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자의 제자인 남궁경숙이 전한 것인데, 정고부가 벼슬이 위중할수록 더욱더 공손하고 겸손하였기 때문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고, 결국에는 후손 중에 공자 같은 성인이 나온 것이라며 그의 겸도(謙道)를 찬양했던 것이다. 대개 사람이 재주가 있으면 시기하는 자가 생기기 마련이고 재산이 많으면 도적이 따르는 법이다. 날씨가 따뜻하면 이불 속에 이가 생기는 것처럼 자연한 이치라 할 수 있으니 지위가 높았던 정보고의 처세는 후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주역』에 겸괘(謙卦)가 있으니 이 뜻에 부합한다. 겸괘 첫 글에 '겸(謙)은 형통(亨通)하다' 했다. 겸은 상대방을 공경하는 것이며 자신을 낮추는 것이고, 형통하다 함은 막힘이 없이 통해 나간다는 뜻이다. 상대방에게 자세를 낮추면 자신이 가볍고 비굴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묘한 것이, 자신을 낮춘 것이 결국은 자신을 높이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아랫사람이 겸손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고, 윗사람이 겸손하면 더욱 더 광명(光明)하게 된다. 어디 이 뿐인가! 해도 달도 그리고 세상은 음양(陰陽) 속에 있다 하는데, 음양(陰陽)의 이치도 가득찬 것은 비우고 비운 곳은 보태준다. 땅위에 흐르는 물도 가득 찬 곳은 피해가고 비워져 있는 곳으로 흐른다. 귀신도 거만한 사람을 해치고 겸손한 사람에게 복을 주며, 사람도 거만한 사람을 싫어하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천(天)·지(地)·인(人)·귀신(鬼神) 모두가 겸손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겸괘의 설명이다. 주역 64괘 중에 다른 괘는 흉(凶)이니 인(吝)이니 좋지 않은 글자들이 들어 있지만 유독 겸괘(謙卦) 만큼은 모두가 길(吉)하고 이(利)롭다는 글자들로 쓰여져 있다. 이같이 겸도를 쓰면 만사가 모두 형통하다는 것이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요 재사다병(才士多病)이라'는 말도 겸도를 기준해서 살펴보면 대략 그 귀결이 되는 이치를 짐작할 수가 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태어난 아이가 예쁘면 얼굴에 점을 찍든지 아예 '점순이'로 이름 부르든지 했고, 아이가 똑똑하면 자랑하지 않고 재능을 감출 줄 알았다. 겸도를 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그루의 나무도 때에 맞게 꽃을 피우듯이 너무 이르게 꽃을 피우면 결실이 적게 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경』에 '가득차면 손해를 부르고[滿招損]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謙受益]'는 글처럼 옛날의 선비들은 무엇이든지 항상 거만함을 경계했고,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겸손은 곧 복을 받는 바탕이 되므로 옛 사람들은 겸손을 '도를 행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대유(大有)괘 다음에 겸괘를 둔 것이다. 요즘같은 자기 PR시대에 겸손의 미덕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은 냉소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고로 '많은 것은 천하고 적은 것은 귀한 법'이다. 모두가 다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공적을 자랑할 때 만약 한 사람의 겸손의 미덕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그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주역학자·원광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