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4강 살처구장(殺妻求將)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4강 살처구장(殺妻求將)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1-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54강 살처구장(殺妻求將). 아내를 죽여서 장수 자리를 얻는다.

글 자 : 殺(죽일 살) 妻(아내 처) 求(구할 구) 將(장수 장)



출 전 : 사기 손자/오기열전(史記 孫子/吳起列傳)

비 유 : 명성이나 이익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를 비유.



오자병법(吳子兵法)은 전국시대에 오기(吳起)가 쓴 병서로써 손자병법(孫子兵法)과 쌍벽을 이룰만한 유명한 병서(兵書)이다.

사마천은 사기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서 그의 능력과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 수명을 다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출세를 위해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기는 위(衛)나라 사람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출신이었다. 젊었을 때 공명(功名)을 얻기 위하여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나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고향에 돌아온 오기(吳起)는 고향사람들이 자신을 비웃자 자기를 조롱한 사람 30명을 죽이고 밤을 틈타 노(魯)나라로 도망쳐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를 스승으로 모시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이 무렵 이웃 제(齊)나라에 전거(田居)라는 대부(大夫)가 노나라를 방문하였는데. 그는 공교롭게도 오기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여관에 묵게 되었고, 그가 5일 정도 묵으면서 매일 열심히 공부하는 오기의 모습을 보고 그를 불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그가 필시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딸을 그의 아내로 삼게 하였다. 전기의 딸은 미인이면서도 현숙(賢淑)한 여인이었으므로 두 사람은 매우 좋은 부부가 되었다. 오기는 병법을 연구한 후 노(魯)나라에서 벼슬을 구하기는 했으나 변변치 못했다.

그 무렵 제(齊)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했다. 노나라 임금은 오기(吳起)를 장수로 삼아 제나라 공격을 막으려 했는데 한 신하가 임금을 말리며 말하기를 "오기는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므로 그를 써서는 안 됩니다. 처가의 나라와 어떻게 신명을 다 바쳐 싸우겠습니까?"

노나라 임금도 이 조언을 받아들여 오기를 장수로 임명하기를 주저하였다. 오기는 마침내 그 이유를 알고 집으로 달려가 아내를 불렀다.

"당신은 내가 전쟁터에서 공을 이루기를 바라오?"

아내는 웃으며 "그야 이를 말이겠어요?" "그렇다면 나를 도와주오." "어떻게요?" 오기는 주저하다가, "그대도 알다시피 지금 제나라 군이 우리 노나라를 침범 중이오. 임금은 나를 장수로 삼아 저들을 물리치려고 하는데, 아내인 당신이 제나라 사람인 까닭으로 나를 의심하고 군사를 맡기려 하지 않고 있소. 그러니 내 어쩌겠소. 당신에게는 미안스러……"하고는 아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칼을 빼어 아내의 목을 내리쳤다.

오기는 아내의 머리를 싸들고 궁으로 달려가 임금에게 바치면서.

"신은 오직 나라를 구하려는 일념뿐입니다. 그런데 주상께서 제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신을 의심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아내의 머리를 잘라 주상에 대한 충성심이 확고함을 보여드렸나이다. 부디 저를 장수로 임명하여 주십시오" 라고 간청하였다.

노나라 임금은 아직도 선혈이 낭자한 오기 아내의 머리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아내를 죽여 장수 자리를 구하려는 오기의 지독함에 기가 질렸고, 또 저런 잔인한 자를 믿었다가는 후에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고 이맛살을 찌푸렸으나 이미 제나라 군사가 깊숙히 쳐들어오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라 그를 장수에 임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기는 장수가 되어 제나라와 싸워 대승을 했다. 그러나 노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오기의 잔인함에 악평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명예 욕구가 대단하다고 할지라도 천륜(天倫)의 배필(配匹)인 아내를 명예성취를 위한 희생의 제물로 쓴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처사이다.

歎時(탄시/시대를 한탄한다)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조선중기 대학자 고청(孤靑)서기(徐起)선생이 시대를 한탄하며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形獸心人多古聖(형수심인다고성)

생김새는 짐승이나 마음이 사람다운 자는 먼 옛날 성인 가운데 많고

形人心獸盡今賢(형인심수진금현)

생김새는 사람다우나 마음이 짐승인 자는 오늘날 현자(권력자)가 다 여기에 속한다.

擾擾東華冠帶士(요요동화관대사)

서울 길을 왁자하게 헤치고 다니는 의관이 화려한 분(권력자)들이여

暮天風雨奈君恩(모천풍우내군은)

비바람 몰아치는 저문 하늘(대권의 권력이 없어질 때)의 임금님 은혜는 어찌 하는가?

나라를 책임진 권력자들은 생김새와 의관도 화려하여 부러움을 살 만한 외형을 갖추었으나 정작 마음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과도 같다. 고위직을 차지하여 권력을 즐기려고 국민을 속이며, 약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짐승 같은 권력자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