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월복(越伏)이라 하는데, 조상님들께서 말복이 입추 전에 와선 안 된다고 정한 때문이다. 입추라고 하나 아직 견뎌야 할 여름이 만만찮다는 선조들의 충고다. 그래서 농가월령가 7월령은 `농부들아 우리 일 다해가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어갈까/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멀다'라고 막바지 여름을 잘 보낼 것을 격려한다.
입추 무렵 풍속으로 기청제(祈晴祭)가 있다. 하늘이 맑길 기원하는 제사다. 입추 무렵은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여무는 시기다. 이때부터 처서까지는 비가 오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건 큰 재앙이었다.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많은 비가 오는 곳도 있을 거라니 걱정스럽다. 우리 속담에 `입추에 비오면 천 석을 얻고 처서에 비오면 천 석이 준다'고 했으니 한 번 믿어보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중국에선 기청제가 아주 엄했다고 한다. 물을 연상시키거나 상징하는 일체의 행위는 삼가야 했다. 기청제를 지내는 동안엔 수로를 막고 모든 샘물을 막아 물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오줌을 누어서도 안 되고 방사(房事)도 금해 부부가 각 방을 써야 했다. 음(陰)인 부녀자들은 시장나들이도 못하게 했다. 하늘이 맑길 바라는 기원이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일 터이고 그 정성만은 숙연해질 정도로 가상하다.
국민은 하늘이 맑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는데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엔 먹구름만 짙다. 갈등과 삿대질의 나날이요, 국회 문짝을 부수느라 때론 천둥 번개도 친다. 서민들의 눈물이 집중호우로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눈물이 홍수가 되어 무늬만 국민대표라는 선량들, 추악한 정치를 싹 쓸어버릴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기청제라도 올려야 맑은 정치를 볼 수 있으려나. 도대체 국민을 뭘로 아는 건지.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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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택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