 꿈돌이 라면도 준다며 미니북 만들기 강습에 오라고 했다. 문득 요안나가 생각났다. 거의 1년 만에 대전에 오는데 하필 그날이 내가 근무하는 날이어서 오후 7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날 강습은 7시에 시작이지만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했다. 물론 친구도 좋아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친구는 그림책은 필요 없다며 밥 같이 먹으며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친구는 고급진 것, 특별한 것을 좋아해서 두 번 말할 것 없이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이 빗나갔다. 그러나 어쩌랴, 성 교수한테 사정 얘기를 하고 꿈돌이 라면 한 개 얻어왔다. 나는 목요일 수업에 가니까 그날 내게 줄 라면을 미리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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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돌이 라면 5개 들어있는 한 봉지를 사서 주고 싶은데 어디에서 사는 것인지 모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친구는 그건 개의치 않는지 좋아했다. 내 속은 타는데… 내년에는 대전 0시 축제 때 특별히 만든 것은 미리 사놓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친구가 서울행 기차를 타려고 중앙로에서 걸어서 대전역으로 가는데 어둠 속에서 목척교에 국내 최초 '꿈돌이 아이스호텔'이 요술왕국처럼 빛났다.

나는 무심코 지나가려는데 친구가 말한다, 기다리는 줄이 길다고. 아차, 싶었다. 잠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컷다. 0시 축제 최고의 핫스팟 '꿈돌이 아이스호텔'이라는데. 이 또한 내 불찰이다. 친구야, 미안해!

이번 대전 0시 축제는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insight)를 주었다. 사소하지만 큰,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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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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