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2016 교향악축제와 대전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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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2016 교향악축제와 대전시향

  • 승인 2016-04-10 13:16
  • 신문게재 2016-04-11 22면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이달 5일 대전예술의전당, 2016 교향악축제로 7일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대전시립교향악단 연주는 대전시향이 한 차례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음악회로 기억될 것이다.

전반부에 지휘자 김성향(세이쿄 김)과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호흡을 맞췄고, 후반부에 브루크너 교향곡 4번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첫 곡으로 서곡이나 다소 가벼운 작품을 선택하지 않고 바로 비중있는 두 작품으로 들어간 대전시향은 다른 교향악단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무겁고 진지한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이러한 시도는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19세기 후반 낭만주의시기 보수적인 음악가로 평가받는 브람스와 진보적인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거대한 교향곡을 작곡한 브루크너는 서로 다른 노선의 대척점에 서있었지만 낭만적이라는 큰 시대적 흐름 안에서는 같은 길을 걸은 작곡가들이다.

'낭만적'(Romantic)이란 말은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제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대전시향 연주회 전체의 콘셉트를 상징하는 단어다. 다시 말해서 연주회의 관건은 바로 브람스와 브루크너 음악의 낭만성을 얼마나 적확하게 잘 표현했느냐에 달려있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노가 교향곡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어가도록 느껴지는 협주곡으로 엄격한 형식적 틀 안에서 폭발적으로 낭만적 에너지를 쏟아낸다. 대전시향과 지휘자 김성향, 피아노 조재혁은 서로 다른 음악적 개성을 지닌 다소 이질적인 삼각구도의 속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앙상블을 만들어내려고 심혈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지 조재혁의 피아노 음색은 유려하고 세련됐지만 브람스 음악 특유의 진지함과 깊이있는 해석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피아니스트가 브람스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음악적 해석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도 있지만, 독주자의 스타일이 김성향의 지휘로 만들어진 음향과 최적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에도 기인할 것이다.

반면 1시간이 넘는 길고 웅장한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은 금관과 현, 목관의 뚜렷한 대비, 셋잇단음표의 연속적 사용으로 등장하는 브루크너 리듬의 엄격함, 휘몰아치는 음색의 극적변화가 매우 특징적인 작품이다. 김성향의 지휘는 딱 떨어지는 옷을 입은 느낌을 주지는 못했고 주제를 또렷이 드러내야 하는 호른의 역할과 명쾌한 리듬분할이라는 정확한 연주력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대전시향은 강렬하게 분출하는 금관악기 음색으로 기선을 잡아가며 아주 작은 음색부터 압도적인 음량의 거대함까지 브루크너 교향곡이 지닌 장엄한 낭만적 정서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앞서 브람스 협주곡의 웅장하고 묵직한 낭만성과는 또 다른, 미지의 먼 세계를 그리는 신비적 낭만성을 효과적으로 묘사해 대전시향의 잠재된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대전공연과 서울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같은 곡을 두 번 연주한 익숙함에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지만, 외적 인프라가 주는 음악적 효과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울공연에서 브람스 음악이 일부 어수선하게 들린 것은 콘서트 전용홀에서의 적응이 초반에 익숙치 않아서 생긴 부분이 크며, 브루크너 교향곡이 지닌 강렬하고 화려한 음색은 역시 서울공연에서 더 섬세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난해하고 맞추기 까다로운 브람스와 브루크너 작품으로 서울과 대전 관객 모두의 큰 호응을 얻은 대전시향은 이번 연주를 통해 작년보다 음악해석의 폭이 넓어지고 기량이 향상됐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음악적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 이번 연주회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대상은 바로 대전시향 자신이기 때문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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