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우려가 현실로…' 대전 한 아파트 경비원 임금 줄어

  • 사회/교육
  • 노동/노사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우려가 현실로…' 대전 한 아파트 경비원 임금 줄어

중구 1200여세대 아파트 작년 말 경비원 6명 감축 주민투표
세대 50% 이상 찬성 안해 '부결'… 투표 기간 6명 퇴사 처리
경비원 수는 그대로지만 올해부터 월급 22만 원가량 삭감돼

  • 승인 2022-01-06 17:02
  • 신문게재 2022-01-07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20106162008
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대전경비관리노동조합이 6일 유성구 죽동의 한 아파트에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해 11월 8일부터 대전지역 아파트를 순회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업단 제공
<속보>="나이 먹고 어디 갈 데도 없고 여기서 그만두면 집에 가야 해요. 죽기 살기로 있는 거지 자존심도 상하죠."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올해 월급이 20만 원가량 삭감되는 등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이 아파트에선 지난해 말 경비원 감축을 놓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으며 투표 결과에 따라 경비원 인원수는 줄이지 않기로 결정됐지만 임금이 줄어드는 처지에 놓였다. <중도일보 2021년 12월 27일 자 5면 보도>



지난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 완화와 처우 개선을 위해 업무 범위를 명확화한 법령이 개정됐지만 이후 현장 경비노동자들의 처우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개선 이전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부작용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 중구의 한 1200여 세대 아파트 입주자·경비·입주자대표회의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비원 감축 주민 투표를 실시한 결과 900여 세대가 투표에 참여해 찬성 38.2%·반대 35.09%가 나왔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전체 세대 중 50% 이상이 찬성해야 경비원 감축 내용이 담긴 관리규약 개정이 가능한데, 투표 결과 전체 입주자 중 찬성 과반수 미달로 부결됐다. 경비원 감축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KakaoTalk_20220106_161126229
주민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주민은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자'며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기 경비원 감축을 막자는 글귀를 붙이기도 했다. 경비원들은 주민들이 보여 준 관심과 따뜻한 마음에 감사해 하면서도 이번 결과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태다. 투표가 진행되는 기간 중 경비원 6명이 아파트를 떠났기 때문이다.

당초 이 이파트에서 감축하기로 했던 경비원 수는 6명으로 투표 기간 중 자·타의로 경비원이 퇴사 처리됐다. 경비원 A씨는 "몸이 안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일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체 18명 중 결원인 6명은 앞으로 채용 예정이지만 주민 투표와 맞물려 일부가 일자리를 잃게 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KakaoTalk_20220106_161127404
현재 경비원들이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부터 급여가 월 22만 원가량 삭감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감축 안건이 부결되자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이에 따라 임금을 줄이기로 의결한 것이다.

또 다른 이 아파트 경비원 B씨는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더하면 22만 원 이상이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조금이라도 오를 거라고 기대했는데 오르기는커녕 받는 돈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비원 C씨는 "주민들한테 고마운데 한편으로는 임금이 줄어서 마음이 안 좋다. 법을 만들 때 현장을 보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경비원이 대우받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며 "아파트가 관리비를 줄이려고 하니까 올려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경비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KakaoTalk_20220106_161128360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경비원 업무가 기존보다 줄어들었고 누군가는 그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며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하다 보니 인건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비원 6명 퇴사에 대해선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한 분도 있고 일부는 입주민 민원에 의해 부적합하거나 업무지시에 불이행했던 분들이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심유리 대전 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장은 "현장에 있는 경비원분들 100이면 100 법 개정 이후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며 "법 개정 취지 자체는 그게 아닌데 이걸 기회로 삼아 관리비를 줄이려는 시도들이 있어 안타깝다. 타 시도 사례를 참고해 우리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요논단]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번에는 대전이다
  2. 김동연 경기지사, 반도체특화단지 ‘안성 동신일반산단’ 방문
  3.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영상포함)
  4. 갑천습지 보호지역서 57만㎥ 모래 준설계획…환경단체 "금강청 부동의하라"
  5.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1. [2025 보문산 걷기대회] 보문산에서 만난 늦가을, '2025 보문산 행복숲 둘레산길 걷기대회' 성황
  2. '교육부→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수들 반발 왜?
  3. 최대 1만 500세대 통합재건축…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청사진 첫 공개
  4. 쿠팡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의보… 과기정통부 "스미싱·피싱 주의 필요"
  5. 12·3 계엄 1년 … K-민주주의 지킨 지방자치

헤드라인 뉴스


내포 농생명 클러스터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지정

내포 농생명 클러스터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지정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에 1일 자로 최종 지정·고시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번 지정은 농식품부가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전국 11개 시도가 신청했고 최종 7곳이 선정됐다. 육성지구로 지정되면 국비 기반 공모사업 참여 자격과 기업 지원사업 가점 부여, 지자체 부지 활용 특례 등의 혜택을 받는다. 위치는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상성리 일원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 면적은 134만 2976㎡(40만 평) 규모이며, 오는 2030년 2028년까지..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을 향한 마지막 지역 예선전인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논산 퀴즈왕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학생이 차지하면서 참가학생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논산시와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논산계룡교육지원청, 논산경찰서·소방서가 후원한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27일 논산 동성초 강당에서 개최됐다. 본격적인 퀴즈 대결에 앞서 참가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문제풀이에 돌입하자 침착함을 되찾고 집중력을 발휘해 퀴즈왕을 향한 치열한 접전이..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SNS에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계정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정황이 확인돼 대통령실이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틱톡(TikTok), 엑스(X) 등 SNS 플랫폼에서 제21대 대통령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확인돼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주의를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가짜 계정들은 프로필에 '제21대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기재하고 대통령 공식 계정의 사진·영상을 무단 도용하고 있으며, 단순 사칭을 넘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은수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