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27회) 참으로 기막힌 김학현(金鶴顯) 前 보령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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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27회) 참으로 기막힌 김학현(金鶴顯) 前 보령군수

김용교(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7-21 09:41
  • 수정 2026-07-21 15:44
  • 신문게재 2026-07-22 10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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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탄광의 옛모습과 유물을 전시한 석탄박물관이다. 사진=김용교 제공
김용교 부시장
김용교(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2)산.들.바다,보령의 지역특성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학현 군수와 지휘 보고는 어떻게 운영되었는가? 김학현 군수님과 지근거리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군수님께서는 지휘 보고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 하시는 말씀 중에 "내가 밤낮없이 고민하고 현장을 살피며 신선한 아이디어 창출로 멋진 사업들을 일구어 가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들이 도지사나 보령군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 보령군청에는 7급이든 6급 계장이든 실과장이든 지휘 보고 쓰는 수준이 약하다."

선물은 알찬데 포장할 사람이 없다며 김용교 실장이 이를 맡아 주기를 희망하는 뉘앙스였다.

나는 보령군으로 전출 발령나기 전 도청 지방과에 근무할 때 심대평 지사께서 내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지휘 보고를 직접 작성한 바가 있었다. 군수님의 바람과 의중을 알고 나서부터 나는 매월 두 차례에 걸쳐 도지사께 군수의 지휘 보고를 작성하여 도(道)에 보고하였다.

지휘 보고를 작성하여 군수님께 보고 드리면 쭉 읽고 나서 그렇게 흐뭇해하실 수가 없었다. 군수의 신상품 아이디어와 활동상황, 활동에 따른 성과를 인사권자인 도지사께 멋진 작품과 같이 작성하여 보고 해주니 좋아하실만한 일이기도 하였다.

내 방에 군수님의 인터폰이 자주 울린다. "김 실장! 관내 한 바퀴 돌아볼까?" 하시며 군수 차에 동승케 하고 지역개발, 지역현안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왜 개발해야 하는가?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개발을 하고 나면 어떠한 성과가 있을 것인지?를 소상히 설명해 주신다.

군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머리 속에 도지사 지휘 보고 소재를 정리하고 있었다. 군수님께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 동행케 하시는 것 같았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한가지 사례로 보령댐 건설 관련 사항이다. 관선 때 심대평 지사께서 우리나라 광역지자체에서는 전국 최초로 대규모 다목적 댐을 건설하고 소유 관리하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21세기는 어느 지자체가 물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도지사와 한국전력과 협약을 맺어 댐 건설비용을 한전에서 부담하고 충남도에서 댐을 건설하여 주민들에게 양질의 물을 값싸게(원가로) 공급할 수 있는 기틀을 확실하게 마련하였는데, 후임 지사께서 여러 사항 검토 끝에 수자원 공사에 넘기는 바람에 수공에서 댐을 건설하고 관리 중이다.

내가 보령군에 발령났을 때는 보령댐 건설 보상사업소를 설치하여 물건 조사에 들어간 상태였다. 하루는 군수님께서 보령댐 건설 현장을 둘러 보자고 하여 동승하고 현장을 둘러 보았다.

군수님께서 "보령댐 건설은 도(道)에서 하지만 보령댐 건설로 수몰되는 묘지 이장 대책에 대해서는 보령군에서 추진해야 한다"면서 수백여기 묘지 이장을 위한 공동묘지 물색을 위해 부여군 외산면에서 보령군으로 넘어 오는 00재 (재는 고개마루를 뜻하며 재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음)에 차를 세우시더니

"00재를 가리키며 풍수 대가께 자문을 받아보니, 명당터라며 여기에 공동묘지를 조성하면 보령댐 수몰 묘지 이장을 충분히 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공동묘지 조성사업 예정지를 시찰한 후 보령군 웅천읍의 웅천천으로 향했다. 웅천천 어느 고수 부지 인근에 차를 세우시더니 "묘지 수백기가 이장하게 되면 잔디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되는데 군에서 잔디포를 조성해서 공급해 줘야 주민들 묘지 이장이 순조로울 수 있다"며 웅천천 고수 부지에 대규모 잔디포 조성 복안을 밝히셨다.

참으로 기막힌 김 군수의 정책구상이었다. 장래 일어날 일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그 대책을 세우는 훌륭한 행정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도지사께 지휘보고를 하였음은 물론이다.

