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6강 세구구반(洗垢求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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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6강 세구구반(洗垢求瘢)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1-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06강: 洗垢求瘢(세구구반) : 때를 씻어내고,(목숨을 걸고라도)그 흉터[흠]를 찾으려 한다.

글 자 : 洗(씻을 세) 垢(때 구) 求(구할 구, 찾을 구) 瘢(흉터 반)로 구성된다.



출 전 : 한비자(韓非子) 대체편(大體篇), 후한서열전(後漢書列傳)-조일전(趙壹傳).

비 유 : 억지로 남의 작은 허물을 들추어내려는 매우 야박하고 가혹한 행동을 비유



본 고사성어는 유사성어인 취모멱자(吹毛覓疵/터럭을 불어가며 흠을 찾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곧 억지로라도 감추어진 상처나 흠을 찾기 위해 털을 불어 속살을 눈으로 보아가며 흠을 찾아내려는 매우 비열하고 야비한 행동을 말한다.

요즈음 대선[大選, 대통령 선거]에서 유래 없이 상대방 후보에게 가해지는 무참한 말과 행동이 난무(亂舞)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말이다. 그것은 부풀리기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모든 국민들의 빈축을 사면서도 멈추지 않는 비열함을 계속적으로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한(後漢) 시대 때 조일(趙壹)은 유명한 문장가로서 사부(辭賦/초나라에서 비롯된 시와 산문)에 능하였다.

그는 큰 키에 멋있는 수염과 눈썹을 가진 용모에 재능이 뛰어났으나, 성품이 몹시 거칠고 또 거만하였기 때문에 고을 사람들로부터 늘 외면을 받아왔다.

훗날, 그는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감옥에서 죽었을 상황이었다.

당시 권력은 대부분 권문세가(權門勢家)들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되고, 정치는 크게 부패(腐敗)해 있었다. 이에 조일(趙壹)은 "자세질사부(刺世疾邪賦)"라는 문장을 지어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였다. 그는 이 문장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지금은 폐단(弊端)이 너무나 많다. 아부하는 잘못된 기풍은 날로 심해지고, 바르고 곧은 기풍은 점차 없어지고 있다. 아부를 일삼는 뻔뻔스런 무리들이 오히려 상(賞)을 받으며, 그들은 문밖 나들이를 할 때 수레를 타고 다닌다. 그러나 바른 길을 걷는 어질고 현명한 사람들은 그저 걸어 다닐 뿐이다. 사악(邪惡)한 사람들은 날뛰고, 정직(正直)한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으며 재앙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의 말은 계속된다.

"이러한 폐단의 근원을 따져 보면, 이는 곧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어 환관(宦官)들이 바른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덜거리는 껍데기일지라도 아름다운 깃털이 자라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만약 자신들이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때를 씻어내더라도, 목숨을 걸고 그 흉터를 찾으려 한다(所惡,則洗垢求瘢痕/소위, 즉 세구구반흔)……. 그러므로 법규는 권문세가를 뚫지 못하며, 백성들은 천자의 은택(恩澤)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차라리 요. 순(요임금과 순임금)시절의 굶주림과 추위를 참아낼지언정, 오늘날의 세상에서 배부르고 등 따듯하게 평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 하늘의 이치에 따라 일을 하면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것과 같으며, 도리에 어긋나게 일을 하면 비록 살아있더라도 죽은 것과 같다."

훗날 원봉과 양척이라는 대관(大官)이 조일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그를 천거하였다. 조일의 명성은 한때 장안을 놀라게 했으며, 각 고을에서는 그를 초빙하였고, 관청에서도 10여 차례 관직을 주겠다고 하였으나, 조일은 모두 응하지 않았다. 조일은 나이가 들어 집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평생 고결(高潔)한 인생을 지켰다.

세구구반(洗垢求瘢)이나 취모멱자(吹毛覓疵)등은 마치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한창일 때 상대당의 약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거나 아니면 억지 자백으로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태와 하나 다를 것이 없다.

조선시대 역사에서 이를 사대사화(四大士禍)라하며 이는 취모멱자의 방법을 동원하여 수많은 훌륭한 선비와 인재를 죽였던 것이다. 남을 먼저 배려한다는 것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성인(聖人)의 경지가 아니고서는 실천하기 힘든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남을 먼저 배려하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기막힌 문구를 잘 사용하고 있다. 곧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송나라 범충선공이 자제들에게 훈계하며 말하였다 "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 爾曹 但當以責人之心 責己 恕己之心 恕人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인수지우 책인즉명 수유총명 서기즉혼 이조 ?단당이책인지심 책기 서기지심 서인 즉불환부도성현지위야)"

곧 "비록 사람이 아무리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을 책망할 때는 똑똑하다. 사람이 비록 총명하다고 해도 자신을 용서할 때는 어둡고 어리석다. 너희들이 마땅히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면 성인과 현인의 지위에 이르지 못할까봐 근심할 필요가 없다."

범충선공이 말하는 서[恕/용서]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은 같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생각하는 태도이다.

서(恕) 자는 如(같을 여)와 心(마음 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 또는 처지나 태도와 같이(如) 되어 보는 마음(心)을 의미하는 글자 모양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나의 입장과 관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에서 그 사람의 잘못을 헤아린다면 마치 자신을 용서하듯이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저지른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이다. 책인지심(責人之心)의 엄격함과 서기지심(恕己之心)의 관대함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발휘될 때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남에게 너그럽고 나에게 엄격한 사람이 바람직한 지도자상이 아닌가?

대통령 후보들의 캠프에서 애써 상대후보의 약점을 털을 불어가며 찾아 터무니없이 확대 해석하는 인신공격이 오히려 자기에게 재앙으로 돌아옴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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