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7강 천노재상(賤奴宰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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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7강 천노재상(賤奴宰相)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9-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87강: 賤奴宰相(천노재상) : 비천한 종[노예]신분에 재상이 되다.

글 자 : 賤(천할 천) 奴(종 노/남자 종) 宰(정승 재) 相(서로 상/ 정승 상)이다.



출 처 : 어우야담(於于野談), 중종실록(中宗實錄), 성호사설(星湖僿說)등에 전한다.

비 유 : 청렴결백한 관리와 겸손하고 유덕한 선비 솔직 담백한 성품에 비유한다.



반석평은 조선 중종(中宗) 때 문신이다. 그는 서얼(庶孼) 출신으로 신분의 제한을 뛰어넘어 형조 판서까지 이른다. 그리고 8도감사(八道監司)와 5도 병사(五道 兵使)까지 지냈으며,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본관은 광주이며 자는 공문(公文), 호는 송애(松厓)이고, 시호는 장절(壯節)이다. 흔히 '노비 출신 정승'으로 일컬어진다.

반석평은 본래 이 참판 댁 가노(家奴)였다. 비록 노비(奴婢)였지만 두뇌가 명석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지극해서 상전의 아들 이오성이 글을 배울 때 밖에서 도둑공부를 했다. 한데 어느 날 이오성이 공부하던 '통감절요(通鑑節要)'를 훔쳐보다 이 참판에게 들켰다. 이 참판은 석평의 학문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노비문서를 불태워 면천(免賤)시킨 뒤 후손이 없는 친척집에 양자로 입적시켰다. 과연 석평은 기대에 걸맞게 과거(科擧)에 급제한 뒤 출세를 거듭하여 형조판서에 이르렀다.

한편 이 참판의 집안은 몰락을 거듭했다. 훗날 벼슬이 높이 되어 입궐하던 반석평은 길거리에서 거지꼴로 배회하던 옛 주인의 아들 이오성을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후히 대접하면서 그 동안 양반 행세한 사실을 사과했다. 며칠 뒤 반석평은 임금에게 나아가 자초지종을 자백하면서 나라를 속였으니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임금은 그를 기특하게 여겨 사면해 주고 이오성에게 사옹원 별제 자리를 내려 주었다.

또한 중종실록(中宗實錄)에 따르면, '석평은 천얼(賤孼) 출신으로 시골에 살았는데, 그가 학문에 뜻이 있음을 조모가 알고 천얼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가문을 일으키고자 손자와 함께 서울로 와서 셋집에 살면서 길쌈과 바느질로 의식(衣食)을 이어가며 취학시켰다. 드디어 석평은 과거에 급제하여 중외의 관직을 거쳐 지위가 육경에 오르니, 사람들이 모두 그 조모를 현명하게 여겼다.'

이후 반석평은 조정에서 여러 하급 관직을 맡다가 중종 8년(1513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여진족의 실정을 탐문하는 임무를 맡아 북쪽 변경지대에 파견되었다. 반석평은 함경도로 가서 여진족의 사정을 탐망하고 돌아와 조정에 보고해 중종의 칭찬을 받는 등 실로 나라를 위해 많은 공적을 쌓았다.

그러나 남의 잘됨을 시기하던 대간은 중종 9년(1514년) 신분이 미천한 반석평이 예조 판서로 기용된 것에 반발해 파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임금께 상소하길 "홍문관(弘文館) 자리는 그 인물을 볼 뿐만 아니라 반드시 그 문벌(門閥)도 보아야 합니다. 반석평(潘碩枰)은 문지(門地)가 미천하기 때문에 이미 서경(署經)하지 않았습니다. 어영준(魚泳濬)도 문지가 미천하나 전에 수찬(修撰)으로 있다가 수령으로 나갔으며, 다른 사람보다 더욱 근신해야 하는데, 감사(監司)가 계문(啓聞)하여 파면되기에 이르렀으니, 이제 다시 경연관(經筵官)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모두 갈으소서."하지만 중종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반석평의 직위를 유지시켰다.

이는 조선 역사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인재등용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중종은 반정(反正)으로 연산군(燕山君)을 폐위시키고 임금이 된 분이다. 당시는 반정 세력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때이다. 그러나 중종은 인재등용의 중요한 실천을 잊지 않았다.

"한 사람의 천재는 천 명을 먹여 살린다." 삼성그룹 전 회장인 이건희(李健熙)의 말이다. 그렇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문화가 융성해도 결국 기계를 작동하고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다. 곧 과거나 지금이나 유능한 인재는 나라의 부흥에 절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사기(史記), 세가(世家)에 다음과 같은 교훈을 볼 수 있다.

國之將興必有禎祥 君子用而小人退(국지장흥필유정상 군자용이소인퇴)

國之將亡賢人隱亂臣貴(국지장망현인은난신귀)

-나라가 장차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있고, 군자는 등용되고 소인은 퇴출 된다. 나라가 장차 망하려면 현자는 숨고, (나라를)어지럽히는 자는 귀(貴)하게 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인재 등용의 잘 잘못에 따라 수많은 왕조(王朝)들이 흥했다 멸망하는 사건들을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첨단시대를 자부하는 현대인들의 인재등용은 어떠한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부분이 자기에게 아첨하고 자기를 위해 헌신한 자만을 등용하는 세상이다. 특히 지연(地緣), 학연(學緣), 코드 등으로 얼룩진 인사가 만연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반석평에 대한 인재등용 고사는 현시대(現時代)에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충분이 교훈이 될 내용이다.

그러므로 다음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정말 나라 발전을 위해 올바른 인재등용을 해야 할 것이며. 또 국민들은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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