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잠시간의 과불급이 있을지는 몰라도 도(道)는 결국 모든 것을 평평(平平)하게 만들어 버린다. 평평히 하는 것으로 가장 잘 표현한 것이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모습이므로 천도를 장궁(張弓)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늘의 달을 보면 초승달은 채워지고 보름달은 기울어진다. 하늘의 도가 평(平)을 주장하는 증거다. 물이 흐르는데 돌출된 곳은 변하게 만들고 비워져 있는 곳으로 흘러간다.
땅의 도 역시 평(平)으로 이루어지는 뜻이다. 『서경』의 '겸손하면 이익을 받고 가득차면 손실을 초래한다[謙受益滿招損]'는 말과 같이, 많으면 덜고 적으면 채워지니 세상사 모두가 결국 평(平)으로 돌아간다. 천도는 스스로 그러하므로 '하늘궁(穹)'자를 '활궁(弓)'자로 표기하고 있다.
공자는 하늘을 뜻하는 건괘(乾卦)에서 '자강불식(自彊不息:마음을 굳세게 해서 쉬지 않고 노력하는 뜻)'을 강조했으니 강(彊:옛글자는 弓弓을 합한 모습)자에 궁(弓)을 붙였고, 땅을 뜻하는 곤괘(坤卦)를 '덕합무강(德合无疆:덕을 합함이 끝없다는 뜻)으로 설명했으니 역시 강(疆)자 안에 궁(弓)을 붙였다.
유여(有餘)한 자는 덜고 부족한 자는 보태주는 것! 이것이 곧 하늘의 도(道)요 높은 것은 깎아주고 낮은 것은 채워주는 것! 이것이 땅의 도다. 그런데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족(足)한 사람의 것을 덜어서 유여(有餘)한 사람을 받들게 한다. 그래서 불평(不平)이 생긴다. 불평은 여러 요인에서 생기지만 주로 사심(私心)에서 빗어진다. 천도는 사심이 없으니 결국에 가서는 자연히 평평(平平)해지지만, 그러나 사람은 매사에 욕심으로 달려 나가니 평(平)을 얻지 못하고 항상 과불급(過不及)이 있게 된다.
불평이 지나치면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있게 됨은 필연의 이치다. 작게는 너와 내가 싸우고 크게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남을 누구나 다 싫어하면서도, 과욕(過慾)에서 빚어지는 필연적 결과를 알면서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사(人事)다. 인사의 불평함으로 인해서 성인은 활을 만들어 천도와 부합하는 길을 보여 준 것이다. 평(平)을 강조한 것이 바로 활일진대, 표적을 따라서 시위를 당겼을 때 지나치게 높으면 억제하고 낮으면 높여서 평평히 함을 조심해야 함을 가르쳤으니 공자는 말하기를 “활쏘는 것이 군자와 비슷함이 있다. (활을 쏘아서) 과녁에 적중하지 못하면 자신의 몸에서 돌이켜 구한다[射 有似乎君子하니 失諸正鵠이면 反求諸其身이라]”했다.
활을 쏘는 데에는 먼저 자기 몸부터 바름을 구해야 하니 몸을 바르게 하고 쏘면 백발백중할 것이요 적중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탓하고 남을 원망하지 않았으니 군자는 활쏘기를 통해서 자신의 정신과 자세를 바르게 잡는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쏠사(射)'자는 '몸신(身)'변에 '마디촌(寸)'자를 합했다. 寸은 법도를 뜻하니 법도를 지니는 주체가 자신의 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몸궁(躬)'자 역시 같은 의미다. 자신을 돌이킬 줄 아는 자[反身修德] 곧 활을 쏠 줄 아는 자요 고저(高低)와 완급(緩急)을 조절할 수 있는 자 곧 천도에 부합할 수 있는 자다.
성인(聖人)은 인사(人事)가 천도(天道)와 부합하기를 염원했고, 이 때문에 도(道)가 있고 덕(德)이 있는 자는 항시 평천하(平天下)의 꿈을 꾸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를 노력해왔던 것이다. 세상을 기르는 자 세상을 변혁시키는 자가 이 시대에 다름 아닌 교육자요 정치인이라 할진대, 이들이 장궁(張弓)의 이치를 안다면 태평(太平)한 세상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