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3강 사지(四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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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3강 사지(四知)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8-25 09:0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33강 사지(四知) : (아무리 은밀히 해도) 넷이 알고 있다

아무리 두 사람만의 은밀한 행동일지라도 하늘과 땅, 나와 상대편이 다 알고 있다는 뜻으로, 비밀은 언젠가는 반드시 탄로 나게 마련임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때의 宋(송)나라 범엽(范曄)이 편찬한 '후한서(後漢書)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와 더불어 중국의 '삼사(三史)'로 꼽히는 역사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문장이 유려하고 설명이 적확하기로 유명해 후한의 역사서 중 제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기록된 사지(四知)는 양진(楊震)이라는 선비의 선대(先代)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양진의 부친 楊寶(양보)는 후한(後漢)때 사람으로, 양보(楊寶)가 아홉 살 때 화음산(華陰山)의 북쪽에 올랐다가, 꾀꼬리 한 마리가 올빼미의 공격을 받아 나무 밑으로 떨어져 개미들에게 곤혹을 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양보는 꾀꼬리를 집에 데려와 두건을 보관하는 상자에 넣고 국화를 먹였다. 백여 일이 지나자 꾀꼬리의 날개에 깃털이 자라나 날아갔다. 그날 밤, (양보의 꿈에) 노란 옷을 입은 동자가 나타나 양보에게 재배를 하면서 말했다.

"저는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입니다. 당신이 인애함으로 나를 구해 주었습니다. 구해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백옥(白玉)가락지 네 개를 주면서 말했다. "당신의 자손들이 이 옥가락지처럼 결백하게 되고, 지위는 삼공(三公)에 오르도록 해 주겠습니다"라고 말하니 그 자손이 대대로 삼공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아들 양진은 학식이 덕망과 함께 청렴결백하여 관서공자(關西孔子)로 불렸다. 그는 제자를 가르치다 나이 오십에 동래군(東萊郡) 태수로 임명되었다. 그가 임지로 향하던 중 날이 저물어 창읍(昌邑·현재 산동성 금향현)의 어느 객사에 머물게 되었다.

객사에서 혼자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는데, 창읍현 현령인 왕밀(王密)이 밤늦게 찾아왔다.

왕밀은 양진이 형주(荊州)에서 자사(刺史·감찰관)로 있을 때 알게 된 사이였다. 그때 양진은 왕밀의 학식과 재능을 아껴 조정에 천거해준 일이 있었다. 곧 양진은 왕밀의 출세 길을 열어준 은인(恩人)이 되는 셈이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지난 날의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한 밤중이 되자 왕밀이 슬며시 옷깃에서 황금 열 근을 꺼내 공손하게 양진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왕밀은 그동안 양진의 보살핌의 은혜에 대해 약소하지만 성의로 알고 받아두기를 간청하였다. 이에 양진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러나 엄중한 표정과 함께 점잖은 말로 거절했다.

왕밀은 뇌물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베풀어준 은혜에 대한 약소한 보답이라 생각하고 거둬주기를 거듭 간청 했으나 양진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신이 알고(神知로 되어있기도 함), 자네가 알고(子知), 내가 안다(我知). 나는 옛날부터 자네를 알고 있고, 자네의 학식과 인품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기억하네. 자네는 내가 짐작했던 대로 출세를 해 현령 벼슬에 올랐네. 앞으로도 직무에 충실하여 영전을 거듭할 것을 의심치 않네. 그러니 나에게 보은(報恩)이라면 그것으로 충분 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그 후 양진은 국방을 담당하는 벼슬인 태위(太尉)가 됐다. 그러다 천자의 비서관인 중상시(中常侍) 변풍이라는 사람에게 모함을 당해 벼슬을 빼앗기고 평민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양진의 청렴결백함은 후대 자손들의 귀감이 되어 아들 양병(楊秉)과 손자 양사(楊賜)와 증손자 양표(楊彪)는 모두 삼공(三公/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지위에 올랐으며 국가의 동량(棟梁)이 되었다.

그의 8대손 양수(楊脩)도 조조의 계륵(鷄肋) 암구호로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 낸 이야기와 조비와 조식의 후계자 문제로 비록 조조에게 죽음을 당하지만 매우 출중한 인물이었다.

사람은 정직(正直)을 기본으로 삼아야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위정자는 더욱 더 그러하다. 아무리 속이려 해도 사지(四知)로 인해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권력자들에게는 청렴한 선비는 눈에 띄지 않고, 남을 속이고 권력자가 속이고자 하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을 인재라고 등용한다.

지금 이 정부도 사지(四知)에 대하여 알아야 할 것이다. 탈 원전, 태양광 사업, 대북정책, 경제 파탄, 외교 부재, 교육 혼란, 권력 남용, 법치파괴, 권력자들의 파렴치 행동… 등 말할 수 없이 많다.

권력 속의 국민에 대한 속임수는 곧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이 커다란 악행을 앞으로 어찌 감당할 것인가?

공자가 저술한 춘추(春秋)에 하늘이 잠시 악(惡)한자를 도와주는 것은 그를 복(福)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흉악(凶惡)을 쌓게 하여 벌(罰)을 내리게 함이다.(天之假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라고 하였다.

상(賞)인지 벌(罰)인지는 그 때가서 두고 볼일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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