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K 드라마 '지옥'으로 바라본 폭력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칼럼]K 드라마 '지옥'으로 바라본 폭력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유혜인

  • 승인 2021-11-30 14:48
  • 수정 2021-11-30 14:5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유혜인
우리는 공감을 하고, 그로 인해 공포를 느낀다. 공감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소중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바로 내가 겪을 고통을 암시할 때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이 넷플릭스에 등장하자마자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넷플릭스 세계 1위에 오르며, '오징어 게임'의 행보를 이었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CNN방송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칭찬하며 "지옥은 새로운 '오징어 게임'"이라고 했다. 또, 한 영화 전문 매체는 '지옥'이 영혼을 겨냥하는 최신 한국 블록버스터 시리즈라며, "이 작품의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은 집단 무력감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대중의 감정을 포착해낸 것"이라고 했다.

아마 서구권 역사의 종교와 흡사해 더 인기를 끈 듯하다. 유교와 불교의 역사가 긴 우리와 다르게 서구권은 신의 의도를 해석하는 집단이 지옥의 공포를 이야기하고, 선한 일을 하면 사후에 천국에 간다고 하며 온갖 기괴한 일을 한 역사가 있으니 말이다. '지옥'은 갑자기 나타난 지옥의 사자들에게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후 불에 타 죽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지옥행을 선고받는 이 '고지'는 20년 전이 될 수도, 30초 전이 될 수도 있다. 이때 신흥종교 집단이 이 혼란스러운 사태의 배경과 신의 의도를 설명한다. 그들의 주장은 신이 죄인을 직접 벌하고 지옥에 보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정의롭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런 주장에 사람들은 죄를 짓지 않고 순종해야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서로를 감시하고 처벌한다.



결국, 사람들이 순종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신의 의도를 내세운 신흥종교다. 극 중 종교를 이끄는 정진수 의장(유아인)은 공포가 인간을 선하게 만든다고 했다. 먼저 시연 당한 죄인들의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끼고, 이를 피하려 정의롭게 살고, 이미 죄를 지은 자는 세계인이 보는 앞에 사죄한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공포라는 감정이 세상을 꼭 정의롭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종교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인터뷰라도 할 때는 화살촉이라는 단체에 폭력을 당한다. 그들에게는 양심의 가책이 없다. 자신들은 신의 계시를 따르는 선한 사람들이므로 죄인들을 어떻게 심판하든 그것은 좋은 일, 마땅한 일,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 신은 그런 행위를 시킨 적이 없다. 그들은 그저 죄인이라 낙인 찍힌 약자를 타깃으로 사실을 확인하거나, 이유를 따지지 않고 대중의 반감을 선동하고 분노를 증폭시킬 뿐이다. '지옥'은 법과 질서가 무너진 사회의 혼란과 확증편향, 선동에 쉽게 현혹되는 대중, 불안한 현대인의 고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연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무엇인가에 맹신하라며 폭력을 행하는 건 신인가 인간인가. '경찰'을 '견찰(犬察)'이라 비난하고, 간호사에게는 갑질을 일삼고, 노인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맥락이나 이유도 묻지 않고 단언하고 비난하는 폭력이 공감이라는 감정에 실려 행사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2. 천안법원, 편도 2차로 보행자 충격해 사망케 한 20대 남성 금고형
  3. ㈜거산케미칼, 천안지역 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 후원
  4. 천안시의회 도심하천특별위원회, 활동경과보고서 최종 채택하며 활동 마무리
  5. ㈜지비스타일,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내의 2000벌 기탁
  1. SGI서울보증 천안지점, 천안시에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300만원 전달
  2. 천안의료원, 보건복지부 운영평가서 전반적 개선
  3. 재주식품,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 물품 전달
  4. 한기대 온평원, '스텝 서비스 모니터링단' 해단식
  5. 백석대 서건우 교수·정다솔 학생, 충남 장애인 체육 표창 동시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