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문화 장미의문화]제주해녀(濟州海女)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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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문화 장미의문화]제주해녀(濟州海女)를 다시 본다

  • 승인 2010-06-24 14:19
  • 신문게재 2010-06-25 21면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사라지거나 사리지고 있는 많은 것들이 아쉬움을 준다. 등굣길, 출근길 만원버스에서 갸녀린 몸으로 능숙하게 승객들을 안으로 밀어넣고 요금내지 않은 사람들을 족집게처럼 골라내던 시내버스 안내양, 항공기 스튜어디스 못지 않은 미모와 친절함으로 초기 고속버스 탑승을 즐겁게 해주었던 고속버스 안내양, 함께 숙식하며 크고작은 가사일을 돌봐주었던 이른바 '식모'라 불렸던 10~20대 처녀들 그리고 굴뚝 청소부, 한밤의 정적을 깨던 찹쌀떡 메밀묵 장사 같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직종이 오래전 모습을 감추었다.

해녀<사진>도 점차 사라지는 직업에 꼽힌다. 지금도 소수 연로한 여성들이 옛 전통을 이어가며 물질을 하고 있지만 고단한 작업과 위험앞에서 소멸되어 가는 소중한 우리 문화 아이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해녀는 단순히 물속에서 산소통이나 기계장치의 도움없이 잠수하여 각종 해산물을 따올리는 해변마을의 전문직종 여성 그 이상의 의미와 사회문화적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동은 거친 물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인적인 작업을 수행한다는 특수성과 함께 제주 여성의 전통적 생활 방식의 일단을 상징한다.

오랜 세월 해녀들은 자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일할 수 있었고 별다른 작업소요경비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제주문화, 제주여성의 선구적 삶과 문화를 압축하는 징표로 이해돼왔다.

제주해녀의 유구한 역사는 해녀의 항일운동 참여를 통하여 정점을 찍는다. 성산과 우도, 구좌 지역 해녀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생존권 수탈에 항거하여 일으킨 이 운동은 당시 제주여성의 자존, 저항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참여한 해녀들은 야학을 통해 민족교육을 받았는데 세화리 장날을 기해 시위를 전개, 다구치(田口) 제주도사에게 요구 조건을 제시하기로 결의하였다. 일천여 명의 해녀들이 집결해 농기구 등을 휘두르며 세화리 주재소를 순시하던 제주도사를 포위하고 격렬하게 투쟁하여 요구조건 8개 항목을 해결하겠노라는 약속을 받고 만세를 외치며 해산했다고 한다.

1930년대 출가(出稼)어업이 확대되어 제주도 밖으로 나가 물질작업을 하는 해녀들이 많아졌다. 한반도 연안 곳곳과 일본, 중국, 러시아 같은 동북아시아 일대의 바다가 무대였다. 일본 어민들의 제주어장 침탈로 해산물 채취량이 현저히 줄어 생활이 어렵게 되자 타 지역으로 출가물질을 나가는 해녀 수가 증가하였다. 출가 범위는 한반도 남부, 북부지역, 일본 각지, 중국의 대련과 청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로 넓어졌다. 이들은 각자 가정경제를 이끌었고 근대여명기 제주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더러 제주 생활사의 산 증인으로 문화, 사회, 경제, 민속적 차원에서 더 깊이 연구되고 전통을 이어가야할 소중한 무형문화재로 꼽힌다.

해녀들은 초인적인 잠수 작업, 거친 바다의 예측불허로 인해 신에게 의지하는 생활에서 자연발생한 무속 신앙, 힘든 노동을 잊기 위해 퍼져나간 노래와 독특한 언어, 공동체 생활에서 그들만의 상부상조 사회조직을 형성하였다. 여성의 사회적 영향과 경제력, 가사결정권이 점차 높아지는 이즈음 선구적이며 신뢰받는 여성상의 원조로 제주해녀는 새롭게 조명받을 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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