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최루탄부터 스마트폰시대까지 살아온 승차권가판대

  • 사회/교육
  • 미담

[영상]최루탄부터 스마트폰시대까지 살아온 승차권가판대

대전역 앞 가판대 30여년 오롯히
최루탄시대부터 지금까지 서민경제 현장
무릎 못 펴는 좁은 공간 애환도

  • 승인 2018-01-07 07:17
  • 수정 2018-01-08 11:38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버스 승차권 10장 주세요”

머리를 짧게 깎은 한 중학생이 손바닥만 한 구멍에 대고 말하고는 천원짜리 몇 장을 쓱 밀어 넣는다. 창문 안쪽 매표소 주인은 돈을 받아들고 재빨리 승차권을 한 움큼 집는다. 손끝에 침을 바르고 껌 종이처럼 작고 얇은 승차권을 거듭 세어본 후 돈이 들어온 구멍으로 다시 내민다. 버스가 그사이 지나갈까 노심초사하던 학생은 승차권을 안주머니에 넣고는 정류장으로 잽싸게 뛰어간다.



IMG_6153
대전에 버스 종이승차권이 사용되던 시절에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았다. 전국적인 버스 카드제 도입에 따라 대전에서도 2003년 종이승차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카드와 현금만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신용카드를 넘어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버스요금 결제가 되는 시대에 승차권 가판대는 있기나 한 걸까?



승차권 가판대를 운영하는 A(75)씨는 오늘도 오전 6시 30분 2평짜리 가게 문을 연다. 목척교를 지나 대전역 앞 버스정류장 옆이 A씨가 지난 30년간 생계를 이어온 터전이다. 가게 셔터를 올리고 주변을 청소한 후 매장에 앉는 것으로 영업 준비는 끝났다.





2평 남짓의 그의 가판대는 옛날 모습 그대로다. 손이 쉽게 닿을 곳에 그날 신문과 음료수가 진열됐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판매대도 보인다. 네모난 통유리에는 승차권 카드와 담배, 복권이 밖에서 보이도록 부착돼 있다. 손님이 신문을 고르든 버스카드에 충전하든 역시 창문에 난 작은 구멍으로 대화와 돈이 오간다. 종이승차권을 더는 판매하지 못해 손님이 많이 줄었고 그사이 주인장 이마에 주름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 가판대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A씨가 가판대에 머무는 동안 다리를 펴고 앉거나 허리를 곧추세워 일어설 수 없어 보였다. 천정은 낮아 앉아있는 것만으로 머리가 천정에 닿을듯했고, 무릎을 펼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 양반 다리로 고쳐앉고 그도 안되면 잠시 밖으로 나가 기지개를 켠다. 또 가판대 실내는 살짝 코끝이 시리게 춥다. 궁둥이를 붙이고 앉은 바닥에는 난방은 되지만, 공기를 데우는 히터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두툼한 잠바와 털모자 그리고 이불이 그의 체온을 유지해 준다.

“장사 시작한 지 얼마나 됐냐고?”A씨는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는 듯 한참을 곰곰이 생각했다. “여기서 최루탄 마시며 장사했으니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 하지 않았나 싶은데”그의 대답이었다. “옛날에는 대전역 앞에서 시위도 많고 말 도마 살벌했어. 학생들은 경찰에 쫓기다 넘어지고 다치고 말도 못하지. 생계를 위해 장사는 해야겠는데 최루탄은 역전에서 펑펑 터지지 견디기 어려웠지. 그래서 방독면을 구해서 얼굴에 쓰고 장사를 했던 기억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IMG_6146

그의 곁에 쪼그려 앉아 함께 바라본 창문 밖 모습은 한 곳을 오랫동안 비추는 CCTV 세상 같았다. 인도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표정과 발걸음으로 창문 이쪽에 나타났다가 저쪽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비슷한 시각에 지나가는 사람, 항상 뛰어가는 사람, 대전에 처음 온 듯한 사람 등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창문 밖을 응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오천 원 충전해주세요” 한 학생이 창문 틈으로 버스카드와 현금을 포개어 넣는다. A씨는 버스카드를 충전기 위에 올려놓고 ‘5000’을 적립한 후 카드만 유리 틈으로 다시 돌려준다. 돈이 좀 돌 때는 충전금액부터 높아지는데 요즘에는 호주머니가 가벼워선지 학생부터 성인까지 만원 이하에서 충전한다고 한다. 버스승차권이 사라진 후 가판대의 주요 수익은 버스카드 충전수수료인데 마진율이 무척 낮아 A씨는 제도개선을 바라고 있다. 버스카드 충전금액의 0.8%를 충전수수료로 받을 수 있는데 1만 원 충전에 800원꼴이다. 충전에 필요한 통신요금도 부담하는 상황에서 수수료가 형편없이 낮아 가판대 영업이 쉽지 않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 때문인지 50여 곳에 있던 대전 승차권 가판대는 지금은 10여 개로 줄었고, 실제로 영업하는 가판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원도심 일대 가판대 7곳 중 2곳만 문을 열고 있었다 리모델링 되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는 도심 흉물처럼 방치되는 곳도 있다.



“좁은 곳에 오랫동안 혼자 앉아서 하는 일인데 수익도 높지 않아 많이 문 닫았어. 오랫동안 해오신 분 중에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매연을 매일 맡아 기관지도 안 좋지만, 이곳에서 아이들 잘 키워 손자가 대학생이 됐으니 뭘 더 바래겠어. 대전에서 제일 먼저 문 여는 가게라는 자부심으로 해왔는데 단골과 친구로 지내는 재미지 뭐.”A씨가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4.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5. <인사>대전시
  1.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2.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3.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4.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5. 대전시, 반려동물산업 육성에 힘쏟는다

헤드라인 뉴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27일 오전 우주로 날아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알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2시 40분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발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배 부총리는 "누리호 4차가 성공했다"며 "오전 1시 13분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발사된 누리호가 고도 601.3㎞ 궤도 속도 7.56㎞/s, 경사각 97.75도로 태양 동기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며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 위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분리돼 궤도에 안착했고 남극 세종기..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