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학교, 학생과 교사가 함께 꿈을 키우는 곳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학교, 학생과 교사가 함께 꿈을 키우는 곳

정은해 양지고 교사

  • 승인 2020-07-24 12:35
  • 수정 2021-06-24 13:50
  • 신문게재 2020-07-24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정은해
정은해 양지고 교사.
양지고는 원수산 아래 자리해 숲, 야생화 그리고 자연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계절의 변화를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하루하루 자신들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꿈이 자라나는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고민한다. 교육과정이 변화하여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짐에 따라 작년 처음으로 교육과정 박람회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 7월 학기 말 2일간의 박람회 운영을 위해 주관부서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학년부와 교과별 협의회 등을 여러 차례 실시해 운영 계획을 구체화했다. 더불어 교사 연수, 리플릿 제작, 전공별 로드맵 제작 및 부스 설치 등 모든 준비가 일정에 맞게 진행됐다. 그러나 처음 진행하는 박람회이기에 학생들의 참여 및 반응은 예상할 수 없어 걱정과 기대의 마음으로 교육과정 박람회 날을 맞이했다.

교육과정 박람회 당일, 양지고 강당에는 국어, 외국어, 수학, 과학, 사회, 생활·교양, 담임상담 및 진로·진학상담 등 총 10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부스 안 테이블에는 본교 교사들이 상담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 3교시를 시작으로 4개 반 100여 명의 학생들이 강당으로 입장하였고, 15분의 학생 연수 후 90분간의 부스체험이 시작됐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모습이 펼쳐졌다. 학생들이 리플릿을 들고 교과별 부스를 이동하며 선생님들과 진지하게 상담에 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선택 과목에 대한 질문부터 진로·진학 그리고 교과별 공부법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였고, 교사들은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 상담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예정되었던 2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학생들이 퇴장하지 않아 다음 학급의 입장이 지연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렇게 2일에 걸쳐 8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과정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교육과정 박람회 전 학생들의 참여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다. 그런데 행사를 시작하니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은 감동을 넘어 울컥함을 느끼게 했다. 나누어준 리플릿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장난 끼 많은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몇몇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박람회에 참여한 소감을 물어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웃어줄 때는 그동안의 걱정이 한순간에 날아가기도 했다. 또한 8시간이 넘도록 부스에서 상담을 하며 학생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하는 교사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쁜 학기 말, 시간을 쪼개 교과별 자료를 제작하고 전시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모습들은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지친 기색에도 학생들의 필요한 것과 고민이 무엇인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을 때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상담 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따뜻한 웃음으로 답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학교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모두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꿈을 꾸고, 꿈을 만들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그 모든 것을 함께하는 교사가 있다.

지금 우리는 두 번째 교육과정 박람회를 준비 중이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과 같은 운영은 어렵겠지만, 소규모로 축소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된다.

/정은해 양지고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