나는 1990년3월10일 보령군 기획실장으로 발령을 받고 1991년 8월3일까지 1년 5개월간 근무하였는데, 40년 가까운 공직 생활 중 보령군에서 근무했던 시절이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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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시 경계지점에 보령공설운동장을 건설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대천에서 하숙을 하면서 주말에 대전(大田) 집에 들르는 생활이었지만, 불편함보다는 보령군의 생활은 늘 즐거웠고 일을 하는데에도 신명이 났다. 상사인 군수는 나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면서 인정감을 부여해 주셨다.

대천시와 보령군이 분리 운영될 때라, 김 군수께서는 손님을 모시게 되거나 회식을 할 때는 대천시 관내가 아닌 무창포,오천항 등 보령군 관내에서 하도록 권유하는 등 군수의 생각과 말과 행위에는 언제나 군민을 위하고 군민과 함께 있었다.

보령군 오천면 외연도는 보령 서쪽 끝에 있는 섬으로 보령군 어업지도선으로 3시간 이상 항해해야 하는 곳이다. 하루는 군수님께서 기획실장, 기획계장, 예산계장, 행정계장(前 김동일 보령시장), 수산과장을 대동하고 외연도 시찰에 나섰다.

군수님께서는 객지에서 온 기획실장을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실제로 어업지도선 없이 개인적으로 외연도를 방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달같은 외연도를 둘러 보고 외연도리 이장님 댁에서 오찬이 있었다.

이장 사모님께서 "군수님께서 오신다 하여 이장님이 배타고 오천항까지 가서 돼지고기를 사오셨다"며, 섬에 계신 분들은 육지의 육류(肉類)를 제공해야 손님 접대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섬 문화를 알 수 있기도 하였다.

군수님께서는 "외연도 김치맛은 충남에서 최고일 것"이라며 외연도는 김장을 할 때 젓갈을 충분히 넣는다는 말씀도 하셨다.

한편, 군정 임무 수행도 수행이었지만 나는 사무관 승진시험 준비를 해야 할 입장으로 전국 17개 시도 승진 대상자를 대상으로 동시 치러지는 시험일자는 그해 12월 초로 잡혀있었다.

사무관 승진시험 준비를 하게 될 경우 대체로 1년 정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시험 공부를 하도록 배려해 주었는데, 이것은 전국적인 관행이었고 불편한 진실이었다. 1년간 공부를 해서 불합격할 경우 드물게는 한해 더 공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그해 3월 발령을 받은 후 6월 말까지 4개월 정도는 출근한 후 7월1일부터 5개월간 시험 준비를 하려는 복안이었는데, 7월이 지나고 8월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군수님께서 일체의 언급이 없으셔서 속으로 애태우고 있던 중, 무창포 해수욕장이 폐장되는 8월 20일에 군수님께서 "김 실장 9월 1일부터 집에 들어가 시험준비 해, 김 실장은 머리가 좋아서 3개월이면 충분할거야" 하시면서 병가 아닌 병가를 내주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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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를 닦아줘야 전복.소라.홍합 등이 잘 서식할 수가 있다. 사진=김용교 제공
시험과목은 「헌법」 「행정법」 「행정학」 「인간관계론」 「지역개발론」 등 다섯 개 과목이었다. 아파트 정문 맞은편에 독서실이 있어서 새벽 6시 입실, 밤 12시 퇴실로 집중력을 발휘하여 3개월간 참으로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그 덕분인지 합격할 수 있었다.

12월에 시험을 본 후 다음해 1월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무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사무관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유지해 나가야 할 소위 임관교육을 1개월간 받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제주도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승진시험에 합격한 524명이 대강당에 함께 모여 연수를 받았는데 4주간 교육에는 논문 제출과 두 차례의 시험도 있었다.

연수를 마치고 수료식이 있던 날 아침 우연히 연수원에 근무하던 이인화 학생계장(후에 충남도 행정부지사 역임)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이인화 계장께서 "김 형! 오늘 수료식에서 상받게 됐어" "무슨 상요?" "학업우수상, 전국 3위" 나는 이 말을 듣고 정말로 기뻤다.

내가 지금껏 전국대회에 나가본 일이 없었는데 전국 공부 대회에서 동(銅)메달을 받은 것이다. 충남 출신 20여 명의 사무관 연수생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김 용 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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