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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대전으로 떨어져 살기 때문에 소통의 수단은 전화인데, 어느 날 손자가 전화를 하기로 약속을 단단히 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벌을 주기로 했지요.
전화를 하여 '나하고 한 약속을 안 지켰으니까 일주일간 너한테 전화를 하지 않는 벌을 준다'고 얘기 했지요.
그랬더니 그 아이는 "그건 '좋은 벌'이네요"라고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손자 입장에서는 전화를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 전화를 안 건다니 벌치고는 좋은 벌이라는 것이지요. 별 의미 없이 한 얘기지만 '아차!' 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제 심리 저변에는 '내 전화는 받아야 한다. 받지 않으면 벌을 줄 수도 있다'는 권위주의적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와 손자는 똑같은 인격을 가졌고, 손자의 입장을 섬세하게 배려하는 것이 윗사람의 도리라면 저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이지요.
여기서 하나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실 '힘'으로 본다면 그 아이와 저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완력도 훨씬 세고, 집안에서 영향력도 훨씬 크며, 돈과 지식도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힘으로 인간관계를 좌우할 수는 없지요. 무의식중에 그 '힘'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 시키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독선이 아니겠는지요. 손자와의 통화에서 두 번째 얻은 교훈입니다.
'내가 너를 좋아 하니까 너도 나를 좋아 해야 돼'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입니다. 물론 상대에게 호감을 보이면 그것이 상대로부터 피드백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호감의 표현 방법과 태도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손자에게서 얻은 세 번째 교훈입니다. 한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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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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