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4강 교병필패(驕兵必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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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4강 교병필패(驕兵必敗)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6-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24강 교병필패(驕兵必敗) : 자기의 힘만 믿고 교만(驕慢)하여 적에게 위엄(威嚴)을 보이려는 군대는 반드시 패(敗)한다.

본 고사성어는 驕(교만할 교), 兵(병사 병, 군대 병), 必(반드시 필), 敗(패할 패)로 구성 되었고, 출전은 한서(漢書) 열전(列傳) 위상전(魏相傳)에 보인다.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는 자만(自慢)을 경계하는 말은 많다.

그중 회남자(淮南子)는 "헤엄 잘 치는 놈은 물에 빠져 죽고, 나무 잘 타는 놈은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善游者溺 善騎者墮, 선유자익 선기자타) 라고 했다.



또한 노자(老子)는 "스스로 자랑하면 그 공(功)이 없어지고, 스스로 자만하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자벌자무공 자긍자부장)는 명언을 남겼다.

전한(前漢)의 선제(宣帝)는 영토를 확장하여 그 지역이 거사국[車師國]까지도 한(漢)나라에 복속되어 있었다.

어느 날 거사국[車師國]에 북방 오랑캐인 흉노(匈奴)가 침입하여 그곳에서 주둔하고 있던 한(漢)나라 군대를 공격하자 선제는 후장군(後將軍) 조충국(趙充國)등을 불러서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는 흉노족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 될 때라 대부분의 신하들은 흉노의 요지(要地)를 격파하여 다시는 서역(西域)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승상인 위상(魏相)은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이 듣기로는 어지러운 것을 구하고, 포악(暴惡)한 자를 죽이는 것을 의병(義兵)이라 하는데 의병을 일으키는 사람은 천하의 제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네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적의 침입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되는 것을 응병(應兵)이라 하며, 응병의 군대는 반드시 승리를 얻게 됩니다.

둘째, 사소한 원한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싸우는 것을 분병(忿兵)이라 하며, 군대가 분노의 전쟁을 하면 반드시 패(敗)하게 됩니다.

셋째, 남의 토지나 재산을 빼앗으려고 싸우는 것을 탐병(貪兵)이라 하는데, 군사가 탐내어 하는 전쟁은 격파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나라가 크고 백성이 많음을 믿고 적에게 위세를 보이기 위해 일으키는 군대를 교병(驕兵)이라 하는데, 교병은 반드시 멸망합니다. 교병필패(驕兵必敗)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길은 단순한 인간사 같지만 곧 하늘의 법도(天道)이기도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자신이 교만했음을 깨달은 선제는 파병을 취소시켰다.

경쟁(競爭)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크고 작은 싸움이 있게 마련이다. 실력으로 보나 세력으로 보나 질 수 없는 싸움인데 자만(自慢)하여 패(敗)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중국고대의 걸(桀). 주(紂)를 포함하여 서양의 로마. 1. 2차 대전 때의 독일과 일본, 그리고 최근에 세계의 군사, 경제 대국인 미국이 작은 북베트남에게 사실상 패배하여 철군하는 등 교만한 군대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은 강해지면서부터 어리석어지기 시작한다. 곧 그 강함이 영원토록 자기 소유일 것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이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정부가 수립 된지 75년의 짧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참으로 많은 곡절을 겪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영광스런 퇴임보다 불명예스런 퇴진이 더 많은 것 같다. 왜? 답은 권력을 쥐면서부터 국민에게 헌신 봉사하겠다는 초심은 일순간 없어져 버리고 권력을 즐기고 자랑하고 정적을 몰아붙이는 일로 일관하기 때문에 그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도 그렇다. 이제 청산놀음은 그만두고 실추된 외교, 경제, 안보, 교육, 고용 등 산적한 비전의 실현을 위해 표를 몰아주었더니 자성(自省)보다 교만이 앞선다.

어제 어느 일간지에 법무부장관(秋)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한다. 장관은 총장이 임무수행을 잘 하도록 다른 부서와 협조하고 예하조직을 통하여 지원하는 것이 우선된 임무일 것이다. 멋대로 지시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권한을 행사하고 한 번도 아니고…… 정말 추(醜)해서 못 볼 지경이다.

일제 위안부 할머니 사건도 도덕적 본질을 왜곡한 책임자들을 오히려 두둔하는가하면, 또 법을 무시한 불법을 저질러놓고 괴변으로 합리화하려는 청(靑)과 이를 동조하는 여권의 정치인들.... 정말로 오만의 극치이다. 아예 대놓고 역대 교만한 정권의 불명예스런 퇴진을 답습하고자 하자는 것인가?

우리 주변에는 처음에 작고 힘들 때는 항상 주위를 돌아보고 어려움을 같이 하던 사람이, 생활에 여유가 생기거나 배움이 많아지거나 직위가 높아지면 자만에 빠져 교만해지기 시작한다.

한비자(韓非子)는 난편(難篇)을 통해. "대체로 잡초를 아끼면 벼 이삭에 손실을 가져오고, 도둑에게 은혜를 베풀면 양민을 해치게 만든다 (夫惜草?者耗禾穗 惠盜賊者傷良民 부석초제자모화수 혜도적자상양민)"라고 했다.

'교병필패' 어쩐지 정국의 돌아가는 상황이 점점 불안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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