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32강 장경오훼(長頸烏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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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32강 장경오훼(長頸烏喙)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8-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32강 長頸烏喙(장경오훼) : 기다란 목에 까마귀 부리 같이 뾰족한 입

글자는 長(긴 장), 頸 : 頸(목 경), 烏(까마귀 오), 喙(부리 훼)로 구성되어있다.

본 고사의 출전은 사기(史記) 월세가(越世家)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의 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단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나중에 큰 코 다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첫인상이 나쁘면 호감이 가기 어려우니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본 고사성어는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월나라 왕(越王) 구천(句踐)의 얼굴 생김새를 관상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은 오(吳)나라와의 처음 전쟁에서 오왕(吳王) 합려(闔閭)를 죽여 승자로서의 두각을 나타냈다. 한편 오왕 합려의 아들 부차(夫差)는 원수를 갚기 위해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며(臥薪/와신) 칼을 갈았고, 곧 월왕 구천과 전쟁을 벌여 크게 이겼다.

전쟁에 패배하여 회계산(會稽山)으로 쫓겨 간 구천은 책사 범려(范?)의 건의로 대부 문종(文種)을 오(吳)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파견하여 항복을 애원하며 노예가 될 것을 자청하였다. 그리고 미인 서시(西施)까지 보낸 뇌물작전이 통해 목숨을 부지한 구천은 처지가 바뀌어 쓸개를 핥으며(嘗膽/상담) 노예생활을 10년이나 이어가야 했다. 그러면서 구천은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거짓충성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심지어 오왕 '부차'의 병을 진단할 때 일부러 부차의 대변을 핥는 이변까지 연출하였다. 이에 탄복한 부차는 구천을 자유의 몸으로 월나라로 복귀하도록 하였고 복귀한 구천은 복수를 위해 대부 문종과 책사 범려와 함께 철저히 준비하여 부차가 제(齊)나라를 정벌하러 나라를 비운 사이 정예병을 이끌고 오나라에 쳐들어가 마침내 복수에 성공했다.

그런데 20년을 보좌하여 구천을 춘추시대 마지막 패자(覇者)로 만든 책사 범려는 자기의 할일은 끝났다며 구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별을 고하고 제(齊)나라로 떠나 큰 부(富)를 이루게 된다.

제나라에서 그는 자신과 절친했던 월나라의 대부 문종(文種)에게 편지를 썼다.

"하늘에 새가 다하면 좋은 활도 창고에 넣어 두게 되고,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죽이며, 적국이 망하면 모사(謀士)는 죽는 법이오. 게다가 월왕 구천의 상은 목이 길고 입은 새 부리처럼 생겼는데, 이런 인물은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는 법이오. 그대는 어째서 떠나지 않는 것이오?"(范?遂去, 自齊遺大夫種書曰, 蜚鳥盡良弓藏. 狡兎死走狗烹. 越王爲人長頸鳥喙, 可與共患難, 不可與共樂. 子何不去.)

문종은 편지를 본 후 병을 칭하고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문종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참소했다. 월왕이 문종에게 칼을 주며 말했다.

"그대가 과인에게 오나라를 치는 일곱 가지 술책을 가르쳐 주어 과인이 그중에 셋을 써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나머지 네 가지가 그대에게 있으니 그대는 나를 위해 선왕을 따라 시험해 보라."

문종은 자살했다.

오늘날 기형의 얼굴은 예사로 성형하여 모습을 바꾼다. 얼굴은 자연의 작품이다.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링컨'은 "사람이 나이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수양을 통해 덕이 자연스레 배어나오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웨이터법칙'(Swansons Unwritten Rules of Management)이라는 게 있다. 식당 등에서 웨이터나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친절하지만 자신보다 약자인 종업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장경오훼(長頸烏喙)형 인간을 쉽게 식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사람과는 비즈니스를 도모해서는 안 되며, 당연히 직원으로 채용하여서도 안 되고, 그런 자가 상관이라면 범려가 한 것처럼 가차 없이 떠나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약자들에게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조심해야 한다.

그런 류의 사람들은 통상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모도 감수하고 인내하지만,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교만(驕慢)에 빠져 고난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마는 타입의 인간들이다.

그런데 좀 다른 유형의 인간으로 즐거운 좋은 시절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어려움이 닥쳐 정작 도움이 필요하면 곁을 떠나버리는 타입의 인간이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 제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자신이 권력을 잃었을 때 자신에게서 떠난 많은 선비들을 겪으면서 다짐하며 말했던 "부귀다사(富貴多士)빈천과우(貧?寡友), 곧 부유하고 고귀할 때는 선비가 많이 모이고, 가난하고 천할 때는 친구가 적다"는 말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편(交友篇)에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라는 교훈이 있다. 곧 술이나 음식을 함께할 때 형제 같은 친구는 많으나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는 하나도 없다.

이 험한 세상 친구 선별도 매우 중요하며 특히 사업이나 같은 종류의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파트너의 역할은 지대하다. 좋은 사람들과 사귐은 정말 중요하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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