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룡의 세상읽기] 되풀이 되는 지역패싱, 서울공화국은 언제까지?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오희룡의 세상읽기] 되풀이 되는 지역패싱, 서울공화국은 언제까지?

오희룡 디지털룸 디지털팀장

  • 승인 2021-07-21 17:21
  • 신문게재 2021-07-22 1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IMG_3073
오희룡 디지털룸 디지털팀장
기증품만 2만 3000여 점에 달하는 국가기증 이건희 컬렉션의 미술관 입지가 결국 서울로 결정됐다.

자치단체간 과열경쟁만 부추기다 결국 서울로 결정한 국립한국문학관에 이어 이건희 컬렉션마저 서울로 결정나면서 활용 방안만 놓고 10년째 지지부진한 충남도청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스스로 균형발전에 저해하는 정책추진으로 문화예술분야의 수도권 초집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불거진 지자체의 이건희 컬렉션 유치전은 결국 20개 지자체를 들러리만 세우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결정됐다.



균형발전의 상징 도시인 세종시와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었던 서산시, 그리고 도청사 활용을 내세운 대전시 유치전에 나선 충청권은 이번 지역 패싱 입지 결정에 허탈해 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부정할수 없는 지역의 정치역량의 한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되풀이돼온 수도권 우선주의가 균형발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돼 왔다는 점은 우려를 넘어서 위기로 다가온다.

실제로 지난해 1월 1일 기준 전국의 미술관 267개소 중 105곳(39%)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21곳 중 8곳(38%)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국가주도의 국립미술관 4곳 중 3곳이 서울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던 국립한국문학관 입지도 자치단체의 과열을 이유로 공모 절차를 백지화한 후 2년 뒤 서울 은평구 기자촌 근린공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일찌감치 세종이전으로 결정됐던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일부 민속학계 등의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 이제서야 본궤도에 올랐다.

지역 문화계는 이 같은 서울중심의 정부 정책이 10넘 넘게 지지부진한 도청사 활용에도 그대로 재현될을 우려하고 있다.

'도청이전 특별법'에 따라 부지 매입이 완료되면서 올 연말이면 충남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충남도청사 활용안은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립근현대사박물관 건립 공약이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국립 철도박물관' 유치 사업도 답보상태인 가운데,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는 현대미술관 개방형 수장고 유치역시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

시는 방대한 기증 물량으로 인해 포화율이 93%로 이르는 현대미술관의 수장고 증설에 대한 논의에 맞춰 도청사 본관동과 주변공간을 대형 아트리움 형태의 개방형 수장고로 건립하는 안을 문체부에 제시했지만, 정부가 서울 중심 사고를 계속하는 한 별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문체부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체육관광기술진흥센터, 문화예술인재개발원도 원도심 공동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도청사 활용에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근대건축물인 도청사를 감안한 결정도 아니어서 지역의 문화 경쟁력을 키울 문화인프라도 아니다.

참여정부의 맥을 이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기조로 제시한 정부가 말뿐인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정권말이 될수록 짙어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던 정부의 의지가 제대로 실천되는 것을 보고 싶다.
오희룡 디지털룸 디지털팀장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