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6월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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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6월의 색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승인 2026-06-16 17:54
  • 신문게재 2026-06-1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백향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지인이 얼마 전에 시를 한편 보내주었다. "사는 일이 너무 바빠 /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 (중략)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 6월 같은 사람들아 / 피고 지는 이치가 / 어디 꽃뿐이라 할까 (이채, 6월에 꿈꾸는 사랑)"

보내준 시를 읽다가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같은 사람들아' 하는 대목에서 눈이 멎었다. 항상 행동이든 생각이든 남보다 한발 늦는 나의 어눌함이나 남들보다 서둘러 무슨 일을 시작했다가 무게감에 힘겨워 하기 일쑤인 나를 보는 듯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6월은 계절로는 봄이라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이고, 여름이라 하기에는 이른 시기여서 계절의 이름을 붙이기 애매하다. 그래서 늦봄이라 해도 좋고 초여름이라 해도 좋을 시기이다. 6월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합당한 계절의 이름을 갖지 못하고 봄이나 여름에 기대어 늦봄이니 초여름이니 하는 식으로 불리는 것이 마뜩지 않을 것이리라.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보이는 계절의 신비는 오묘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4개로 잘라서 이름붙인다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찌 유월 뿐이겠는가? 하루 하루 또는 매순간 매순간이 유일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들인데 일년을 네 개로 잘라서 이름 붙인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우리말에는 초봄, 늦봄과 같이 계절의 앞뒤 세분해서 부르기도 해서 계절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와 다르게 중국에서 유래한 24절기는 일년을 더 세분해서 농사나 일상생활에 사용해 왔다. 24절기의 각 절기 사이는 15~16일 정도의 간격을 갖는다. 24절기는 중국에서 시작한 것인데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일정한 날에 절기가 정해져 있다. 6월은 망종(芒種)과 하지(夏至)가 들어 있는 달이다. 망종은 벼이삭과 같이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날이다. 하지는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절기로만 본다면 입하(立夏)가 5월 5일 경이므로 6월은 이미 여름으로 들어선 계절이고 6월에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도 들어 있으니 여름이라 해야 맞을 것같기는 하지만 보통의 계절 감각으로는 6월을 여름이라 하기에는 '아직 여름은 아니고...'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환절기라고 하니까 봄과 여름의 사이 정도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동양에서는 4계절을 단순히 날씨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고 오행의 움직임과 연결하여 이해하고, 방위, 동물, 자연, 색과도 연관하여 이해하여 왔다. 오행과 상응하는 오방색은 방위를 가르키는 5가지 색을 말한다. 동쪽은 청색이면서 봄을, 서쪽은 백색이면서 가을을, 남쪽은 적색이면서 여름을, 북쪽은 검정이면서 겨울을 상징한다. 중앙은 황색이면서 우주의 중심을 의미한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하는 상징이 동물과 방위, 계절이 색과 함께 정해져 있는 관계를 알 수 있다. 그런데 6월을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이라고 시인이 표현하였으니 불현듯 6월의 색은 무슨 색일까 궁금해졌다. 더구나 나는 환절기에 항상 계절의 감각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무엇인가 변화의 기운들이 요동치는 것같고 이전 것이 가고 새로운 것이 오는 듯한 느낌에 설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충만한 계절과 계절의 중간은 어떤 색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동양에서는 봄을 청색으로, 여름을 적색으로 상징했으니 아마도 봄과 여름이 바뀌어 가는 환절기는 청색과 적색 두 가지를 섞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랑과 빨강을 섞으면 자주가 된다. 그러면 6월의 색은 자주가 아닐까 하는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자주색은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고귀한 색으로 여겨져 왔다. 고대도시 페니키아의 바다 달팽이에서 추출한 티리안 퍼플은 당시에 너무나도 고가여서 황제나 교황만 사용할 수 있는 색으로 제한되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도 황제가 사는 궁을 자금성(紫禁城)이라 불러 보라색을 고귀하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6월은 가장 고귀한 색 자주의 계절이고 변화가 충만한 계절이니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이 아니라 '봄과 여름 두 계절이 모두 충만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변화와 계절'이라 여길만 하다.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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