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형규 작가 “태우고 덮히는 ‘불(火’)‘은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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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형규 작가 “태우고 덮히는 ‘불(火’)‘은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매개체”

  • 승인 2022-05-05 16:26
  • 신문게재 2022-05-06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노-무한궤도-잠깐나올래
노형규 작가의 (왼쪽)'무한궤도' Oil on canvas, 116.7 X 116.7㎝, 2022, (오른쪽)'잠깐 나올래' Oil on canvas ,116.7 X 91㎝, 2022
"사회가 원하는 성공만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죠. 그림을 보면서 각자 꿈꾸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에서 진행하는 '2022 아트랩 대전' 첫 문을 연 노형규 작가는 태우는 행위를 통해 사회가 규정하는 성공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단상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불의 작가'다.

'아트랩 대전'은 대전지역 출신이면서 지역에 연고를 둔 청년 작가들에게 예술 경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응노미술관의 기획 프로젝트로 창의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시각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지원한다.

올해 총 6명의 작가가 오는 11월까지 매월 한 명씩 기획전시 형태로 진행되며, 3일부터 24일까지 노형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노=안녕엄마
노형규 작가의 작품 '엄마, 안녕…' Oil on canvas, 45.5X 53㎝, 2022.
대전 출신인 노 작가는 한남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한남대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다시 태우다'를 비롯해 2021년 공주 레지던시 'Was furchtet mich?'에 이어 2020년과 2021년 공주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지난해엔 공주레지던시 입주작가 결과 보고전 '점으로부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에는 신·관·학 협력 담장 미관 개선 벽화 디자인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Link+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 기업지원연계분야에서 대상과 대전시장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으며 역량을 넓히고 있다.

노형규 작가는 '불'을 소재로 태우는 행위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찾는 과정을 작품으로 녹여낸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덥히는 행위는 사회라는 커다란 집단이 정한 일종의 규칙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회적 집단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들이 만들어놓은 규정과 틀에 스스로를 끼워넣는다"라며 "타의로 자의로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 우리가 더는 지배받지 않는 방법으로 태우는 행위로 대변했다"고 설명했다.

20살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에 큰 불로 소실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불에 대한 단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치를 끌어내야 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던 중 공장화재를 경험했는데, 불로 인한 새로운 시작이 추수 후 밭을 태우는 '화전농법'으로 생각이 확대됐다"며 "사회적 틀에 갇혀있던 내 모습을 벗어던지고 타인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행복과 성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소금기둥
노형규 작가의 작품 '소금 기둥 1,2' Mixed media 102X25X30㎝, 91X30X20㎝, 2022.
노 작가는 자신을 '성공한 사람'이라 말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난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며 "모두가 사회가 원하는 성공을 쫓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며, '불'은 새롭게 시작하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매개체"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작품 중 '엄마, 안녕…'는 노 작가의 최근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강아지도 무지개다리를 건넸는데,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했던 존재들이 사라지면서 경험한 감정들을 작품으로 옮겼다"며 "('엄마, 안녕…' 작품은) 나뭇가지에 무언가 걸리듯 이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노 작가의 작품에는 태우는 자와 타는 자가 있고, 이들은 같은 존재다. 야곱과 싸우는 천사라는 기독교적 도상이 녹아있는 작품을 비롯해 작품 곳곳에서 해방과 자유를 위한 주체의 싸움이 드러나 있다"며 "나뭇가지에 걸린 연기를 그린 작품을 통해 떠나는 무언가는 잡기보다는 잠깐의 인사를 위해 머물러 있는 듯하며, 새로운 만남을 위한 믿음만이 부정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평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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